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예산은 불어나는데 손익계산서에는 좀처럼 흔적이 잡히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 중 하나로 여러 기업들이 워크플로우 개선을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있는데요.
오늘 소개할 아티클은 2026년 8월 20일 @HBR에 실린 4 Steps to Transform the Middle Office with AI입니다. Accenture와 Google의 연구진은 기업이 AI의 쓸모를 찾으려면 가장 쉽고 반복적인 업무만 바라보지 말고, 계약 검토·규정 준수·위험 관리·매입채무처럼 사람의 판단과 부서 간 조정이 얽힌 미들 오피스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실 워크플로우 개선을 위해 바로 AI를 붙일 게 아니라 가치가 생산되지 않는 지점 파악이 중요합니다. 그 지점은 사람들이 잡고 있는 구간, 부서들간의 트랜잭션이 발생하는 지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원과 부서장 여러분이 AX 과제를 고르고 성과를 점검할 때 쓸 수 있도록 네 가지 질문만 선별했습니다. 어디서 시작할 것인가, AI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사람은 어디에 남아야 하는가, 무엇으로 성과를 잴 것인가입니다.
1. 개인이 몇 분 아꼈는가로는 손익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많은 조직이 AX의 첫 과제로 회의록 작성, 이메일 요약, 보고서 초안, 자료 검색을 택합니다. 적용하기 쉽고 구성원의 반응도 금세 드러나기 때문이죠. 교육 직후 만족도 조사에서는 생산성이 꽤 높아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조직 성과는 다른 얘기를 들려줍니다.
Humlum과 Vestergaard의 Still Waters, Rapid Currents는 덴마크의 약 2만5천 명, 7천 개 사업장, 11개 직종을 대상으로 AI 챗봇 이용 설문과 행정상 임금·근로 시간 기록을 연결한 연구입니다. 아직 피어 리뷰 학술지에 실리지 않은 NBER 워킹페이퍼라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표본과 자료가 상당히 탄탄합니다.
AI 도입은 빠르게 퍼졌고 구성원도 생산성 향상을 체감했습니다. 하지만 ChatGPT 출시 후 2년 동안 임금과 기록된 근로 시간에 미친 효과는 통계적으로 0과 구별되지 않았습니다. 2026년 개정본에서는 2%보다 큰 효과도 배제할 수 있다고 보고했고요. 절약한 시간은 콘텐츠 수정, AI 감독, 시스템 연계처럼 새로 생긴 업무나 기존 과제로 다시 흘러 들어갔습니다.
기업 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납니다. McKinsey의 2025년 글로벌 AI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8%가 적어도 한 기능에서 AI를 정기적으로 사용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전사 EBIT(Earnings Before Interest and Taxes)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이 있었다는 응답은 39%였고, 5% 이상의 EBIT 기여와 유의미한 가치를 함께 보고한 고성과 기업은 약 6%였습니다.
제 의견은 이렇습니다. 개인 생산성은 AX의 시작이지 최종 성적표가 아닙니다. 한 사람이 보고서 작성 시간을 30분 줄여도 다음 승인자가 이틀 동안 문서를 붙들고 있으면 사업 성과는 그대로입니다. 법무 검토가 빨라져도 영업·보안·재무가 서로 다른 양식으로 세 번씩 되묻는다면 계약 체결일은 당겨지지 않고요. 개인의 속도와 조직의 처리량이 같다고 보면 안 됩니다. 지난 호 단순한 일을 AI에게 다 맡긴다면?에서는 단순 업무를 모두 걷어냈을 때 인간이 창의적 여백까지 잃을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아티클은 여기에 경제적 이유를 하나 더 얹습니다. 쉬운 일 몇 개를 없애는 것만으로는 조직의 병목이 좀처럼 풀리지 않습니다.
2. 자동화 목록보다 예외가 올라오는 길을 먼저 그리세요
HBR 아티클이 주목한 미들 오피스는 조직도상의 특정 부서만을 가리키지는 않습니다. 고객과 현장을 상대하는 프런트 오피스와 정형화된 처리를 맡는 백 오피스 사이에서 판단, 통제, 승인, 조정을 떠맡는 업무 묶음에 가깝습니다.
계약서의 표준 조항 30개를 확인하는 일은 비교적 쉽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손해배상 한도를 바꾸고, 개인정보를 해외 서버에 보관하며, 납품 일정까지 예외로 요청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법무·보안·영업·재무가 함께 판단해야 하죠.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 일이 꼬이면 전문가에게 몰려오는 구간입니다. 최근 McKinsey도 금융권의 라스트마일 자동화 분석에서 미들 오피스 업무의 특징으로 높은 전문성, 고객·상품·관할에 따른 변형, 잦은 예외, 여러 시스템과 부서에 걸친 조정을 꼽았습니다. 과거의 규칙 기반 자동화가 이 구간에서 힘에 부쳤던 이유입니다.
리더는 반복 횟수가 가장 많은 업무보다 예외가 어느 지점에서 누구에게 올라오고, 어디에서 며칠씩 머무는지를 찾아야 합니다. HBR 아티클이 어려운 사례가 전문가에게 이관되는 프로세스부터 찾으라고 권하는 까닭입니다. 결국 미들 오피스 AX는 문서를 빨리 읽는 기술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조직의 의사결정 흐름을 드러내는 작업입니다.
3. 정답보다 전문가가 예외를 푸는 과정을 학습시키세요
그러면 AI에 무엇을 넣어야 할까요? 규정집과 매뉴얼부터 떠올리기 쉽습니다. 물론 챙겨야 합니다. 다만 규정집에는 정상 경로만 담겨 있어 현장에서 예외를 처리한 이유까지 남지 않은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예컨대 위험 관리 담당자는 같은 경보라도 거래 규모, 고객의 과거 이력, 다른 지표와의 불일치, 최근 규제 변화에 따라 대응을 달리합니다. 계약 담당자도 조항 하나만 떼어 보지 않고 협상력, 거래 기간, 대체 공급자, 선례를 함께 따져봅니다. 쓸모 있는 데이터에는 최종 승인 여부뿐 아니라 검토 순서와 판단 근거도 포함됩니다.
