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 우리는 참 부지런히도 방향을 바꿔왔습니다. 팬데믹이 터지자 회사마다 원격 근무를 준비하고, 1on1을 제도화하고, 심리적 안전감을 슬로건으로 내걸었죠. 번아웃을 막아야 사람이 남고, 사람이 남아야 성과가 난다 — 이 문장이 지난 몇 년간 리더십 교육의 첫 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현장 분위기가 묘하게 달라졌습니다. 어느 대기업 인사팀장님은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재작년까지는 임원 회의에서 몰입도 점수가 몇 점 올랐냐를 물었는데, 올해부터는 그래서 그게 매출로 얼마 잡혔냐를 묻더라고요. 웰빙 예산은 조용히 깎이고, 그 자리를 성과와 생산성이 다시 차지했다는 겁니다. 담당자로서는 몇 년간 공들여 쌓은 걸 스스로 허무는 기분이라 씁쓸하더라는 소회도 덧붙이셨습니다.
리더 여러분도 비슷한 어지럼증을 느끼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을 먼저 챙기라더니, 이제 와서 다시 숫자부터 대라니. 대체 뭐가 맞는 걸까요? 오늘은 이 유턴의 정체를 좀 차분히 뜯어보려 합니다.
CEO 책상 위, 우선순위가 다시 바뀌었다
먼저 사실 관계부터 짚겠습니다. @HBR이 이달 초 실은 The Case for Performance-First Management라는 글이 이 흐름을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필자들은 가트너 HR 조직 소속인데요, 핵심 진단은 이렇습니다. 지난 몇 년 CEO 어젠다의 맨 위를 차지하던 몰입(engagement)과 유지(retention)를, 이제 성과와 생산성이 다시 밀어냈다는 겁니다.
숫자도 붙습니다. 가트너 분석에 따르면 성과 우선(performance-first) 방식으로 관리 초점을 옮긴 관리자는 기대하는 사업 성과를 낼 확률이 최대 21% 높았습니다. 흥미로운 건 그다음입니다. 그런 관리자 밑에 있는 구성원들이 오히려 직원 경험 전반에 대한 만족도를 더 높게 보고했다는 대목이죠. 성과를 앞세웠더니 사람도 더 만족하더라 — 상식과는 조금 어긋나는 결과입니다.
배경을 모르면 오해하기 쉽습니다. 왜 하필 지금일까요? 경기 불확실성이 길어졌고, 무엇보다 AI가 생산성의 기준선을 통째로 흔들어놨기 때문입니다. 가트너가 내놓은 2026년 CHRO 우선순위를 봐도, 최상단 화두는 불확실성 속에서 AI의 가치를 실현하고 성과를 끌어내는 일이었습니다. 마음을 다독이는 프로그램만으로는 이 압박을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셈이죠. 그러니 이 전환 자체를 무작정 반동으로만 볼 일은 아닙니다. 다만 저는 여기서 리더 여러분께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싶습니다. 실적 우선의 반대말이 정말 사람 경시일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사람이냐 실적이냐'는 애초에 잘못 세운 질문
여기서 지난 호 이야기를 잠깐 꺼내겠습니다. 작년에 구글에 '노오오력' 시대가??? 편에서, 저는 에릭 슈미트가 구글의 부진을 재택근무와 워라밸 탓으로 돌린 주장을 네 가지 근거로 반박했습니다. 요점은 하나였죠. 경쟁력을 갉아먹는 진짜 원인은 장시간 노동의 부재가 아니라 잘못된 사람 관리와 조직 문화라는 것. 오늘 주제도 결이 같습니다. 성과가 안 나는 걸 사람 챙기기 탓으로 돌리는 순간, 우리는 또 엉뚱한 곳을 손보게 됩니다.
학계는 이 문제를 오래전부터 파고들었습니다. Christian, Garza, Slaughter 세 연구자가 2011년 Personnel Psychology에 발표한 몰입 연구는, 여러 개별 연구를 합쳐 분석한 결과 직원의 일 몰입(work engagement)이 과업 성과와 맥락적 성과 양쪽 모두를 유의하게 끌어올린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몰입은 기분 좋으라고 챙기는 복지가 아니라, 성과로 가는 경로 그 자체라는 얘기죠. 사람을 챙기는 일과 성과를 내는 일이 서로 다른 방을 쓰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경영 성과 쪽으로 시야를 넓혀도 결론은 비슷합니다. Jiang과 동료들이 2012년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에 실은 대규모 메타분석은, HR 제도가 재무 성과로 이어지는 통로를 추적했습니다. 그 통로의 한복판에 사람의 역량(human capital)과 동기(motivation)가 있었습니다. 좋은 인사 제도가 곧바로 돈을 벌어다 주는 게 아니라, 사람의 능력과 의욕을 거쳐서 성과로 흐른다는 구조인 거죠. 사람은 성과의 반대편이 아니라 성과가 지나가는 다리입니다.
