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강점에 집중하세요."
약점 붙잡고 씨름해봤자 평균밖에 안 되니, 잘하는 걸 더 잘하게 만들라는 겁니다. 지난 20년간 리더십 교육의 정설처럼 자리잡은 이야기죠. 여러분의 진단 리포트에도 아마 '핵심 강점 3가지'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을 겁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요, 이 처방을 곧이곧대로 따른 리더들이 몇 년 뒤 어떻게 됐는지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좀 달라집니다. 강점을 열심히 갈고닦았는데 오히려 더 빨리 무너지는 리더들이 있거든요.
왜 그럴까요? 오늘은 '강점에 집중하라'는 익숙한 조언의 반쪽짜리 처방을 좀 뒤집어 보려 합니다. 임원·팀장 여러분의 하반기 자기개발 방향을 정하는 데 쓸모가 있을 겁니다. 함께 모색해보시죠!
리더를 무너뜨리는 건 '덜 개발된 강점'이 아닙니다
먼저 냉정한 숫자 하나. 리더십 컨설턴트 젠거와 포크먼이 11,000명이 넘는 임원의 360도 다면평가 데이터를 뒤져 무엇이 리더를 탈선시키는가를 분석했습니다.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리더가 조직에서 밀려나는 이유는 '강점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지 못하고, 소통이 안 되고, 관계를 망가뜨리는 몇 가지 '치명적 약점'(디레일러) 때문이었죠. 강점이 아무리 많아도 이 결함 하나가 방치되면 리더는 미끄러집니다.
여기서 핵심을 짚고 갑시다. 우리는 흔히 리더의 실패를 '더 뛰어나지 못해서'로 해석합니다. 그러니 처방도 '더 뛰어나게 만들자'가 되죠. 하지만 현실의 탈선은 대개 뺄셈의 문제입니다. 없어야 할 게 있어서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예) 한 제조업체의 A 상무님이 그랬습니다. 추진력 하나는 회사에서 손꼽히는 분이었죠. 안 되던 프로젝트도 그분 손에 들어가면 굴러갔습니다. 회사는 당연히 그 강점을 더 키우라고 밀어줬고, 본인도 '나는 돌파형 리더'라는 정체성에 확신을 더해갔습니다. 그런데 2년 사이 그 조직의 핵심 인재 넷이 조용히 짐을 쌌습니다. 퇴사 면담에서 나온 말은 한결같았습니다.
"상무님 앞에서는 다른 의견을 낼 수가 없었어요."
강점을 갈고닦을수록 그분의 불통과 독선이라는 약점도 같이 자랐던 겁니다. 사실 이 주제는 예전에 강점으로 리딩하라???에서 한 번 다뤘던 이야기이기도 한데요. 강점 기반 리딩이 약점의 그늘을 가려버린다는 점, 여전히 유효한 경고입니다. 결국 리더의 발목을 잡는 건 덜 벼려진 칼이 아니라, 손잡이에 난 균열인 셈입니다.
강점은 어느 지점을 넘으면 약점으로 돌아섭니다
그럼 강점만 파고들면 왜 위험할까요? 지나치면 독이 되기 때문입니다.
피어스와 아기니스(2013)가 경영학 저널 《Journal of Management》에 발표한 과유불급 효과(Too-Much-of-a-Good-Thing) 연구가 이걸 정면으로 다룹니다. 두 학자는 방대한 경영 연구를 종합해 이렇게 결론 내립니다. 겉보기에 '많을수록 좋아 보이는' 거의 모든 관계에는 변곡점이 있고, 그 지점을 넘어서면 효과가 평평해지다가 결국 마이너스로 꺾인다는 겁니다. 좋은 것도 어느 선을 넘으면 나쁜 것이 된다는 거죠. 강점이라고 예외가 아닙니다.
꼼꼼함은 어느 순간 마이크로매니징이 되고, 자신감은 오만이 되고, 결단력은 남의 말을 안 듣는 아집이 됩니다. 문제는 이 변곡점이 잘 안 보인다는 데 있습니다. 본인은 여전히 '나의 강점을 발휘하는 중'이라고 느끼거든요. 정작 주변은 이미 넌더리를 내고 있는데 말이죠.
(예) B 팀장님을 볼까요. '디테일에 강하다'가 그분의 트레이드마크였습니다. 그래서 더 파고들었습니다. 보고서 오탈자까지 잡아내고, 팀원 자료를 문장 단위로 손봤죠. 상사에겐 '빈틈없는 팀장'이었습니다. 그런데 팀원들 사이에선 '숨 막히는 팀'이 됐습니다. 강점을 100에서 120으로 끌어올린 그 20이, 팀의 자율성과 속도를 갉아먹고 있었던 겁니다. 본인만 몰랐고요. 강점 강화가 늘 정답은 아니라는 것, 여기서 분명해집니다.
그래서, 답은 '진단'에서 출발합니다
강점을 키우라고요, 약점을 고치라고요?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앤더슨핀치, 레니거, 왓킨스의 강점을 개발할 것인가, 약점을 고칠 것인가 아티클은 이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합니다. 정답은 둘 중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상황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부터 물어야 한다는 겁니다.
세 저자가 제안하는 출발점은 단 하나의 질문입니다. "지금 이 자리, 이 국면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강점 강화가 맞는 상황이 있고, 약점 보완이 급한 상황이 따로 있다는 거죠. 이걸 가르는 기준을 저는 이렇게 정리해봤습니다.
첫째, 그 약점이 '치명적'인가를 봅니다. 방치하면 신뢰가 깨지거나 사람이 나가는 종류의 결함이라면, 강점 개발은 뒤로 미뤄야 합니다. 불난 집에 인테리어 고민하는 격이니까요. 둘째, 지금 역할이 그 강점을 계속 요구하는가를 봅니다. 실무 시절 통했던 무기가 임원 자리에서도 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자리가 바뀌면 무기도 바꿔야 하죠. 셋째, 강점이 이미 변곡점을 넘었는가를 봅니다. 넘었다면 '더'가 아니라 '조절'이 답입니다.
이 진단의 핵심은 '나 중심'이 아니라 '상황 중심'이라는 데 있습니다. 리더십은 상황과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관점, 예전에 가짜 리더십: 위대한 리더는 타고난 자질이 있다에서 함께 살펴봤던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는데요. 내 강점 목록을 만지작거리기 전에, 이 조직이 지금 나에게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먼저 읽어야 한다는 겁니다.
마치며
강점 코칭은 기분 좋은 처방입니다. 잘하는 걸 더 잘하라니, 듣기 편하죠. 하지만 편한 처방이 늘 맞는 처방은 아닙니다. 리더를 무너뜨리는 건 덜 다듬어진 강점이 아니라 방치된 약점이고, 무엇을 개발할지는 강점 목록보다 지금 상황이 결정합니다. 이번 하반기, 강점 리포트를 덮고 '지금 이 조직이 나에게 뭘 요구하는가'부터 한 줄 적어보시면 어떨까요. 거기서부터 방향이 잡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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