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나 본 어느 팀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위에서는 AI로 두 배 빨라지라 하고, 밑에서는 AI가 뽑은 걸 그대로 들고 옵니다. 그 사이에서 틀린 걸 골라내고, 직원들 가르치고, 결과는 제 이름으로 냅니다." 팀원들 개별 생산성은 분명 올랐다는데, 정작 본인 퇴근은 더 늦어졌다는 거죠. 이게 지금 많은 조직에서 벌어지는 조용한 풍경입니다.
AI가 왜 하필 중간관리자를 가장 세게 압박하는지, 그리고 리더로서 이 압력을 어떻게 풀어줄지 — 함께 모색해보시죠!
AI는 팀장의 일 하나를 얹었습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최근 내놓은 AI 도입이 당신의 중간관리자를 짓누르고 있다(@HBR, 2026)는 이 문제를 아주 구체적으로 짚습니다. 저자인 줄리아 신과 산드라 수처는 두 곳의 대형 컨설팅펌에서 파트너·매니저·주니어 컨설턴트를 대상으로 18건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윗선(파트너)은 AI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더 적은 인원으로 납기를 당기는 '전략적 기회'에 올라탔습니다. 아랫선(주니어)은 초안 작성·리서치가 극적으로 빨라졌다고 좋아했고요. 그런데 정확히 그 사이에서, 매니저들만 짐이 늘었습니다. AI가 뱉은 결과물을 검증하고, 그럴듯하지만 틀린 오류를 잡아내고, 팀원들에게 AI 활용법까지 가르치는 일이 통째로 얹힌 겁니다. 납기 압박은 그대로거나 더 세졌는데, 이 새 업무를 받쳐줄 공식적인 지원 체계는 없었습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조직은 AI 도입을 대개 'IT가 관리하고 경영진이 자축하는 소프트웨어 설치'로 취급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AI를 사람의 일에 녹여 넣는 검증·조율·역량 이전의 부담은 전부 중간관리자 계층에 몰립니다. 도구는 위아래에 나눠줬는데, 그 도구를 '믿을 만하게' 만드는 노동은 가운데가 떠안은 거죠.
이 대목에서 예전에 보내드린 <사람들은 생성형AI로 뭘 하나?>를 떠올리게 됩니다. 생성형AI가 '편견 없는 브레인스토밍 파트너', '완벽한 팀원'처럼 쓰일 수 있다는 이야기였는데요. 맞습니다. 다만 그 '완벽한 팀원'의 결과를 최종적으로 책임지고 검수하는 사람은 여전히 사람, 그것도 팀장입니다. 도구가 똑똑해질수록 그 도구를 관리하는 사람의 판단 노동은 오히려 늘어납니다.
숫자가 말하는 '가운데의 소멸' — 그런데 방향이 틀렸습니다
문제는 많은 회사가 이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아예 그 자리를 없애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컨설팅사 가트너는 2026년까지 조직의 20%가 AI로 조직을 평탄화해 현재 중간관리 직위의 절반 이상을 없앨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전체 해고에서 중간관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20%에서 2023년 32%로 뛰었고요.
숫자만 보면 '가운데는 이제 군더더기'라는 결론으로 흐르기 쉽습니다. 한 관리 담당 임원이 이렇게 말할 법하죠. "AI가 조율을 대신하는데 관리자층을 왜 그대로 두나요?" 그럴듯합니다. 하지만 여기엔 큰 착시가 있습니다.
물론, 단순히 위아래 메신저 역할만 수행하고, 도장만 찍던 중간관리자들도 일부 있습니다. 이들의 자리는 매우 위태롭게 될 겁니다. 원래 중간관리자가 단순한 전달 계층이 아니라 위의 전략과 아래의 실행을 잇고, 새 아이디어를 위로 championing(밀어올리고) 아래로 번역·조율하는 역할이 핵심입니다. 이 조율 기능은 AI가 자료를 요약해준다고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AI가 만든 애매한 산출물이 조직에 흘러넘칠수록, 그걸 맥락에 맞게 걸러내고 판단하는 사람의 값어치는 올라가기 마련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지금 벌어지는 건 '중간관리자가 불필요해진 상황'이 아니라, '중간관리자에게 일이 몰리는데 지원은 안 하고 자리를 줄이는' 엇박자입니다. 방향이 반대인 거죠.
눌린 팀장은 '헌신'으로 버티다 무너집니다
여기서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팀장이 이 과부하를 티 내지 않고 알아서 감당하는 겁니다. 리더 입장에서는 편할지 몰라도, 그게 바로 붕괴의 전조입니다. 실제로 현장에서도 중간관리자의 45~75%가 번아웃을 호소한다는 조사가 있습니다.
(예) B 팀장을 그려볼까요. 회사가 AI 도구를 깔아주자 B 팀장은 누구보다 먼저 익혔습니다. 팀원 프롬프트를 봐주고, AI가 만든 보고서의 숫자를 밤늦게 대조하고, 주간 회의에선 활용 팁까지 공유했죠. 6개월간 팀 성과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B 팀장이 상사에게 조용히 면담을 신청합니다. "요즘은 제가 뭘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헌신이 임계점을 넘은 신호입니다. 문제는, 그 임계점 전까지 윗선에는 아무 경고등도 켜지지 않는다는 점이고요. 그래서 이 문제는 '팀장 개인이 시간관리를 잘하면 되는 일'이 아닙니다. 새 업무가 구조적으로 얹혔으니, 구조로 풀어야 합니다. 리더가 봐야 할 건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그 일을 받쳐줄 판이 깔려 있느냐입니다.
마무리
AI가 위와 아래를 빠르게 하는 동안, 그 속도를 실제로 '믿을 만한 결과'로 바꿔내는 건 여전히 가운데 있는 사람입니다. 그 자리를 얇게 만들수록 조직은 빨라지는 게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산출물이 그냥 통과되는 위험만 커집니다. 도구를 도입하기 전에, 그 도구를 책임질 사람의 판을 먼저 살펴봐 주시길 바랍니다. 눌린 가운데를 펴주는 것, 그게 이번 AI 전환기에 최상층 리더가 할 가장 실속 있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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