44% 대 12%.
생성형 AI를 도입한 뒤 관리자가 더 가치 높은 업무를 새로 맡긴 영업 담당자의 비율입니다. 성과 상위 25%에서는 열 명 중 네 명 넘게, 하위 25%에서는 열 명 중 한 명 남짓이었다는 거죠. Stripe와 Checkr의 영업 인력 236명을 조사한 결과로, 10월 8일 AI Widens Sales Performance Gap, New Study Finds Top Performers Benefit Most라는 기사로 소개됐습니다. 같은 날 HBR에도 하버드경영대학원 크리스토퍼 스탠턴(Christopher Stanton) 교수 등이 쓴 What Top Performers Do Differently with AI—and Why They See the Biggest Benefits가 실렸고요. 두 글이 붙든 질문은 하나입니다. AI는 구성원의 실력 차이를 좁히는가, 벌리는가.
불과 1-2년 전만 해도 이 질문의 답은 '좁힌다' 쪽으로 기울어 있었습니다. AI가 신입에게 고참의 노하우를 실시간으로 건네줄 테니 하위 직원이 가장 크게 덕을 볼 거라는 기대였죠. 전사 AI 도구 도입을 결재하면서 내심 그런 그림을 그린 임원분들도 계셨을 겁니다. 교육 예산 없이 상향 평준화라니, 꽤 매력적인 그림이긴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나온 연구와 경영 리포트를 나란히 펼쳐 보면 사정이 한결 복잡해집니다. 이번 호는 최근 몇 달 새 나온 숫자까지 함께 놓고,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지 뜯어보려 합니다.
좁힌다는 숫자도 진짜였습니다
반대편 증거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스탠퍼드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 교수 연구팀이 고객지원 상담원 5,179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Generative AI at Work는 평준화 가설의 대표 근거로 꼽힙니다. AI 대화 보조 도구를 쓰자 시간당 해결 건수가 평균 14% 늘었는데, 경력이 짧고 숙련도가 낮은 상담원은 34%나 뛰었습니다. 숙련 상담원은 변화가 거의 없었고요. 연구진은 AI가 잘하는 상담원들의 암묵지를 퍼뜨려 신입이 경험 곡선을 빠르게 따라잡게 도왔다고 해석합니다. 2025년 경제학 최상위 학술지인 QJE(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에 실린, 검증을 거친 숫자입니다.
올해 2월 NBER에 공개된(5월 개정) 기예르모 크루세스(Guillermo Cruces) 등의 무작위 실험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25~45세 성인 1,174명에게 업무형 비즈니스 문제를 풀게 했더니, AI 없이 풀 때 고학력자와 저학력자의 차이는 0.548 표준편차였습니다. AI를 쥐여주자 그 차이가 0.139로 줄었습니다. 4분의 3가량이 메워진 셈이죠. 정말 눈여겨볼 대목은 그다음입니다. AI를 걷어내고 다시 과제를 풀게 하자 학력 간 격차가 상당 부분 되살아났습니다. 사후 과제 성적이 오른 건 AI를 많이 쓰면서 본인도 끝까지 머리를 굴린 사람들뿐이었고요. AI가 성과의 격차는 메워도 실력의 격차까지 메워주진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성과와 실력의 괴리라니,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
그럼 44% 대 12%는 어떻게 된 걸까요? 좁힌다는 숫자와 벌린다는 숫자, 둘 중 하나가 틀린 걸까요? 저는 둘 다 맞다고 봅니다. 잰 일이 달랐을 뿐이죠. 고객 상담은 질문 유형이 어느 정도 반복되고 좋은 답이 비교적 분명한 일입니다. 일의 상당 부분이 판단과 선택으로 채워져 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판단이 끼어들면 숫자가 뒤집힙니다
케냐에서 진행된 현장 실험이 이 대목을 잘 보여줍니다. 니컬러스 오티스(Nicholas Otis) 등이 2024년 워킹페이퍼로 처음 공개하고 이후 Management Science에 게재한 연구로, 8월에는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이 이 연구를 다시 조명하기도 했습니다. 연구진은 소상공인 640명을 무작위로 나눠 한쪽에는 GPT-4 기반 AI 비즈니스 멘토를 WhatsApp으로 쓰게 하고, 다른 쪽에는 표준 경영 안내서를 줬습니다. 전체 평균으로는 의미 있는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평균만 봤다면 AI는 효과가 없다는 결론으로 끝났을 연구였던 거죠. 그런데 집단을 쪼개 보니 원래 장사가 잘되던 사람들은 매출과 이익이 15% 넘게 오른 것으로 추정됐고, 고전하던 사람들은 오히려 10% 가까이 나빠졌습니다.
