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초, 마크 저커버그는 효율성의 해를 꺼내 들었습니다. 조직을 납작하게 펴고, 관리자를 관리하는 관리자를 걷어내겠다는 구상이었죠. 보고 단계가 줄면 판단이 빨라진다. 그때는 설득력 있게 들렸습니다. 3년이 흘렀습니다.
이달 메타는 인공지능 조직에서 실무자로 내려앉았던 사람들에게 다시 관리자를 맡아주겠느냐고 묻고 있습니다. 강제 발령이 아니라 지원자를 받는 방식이라고 하는군요. Fast Company와 Fortune이 나란히 다룬 소식입니다. 같은 회사, 같은 경영진, 정반대 결정.
그래서 궁금해집니다. 2023년의 판단이 애초부터 틀렸던 걸까요, 아니면 그때는 맞았던 것이 지금 조건에서 어긋난 걸까요? 이 둘은 전혀 다른 얘기고, 리더가 챙겨야 할 쓸모도 갈립니다. 시간순으로 따라가 보시죠.
전환점 하나 — 층을 걷어내다
메타가 관리 계층을 줄이겠다고 했을 때, 명분은 속도였습니다. 관리자가 많으면 승인 단계가 늘고, 승인 단계가 늘면 제품이 늦게 나온다는 거죠. 저커버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관리자가 관리자를 관리하고, 그 관리자가 또 관리자를 관리하는 구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업계 표준어가 됐습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가 비슷한 수순을 밟았고 한국 기업들도 조직도를 다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팀장 한 명당 관리 인원을 늘리는 것, 곧 통제 범위(span of control) 조정이 인사 담당자들 사이에서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안건이 됐죠.
저도 이 흐름을 두 번 다뤘습니다. MS는 'AI' 때문에 중간관리자를 해고했나에서는 AI가 명분으로 얹혔을 뿐 실상은 통제 범위 조정이라는 점을, 안타까운 중간관리자의 운명에서는 감축의 진짜 동인이 비용과 팬데믹 과잉 채용의 정상화라는 점을 짚었고요. 다만 그때도 남은 의문이 있었습니다. 층을 걷어내면 그 층이 하던 일은 어디로 가는가 말이죠.
전환점 둘 — 7,000명을 옮기고, 관리자를 실무자로 앉히다
2026년 초 메타는 Applied AI라는 조직을 새로 세웁니다. 연구와 제품 사이의 다리를 놓겠다는 취지였고, 약 7,000명이 이곳으로 재배치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관리자였던 사람 상당수가 실무자 직군으로 내려 앉았죠. 같은 시기에 Project OT라는 내부 계획이 돌았습니다. AI 에이전트를 전제로 일부 팀을 최대 60%까지 줄여보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TechSpot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5월에 약 10%, 8,000명 규모의 감축이 단행됐고 6,000개의 채용 공고가 철회됐습니다. ㅎㄷㄷ한 규모죠.
숫자만 놓고 보면 계획대로 굴러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2분기 말 인원은 75,472명, 직전 분기 대비 3% 감소. 매출은 608억 달러로 28% 늘었고요. 그런데 이 대목에서 늘 걸리는 게 있습니다. 조직 개편의 성패는 인원 그래프가 아니라 일이 굴러가는 모양새에서 드러나는데, 그건 보통 두세 분기쯤 지나야 보인다는 겁니다.
전환점 셋 — 여름에 드러난 숫자들
그리고 그 숫자가 나왔습니다. 코드 변경량은 전년 대비 220% 늘었습니다. AI가 코드를 뽑아내니 당연한 결과죠. 그런데 실제로 사용자에게 출시된 신규·개선 기능은 36% 느는 데 그쳤습니다. 220 대 36. 만들어낸 양과 세상에 내보낸 양 사이에 이 정도 낙차가 생겼다면, 중간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병목을 이루고 있다는 뜻입니다.
같은 기간 중대한 기술·보안 사고는 40% 늘었고, 직원들이 사고 대응에 쓴 시간은 70% 늘었습니다. 반기 내부 설문에서 긍정 응답은 74%에서 55%로 내려앉았습니다. 6월에는 AI 고객응대 봇이 악용돼 유명 인스타그램 계정들이 뚫리는 일도 있었고요. 5월, 저커버그는 추가 감축을 멈춥니다. 그리고 이번 달, Applied AI에서 관리자 복귀 지원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고 갑시다. 사고가 40% 늘어난 것이 관리자를 줄였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아직 없습니다. AI 코드 비중이 급격히 늘면 사고가 늘어나는 건 그 자체로도 설명이 되고, 대규모 인프라 투자 시기에는 장애가 잦아지기 마련이니까요. 시간 순서를 인과로 곧이곧대로 옮기는 건 위험합니다. 제가 주목한 건 회사의 대응 쪽입니다. 메타는 사고가 늘자 코드 검토 도구를 더 붙이는 대신 사람을 다시 배치했습니다. 그 선택이 무엇을 말하는지가 오늘의 관심사죠.
왜 생산이 아니라 선별에서 막혔나
Keum과 See(2017)가 Organization Science에 발표한 연구는 위계의 효과를 혁신 과정의 두 국면으로 쪼개서 봅니다.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국면과, 만들어진 아이디어 중에서 고르는 국면이죠. 현장 연구와 실험실 실험을 함께 돌렸습니다. 결과는 깔끔하게 갈립니다.