Raisch와 Krakowski(2021)가 Academy of Management Review에 발표한 Artificial Intelligence and Management: The Automation–Augmentation Paradox는 자동화와 인간 역량의 증강을 깔끔하게 떼어놓을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어느 한쪽만 밀어붙이면 부정적인 순환이 생길 수 있으며, 두 접근의 상호 의존성을 함께 다뤄야 성과가 난다는 거죠.
HBR 아티클도 AI가 전문가의 업무 결과를 흉내 내는 데서 멈추지 말고, 전문가가 예외를 해결하는 동안 처리 방식까지 학습하도록 설계하라고 권합니다. 이를테면 AI가 추천한 분류를 전문가가 수정할 때 수정값만 저장하지 말고, 어떤 자료를 추가로 확인했고 어떤 조건 때문에 결론을 바꿨는지 남기는 겁니다.
(예) C사의 위험 관리팀에서 AI가 거래 한 건을 고위험으로 분류했다고 해보죠. 담당자는 이를 중위험으로 낮춥니다.
“왜 낮추셨습니까?”
“금액만 보면 큰데요. 이 고객은 지난 18개월 동안 같은 패턴으로 거래했고, 자금 출처도 이미 확인됐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수취 국가가 바뀌었으니 그 부분만 재검증하면 됩니다.”
이 답변에는 다음 예외를 처리할 실마리가 들어 있습니다. 금액, 거래 이력, 자금 출처, 국가 변경이라는 판단 변수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축적한 수정과 근거가 AI의 다음 추천을 받쳐줍니다.
물론 전문가의 판단을 무조건 정답으로 저장하자는 뜻은 아닙니다. 편향된 관행까지 고스란히 복제할 수 있으니까요. 상반된 판단을 별도로 모으고, 규정 변경 후에는 과거 사례의 유효성을 다시 확인하며, 고위험 결정은 독립된 검토자가 승인해야 합니다. 사람을 승인 버튼으로만 남겨두면 인간-AI 협업은 껍데기가 됩니다. 전문가는 AI의 결론을 interrogate하고, AI는 그 과정에서 예외의 경계를 배워야 합니다. 판단의 선을 정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책무입니다.
4. 절감 시간이 아니라 예외의 감소와 결정의 질을 재세요
AX 성과표에는 흔히 사용률, 생성 문서 수, 절감 시간이 올라갑니다. 측정하기 편하니까요. 그러나 사용률이 90%라고 해서 매출이 늘거나 위험이 줄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AI가 만든 초안을 사람이 다시 검수하느라 시간을 더 쓰는 botsitting도 숨어 있을 수 있고요.
HBR 아티클은 AI가 전문가에게 넘어가는 업무를 실제로 줄였는지 측정하라고 제안합니다. 확보한 시간은 복잡한 의사결정, 이해관계자 관계, 고부가가치 업무로 옮겨야 한다고 짚습니다. 시간을 절약했다는 보고에서 끝나면 그 시간은 회의와 추가 과제로 슬그머니 흩어집니다.
의사결정에 대한 리더의 착각에서 말씀드렸듯 결정은 완벽한 정보를 기다리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실행과 피드백으로 궤도를 고치는 과정입니다. 미들 오피스 AX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예외를 해결하려 들지 말고, 반복해서 발생하며 판단 근거를 추적할 수 있는 예외부터 좁게 붙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무엇부터 챙겨야 할까요? 다음 네 가지를 권해 드립니다.
- 예외 이관 지도를 그리세요. 최근 3개월간 업무가 표준 경로를 벗어난 지점, 이관받은 직책, 대기 시간, 재작업 횟수를 기록하세요. 한 달에 100건 이상 발생하거나 평균 대기가 2일을 넘는 구간부터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 판단 근거를 구조화하세요. 최종 결정뿐 아니라 확인한 자료, 적용 규정, 예외를 허용하거나 거절한 이유, 추가 승인자를 남기세요. 전문가의 머릿속 기준을 데이터로 끌어내는 수순입니다.
- AI의 권한과 이관 조건을 정하세요. 저위험 사례는 자동 처리, 중위험 사례는 추천 후 사람 승인, 고위험 사례는 자료 정리만 맡기는 식으로 경계를 나누세요. 신뢰도 기준 미달, 규정 충돌, 신규 유형은 곧바로 전문가에게 넘겨야 합니다.
- KPI를 처리 흐름에 연결하세요. AI 사용률 대신 예외 이관률, 평균 처리 시간, 재작업률, 오류로 인한 손실, 전문가가 고난도 판단에 쓴 시간, 내부 고객의 대기 일수를 함께 보세요. 4주마다 오분류 사례를 검토하고 기준을 고치시길 권해 드립니다.
제 의견을 덧붙이면, 이 네 번째 단계가 가장 자주 빠집니다. AI가 1천 시간을 아꼈다고 보고하면서 그 시간이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죠. 절감 시간을 경영 성과로 바꾸는 일은 기술의 몫이 아니라 리더의 자원 배분입니다.
구독자 여러분, 다음 AX 과제를 찾을 때 업무 목록을 난이도순으로만 정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전문가의 메일함에 반복해서 쌓이는 예외, 부서 사이를 떠도는 승인, 같은 쟁점을 매번 처음부터 검토하는 장면부터 들여다보세요. 금맥은 반듯한 표준 경로보다 그 옆의 우회로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