이유가 더 흥미롭습니다. 두 집단이 AI에게 던진 질문의 유형이나 AI가 내놓은 조언에는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갈린 지점은 받은 조언 가운데 무엇을 골라 실행했느냐였죠. 공저자 데이비드 홀츠(David Holtz)도 가장 큰 이득을 본 사업자들은 AI의 조언을 판별하고 실행으로 옮기는 데 능했다고 짚습니다. 고전하던 쪽은 애초에 더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었고, 그럴듯한 조언을 걸러내지 못한 채 실행에 옮겼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대목이 가장 걸립니다. 도움이 가장 절실한 사람이 바로 그 도움 때문에 더 뒤처진다니요.
조직 안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관찰됩니다. 지아 난(Nan Jia) 등(2024)이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에 발표한 연구는 신용카드 가입을 권유하는 콜센터에서 직원 40명이 처리한 통화 3,200건을 분석했습니다. 정형화된 통화 앞부분은 AI가 맡고 직원은 그 뒤의 설득과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순차적 분업이었는데, AI가 직원의 창의성을 끌어올린 효과는 숙련도 높은 직원에게 쏠렸습니다. 숙련 직원은 AI와 일하면서 긍정적 감정도 더 많이 경험했고요.
이 구조를 곱씹어 보면 이유가 보입니다. AI가 쉬운 앞단을 가져가면 사람에게 남는 건 어려운 뒷단뿐입니다. 뒷단을 원래 잘하던 사람은 시간이 남아 더 잘하게 되고, 앞단에서 몸을 풀며 실력을 쌓던 사람은 곧장 어려운 공을 받아내야 합니다. 연습 경기 없이 결승전에 투입되는 모양새랄까요. 작년 5월에 보내드린 생성형 AI는 생산적, 하지만 동기는?에서 AI가 직원의 내재적 동기를 평균 11% 낮추고 지루함은 20% 높인다는 연구를 소개했습니다. 결과물을 받아 붙여넣기만 하는 습관과 고르는 눈의 빈곤은 같은 뿌리에서 자라는 게 아닐까 합니다.
아낀 시간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연구실 밖 숫자도 보겠습니다. BCG가 6월 3일 14개국 1만 1,749명을 조사해 낸 AI at Work: Strategy Matters More Than Tools에 따르면, 관리 직책이 없는 실무 직원의 74%가 이제 AI를 정기적으로 씁니다. 정기 사용자 가운데 42%는 일주일에 꼬박 하루(8시간) 이상을 아낀다고 답했고요. 막히는 건 그다음입니다. 66%는 그렇게 아낀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지침을 거의 혹은 전혀 받지 못했고, 절반 넘게는 그 시간을 전략적인 일에 다시 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BCG는 명확한 전략을 갖춘 곳에서 측정 가능한 사업 효과가 25%p 높게 나타난 반면 더 좋은 도구만으로는 5%p 남짓에 그쳤다고 정리합니다. 설문 기반 관찰이라 인과로 단정하긴 이르겠지만요.
갤럽의 AI 지표도 같은 지점을 가리킵니다. 2026년 5월 기준, 관리자가 팀의 AI 활용을 지원한다고 강하게 동의한 미국 직원은 36%에 그쳤습니다. 이렇게 답한 직원은 그렇지 않은 직원보다 AI를 주 몇 회 이상 쓸 확률이 1.7배, AI 덕분에 자기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할 기회가 늘었다고 답할 확률은 7.4배 높았습니다. 정작 갤럽이 조사한 CHRO의 절반은 자사 관리자들이 직원의 AI 활용을 이끌 역량에 자신이 없다고 답했고요.
시간은 이미 생겼습니다. 그 시간이 누구에게, 어떤 일로 흘러갈지 정해주는 사람이 비어 있을 뿐이죠.
이 숫자로 알 수 있는 것, 알 수 없는 것
여기서 냉정하게 선을 그어보겠습니다.
알 수 있는 것부터 보죠. 첫째, AI의 효과는 과업 구조에 따라 달라집니다. 답이 비교적 정해진 반복 업무에선 하위 직원이 가장 크게 오르고, 판단·선별·실행의 비중이 큰 일에선 이득이 상위 직원 쪽으로 쏠립니다. 스탠턴 교수 등이 HBR 글에서 개별 과업이 아니라 직무 전체의 활동 묶음(bundles of activities)을 보라고 권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영업처럼 반복 업무와 고난도 판단이 한 직무에 섞여 있으면, AI가 덜어낸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우느냐가 승부처가 되는 거죠.
둘째, 격차의 상당 부분은 AI가 아니라 사람이 만듭니다. 44% 대 12%를 다시 보시죠. 이 숫자는 관리자가 내린 배분 결정을 센 것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관리자들은 상위 직원의 업무 품질이 좋아졌다고 답할 확률이 16%p 더 높았습니다. 관리자 눈에 상위자의 개선이 더 잘 보이면 새 일도 그쪽으로 가기 쉽고, 큰일을 해본 사람이 다음 기회까지 가져가는 순환이 돌기 시작합니다. BCG의 66%와 겹쳐 보면, 아낀 시간의 쓰임을 아무도 정해주지 않는 조직일수록 이 순환이 방치되기 쉽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 대목이 리더에게 가장 쓸모 있는 발견이라고 봅니다. 손댈 레버가 있다는 신호니까요.