그럼 지난 5년의 '사람 먼저'는 왜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나
여기서 아프지만 짚어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정말 사람을 잘 챙겼다면 몰입도가 이렇게까지 무너졌을 리 없거든요. @Gallup의 2026 글로벌 일터 현황을 보면, 2025년 전 세계 직원 몰입도는 20%까지 내려앉아 2020년 이후 최저를 찍었습니다. 갤럽 조사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하락이었고요. 관리자 본인의 몰입도마저 30%에서 27%로 떨어졌습니다. 사람 먼저를 그렇게 외쳤는데 왜 이 모양일까요? 제가 현장에서 본 패턴은 이렇습니다. 많은 조직이 사람 챙기기를 이벤트로 소비했습니다.
(예) B 임원의 팀은 분기마다 웰빙 워크숍을 열고 명상 앱 구독권을 뿌렸습니다. 그런데 정작 구성원이 감당 못 할 업무량은 그대로였고, 성과에 대한 솔직한 피드백도 없었습니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손대지 않은 채, 스트레스를 견디는 도구만 나눠준 셈이죠. 갤럽도 지적합니다. 요즘 구성원이 원하는 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스트레스의 원인을 없애주는 것 — 감당 가능한 업무량과 정직한 소통이라고요.
바로 이 지점이 성과 우선 전환이 던지는 진짜 메시지가 아닐까 합니다. 사람을 그만 챙기라는 게 아니라, 명상 앱 나눠주기 같은 헛챙김을 그만두라는 신호로 읽는 편이 낫습니다. 이 신호를 방향 유턴으로만 받아들이면, 우리는 5년 전 성과 압박만 세게 걸던 그 자리로 되돌아갈 뿐입니다.
리더의 실전 가이드 — 사람을 통해 성과를 내는 다섯 가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성과 우선의 파도를 타되, 사람을 다리로 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다섯 가지만 권해드립니다.
첫째, 목표를 숫자로 다시 협의하세요. 막연한 열심히가 아니라 이번 분기에 무엇을 얼마나까지를 구성원과 함께 대화하세요. 몰입은 명확한 기대치 위에서만 자랍니다. 애매한 목표는 사람을 배려하는 게 아니라 방치하는 겁니다.
둘째, 업무량부터 감사하세요. 워크숍을 열기 전에, 지금 각자가 진짜로 감당 가능한 양을 지고 있는지 먼저 따져보세요. 명상 앱 열 개보다 야근 두 시간을 줄여주는 편이 몰입에 훨씬 낫습니다.
셋째, 성과 대화를 미루지 마세요. 잘한 건 구체적으로 짚고, 못한 건 상하지 않게, 그러나 분명하게 말하세요. 솔직한 피드백을 아끼는 건 배려가 아니라 회피입니다. 구성원은 자기가 어디쯤 서 있는지 모를 때 가장 불안해합니다.
넷째, AI를 성과의 지렛대로 함께 붙드세요. 신규 채용을 AI로 대체하는 흐름은 이미 AI 때문에 신입 안 뽑는다? 편에서 다룬 대로 빨라지고 있습니다. 사람을 줄이는 도구로만 쓸지, 남은 사람의 생산성을 키우는 도구로 쓸지는 리더의 선택입니다.
다섯째, 관리자 본인의 몰입을 점검하세요. 관리자 몰입도가 27%까지 떨어졌다는 숫자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지친 리더가 사람을 통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 자신부터 챙기시길 바랍니다.
실적 우선의 시대가 다시 왔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돌아온 건 성과라는 목적지이지, 사람을 건너뛰는 지름길이 아닙니다. 사람을 통하지 않는 성과는 이번 분기엔 나올지 몰라도 다음 분기에 무너지기 마련이고요. 결국 리더가 쥐어야 할 건 방향키 하나가 아니라, 사람과 성과를 잇는 다리입니다. 유행이 어느 쪽으로 불든, 그 다리를 놓는 사람이 오래 갑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