관리 감독이 촘촘할수록 아이디어 생성은 위축됩니다. 여기까지는 납작한 조직을 옹호하는 쪽의 주장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선별 국면에서는 정반대로 나타납니다. 위계가 있을 때 선별의 신뢰도가 되레 올라갑니다. 저자들이 짚은 이유는 담백합니다. 사람은 자기가 낸 안을 자기가 고르게 하면 자기 이익 쪽으로 기울기 마련이거든요. 220% 대 36%를 이 틀에 얹어보면 그림이 잡힙니다. 생성은 폭증했습니다. 선별이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AI는 아이디어와 코드를 무제한으로 뽑아내는 쪽에 압도적으로 강합니다.
반면 이 중 무엇을 세상에 내보낼지 고르고, 부서 간 의존 관계를 따져보고,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잘라내는 일은 여전히 사람이 앉아 있어야 하는 자리입니다. 메타는 생성 능력을 몇 배로 키우면서 선별 장치를 동시에 걷어낸 셈이고요. 개인적으로 이 대목이 가장 주의깊게 읽혔습니다.
사기가 먼저 무너진 순서
또 하나 눈여겨볼 숫자는 74에서 55로 떨어진 사기 지표입니다. 인시아드의 Quy Huy(2002)가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에 실은 3년간의 현장 연구는 급진적 변화기의 중간관리자를 관찰했습니다. 그가 발견한 건 두 갈래의 감정 관리입니다. 하나는 변화 과제에 스스로 몰입하는 것, 다른 하나는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구성원의 감정을 살피는 것.
이 둘이 함께 갈 때 조직이 적응합니다. 몰입이 낮으면 조직은 관성에 눌려 움직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몰입은 높은데 받는 사람의 감정을 살피지 않으면 혼란으로 갑니다. 논문의 표현대로라면 chaos죠.
메타의 지난 반년은 두 번째 경우에 가까워 보입니다. 위에서는 전력으로 밀었고, 그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던 사람들은 실무자 자리로 옮겨 앉은 뒤였으니까요. 키보드 입력 추적 도구 도입 시도에 노동 조직화 움직임까지 번졌다는 보도를 보면 더 그렇습니다. AI 시대에 이 부담이 어디로 몰리는지는 AI는 중간관리자를 쥐어 짠다에서 따로 다뤘으니 함께 보시면 결이 이어질 겁니다.
앞으로 볼 신호 넷
메타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우리 조직에서 볼 것을 짚겠습니다. 이 흐름이 어디로 가는지는 아래 넷을 보면 감이 잡힙니다.
- 지원율을 보세요. 메타는 관리자 복귀를 강제하지 않고 지원을 받습니다. 응하는 사람이 적다면, 그 자리가 아직 매력이 없다는 신호입니다. 우리 조직에서도 팀장 공모에 몇 명이 손을 드는지가 가장 정직한 온도계죠.
- 선별 국면에 사람이 있는지 따져보세요. 산출물이 늘어난 부서일수록 중요합니다. AI 도입 후 문서·기획안·코드가 두 배 늘었는데 검토하는 자리는 그대로라면, 220 대 36은 남의 집 얘기가 아닙니다.
- 사고 지표와 재작업 비율을 같이 보세요. 생산성 지표만 보면 개선처럼 읽힙니다. 되돌아온 일, 다시 한 일의 양을 같은 화면에 올려두셔야 합니다.
- 주니어의 첫 6개월을 관찰하세요. 관리 계층이 얇아졌을 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조용히 무너지는 게 신입 육성입니다. 실적 그래프에 잡히지 않아서 2~3년 뒤에야 청구서가 날아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관리자를 되부르는 것이 예전 조직도로 되돌아가는 걸 뜻하진 않습니다. 메타도 전사 차원의 복원이 아니라 특정 조직에 한정해 움직이고 있고요.
(가상의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A 제조사가 팀장 12명을 7명으로 줄였다고 해봅시다. 6개월 뒤 회의 수는 줄었는데 부서 간 손발이 어긋나 일정이 밀립니다. 이때 팀장 5명을 도로 뽑는 건 하책입니다. 사라진 열두 자리 중 실제로 비어 있는 기능이 조율인지, 판단인지, 육성인지부터 가려내야 합니다. 셋은 필요한 사람도, 필요한 권한도 다르거든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2023년 메타의 판단이 통째로 틀렸다고 보진 않습니다. 문제는 걷어낸 다음이죠.
관리자는 보고를 받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무엇을 내보내고 무엇을 접을지 고르는 자리이기도 하고, 갓 들어온 사람의 첫 1년을 받쳐주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앞엣것만 비용으로 계산하고 뒤엣것을 빈칸으로 둔 채 지우면, 청구서는 몇 분기 뒤에 다른 이름을 달고 돌아옵니다. 기술 사고라든가, 사기 지표라든가.
메타는 3년 만에 그 청구서를 받았습니다. 우리 조직의 청구서는 언제 도착할까요. 아직 안 왔다면, 지금이 계산서를 미리 들여다볼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