다시 Stripe·Checkr 조사로 돌아가 보죠. 상위자는 AI로 무엇을 다르게 했을까요?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정식 교육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실험하며 AI를 익혔고, 협상 코파일럿이나 맞춤형 메시지 도구를 직접 만들어 썼으며, 발견한 요령을 동료 앞에서 시연하며 나눴습니다. 액센추어의 케반 얄로위츠(Kevan Yalowitz)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A급 인재는 빠르게 바뀌는 AI 환경을 스스로 익히고 헤쳐 나가지만, 나머지는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뒤집어 보면,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한 다수를 그냥 두면 격차는 벌어지기 쉽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리더가 쥔 레버
가상의 장면 하나를 그려보겠습니다. 전사 AI 도구를 들인 지 6개월, A 팀장이 다음 분기 업무 배분표를 짭니다. 신규 대형 고객 제안은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B 책임에게, 기존 고객 관리는 C 사원에게 그대로. 합리적인 결정입니다. 걸리는 건 이 합리적인 결정이 분기마다 되풀이된다는 점이죠. 1년 뒤 B와 C의 차이는 AI 실력 차이일까요, 배분표가 쌓아 올린 경험 차이일까요?
리더 여러분이 이번 주부터 해볼 만한 일들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AI 도입 전후의 배분표를 나란히 놓아 보세요. 새로 생긴 고가치 업무가 누구에게 갔는지 상·하위로 나눠 세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아울러 직원마다 AI로 아낀 시간을 어디에 쓰고 있는지 한 줄씩 적어보세요. 그 쓰임을 정해주는 일이 BCG 조사에서 셋 중 둘이 받지 못했다던 지침입니다.
- 주니어의 연습 구간을 일부러 남기세요. AI가 가져간 정형 업무는 실은 주니어의 수련장이었습니다. AI가 주니어 계층을 대체하는가?에서 다뤘듯 AI 노출이 큰 직무에서는 신규 채용부터 줄고 있습니다. 남은 주니어마저 연습 없이 고난도 업무에 던져지면 경력 사다리는 아래 칸부터 사라집니다. (예) 입사 첫 3개월은 AI 초안을 보기 전에 자기 초안을 먼저 쓰게 하고, 둘을 나란히 놓고 차이를 설명하게 해보세요. AI를 걷어낸 뒤에도 실력이 남은 건 자기 머리를 계속 쓴 사람들이었다는 크루세스 연구의 결론과도 맞닿는 장치입니다.
- AI 리터러시를 고르는 힘으로 가르치세요. 케냐 실험에서 성패를 가른 건 질문이 아니라 선택과 실행이었습니다. 원온원에서 이렇게 물어보세요.
"AI가 준 안 중에 뭘 버렸어요? 왜요?"
채택률보다 기각한 이유가 실력을 더 잘 보여줄 때가 많습니다. 사용량을 성과 지표로 삼는 건 경계하시길 권해드립니다. OpenAI 보고서가 보여줬듯 많이 쓰는 것과 덕을 보는 것은 다른 얘기니까요.
- 상위자의 실험을 팀 자산으로 돌리세요. 격주 30분 시연 시간을 캘린더에 못 박으세요(네, 압니다. 회의가 또 하나 늘어나는 거죠 ㅜㅜ). 갤럽 데이터에서 관리자의 지원을 체감한 직원이 AI를 더 자주 쓸 확률은 1.7배였습니다. 설문이라 인과까지 단정할 순 없지만, 리더가 판을 깔아주면 직원이 AI에 손을 대는 빈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죠. 상위자가 직접 만든 도구를 팀에 퍼뜨릴 때 데이터 접근과 보안 기준은 회사가 한곳에서 관리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 채용 질문을 바꿔보세요. 기사에 소개된 실무 제안 가운데 하나는 지원자에게 면접 준비에 쓴 AI 대화 기록을 보여달라고 하는 겁니다(지원자는 꽤 당황하겠지만요). 어떻게 묻고, 무엇을 버리고, 어디서 의심했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나니까요.
AI가 격차를 벌릴지 좁힐지는 기술이 정해주지 않습니다. 어떤 일을 AI에 넘기고, 그렇게 생긴 시간에 누구에게 무엇을 맡기느냐가 정하죠. 그 결정의 꽤 많은 부분이 리더의 책상 위에 놓여 있습니다. 숫자가 ㅎㄷㄷ해 보여도, 배분표 한 장부터 들여다보시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