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는 AI에게 지원서 작성을 맡깁니다. 기업은 밀려든 지원서를 AI로 추려냅니다. 지원자는 탈락 이유를 모르니 지원하는 공고를 늘리고요. 채용 담당자는 필터의 문턱을 높입니다. 지원자는 클릭, 채용 담당자는 필터, 사람은 잠시 서버 점검 중인가요? ㅎㄷㄷ
이 기묘한 채용 풍경을 두고 Reddit에서 논쟁이 붙었습니다.
20달러로 지원서를 무제한 살포합니다
발단은 채용 플랫폼 Greenhouse의 CEO 대니얼 체이트가 설명한 채용 둠 루프였습니다. @Fortune의 보도에 따르면, 20달러가량을 내면 AI가 수많은 채용 공고에 자동으로 지원해 주는 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취업 준비생 입장에서는 솔깃합니다. 한 곳씩 공고를 읽고 자기소개서를 다듬다가 머리가 터질 것 같거든요.
반대편 화면의 사정은 복잡합니다. Greenhouse에는 약 17만 5천 개의 공고가 올라와 있고, 공고 하나당 평균 254명이 지원한다고 합니다. 채용 담당자가 출근해 메일함을 열었더니 밤사이 지원서 수백 장이 도착해 있는 모양새죠. 게다가 AI로 매끈하게 다듬은 문장이 비슷비슷해 누가 이 회사에 관심이 있는지도 감지하기 어렵습니다.
장면을 떠올려 보시죠. C 지원자는 점심시간에 자동 지원 버튼을 눌렀습니다. A 채용 담당자는 그 지원서를 거르려고 AI 필터의 문턱을 올립니다. C 지원자는 응답이 없자 다음 날 지원량을 두 배로 늘립니다. 각자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인데, 전체 채용 과정은 망가집니다. 이게 채용 둠 루프입니다. 사실 대학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지요. 학생은 AI를 활용해 리포트를 내고, 일부 교수는 AI에게 채점을 맡깁니다. 우리는 사람과 소통하고 있을까요?
악수와 종이 이력서가 돌아올 판?
7월 30일 Reddit r/technology에 올라온 해당 논의에서는 기업과 구직자 중 누가 먼저 판을 흐렸느냐를 두고 설전이 오갔습니다. 기업이 AI로 지원자를 걸러내니 구직자도 AI로 지원서를 백 가지 버전으로 뿌리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적지 않았고요. Greenhouse가 해법을 파는 광고처럼 보인다는 의심도 나왔습니다.
그러다 한 댓글은 이제 단단한 악수와 종이 이력서가 다시 쓸모 있어질 차례라고 비틀었습니다. 한때는 구직 조언의 단골이었던 정장, 눈 맞춤, 악수가 최첨단 생존 전략으로 귀환할 판이라는 거죠. 기술이 한 바퀴를 돌고 나니 사람을 직접 만나는 일이 희소한 신호가 됐습니다. 묘한 귀결입니다.
흥미로운 대목도 있습니다. Greenhouse가 내놓은 해법 중 하나는 지원자가 한 달에 단 하나의 공고만 최우선 희망 직무로 표시하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희소성을 얹어 지원 의도를 증명하는 거죠. 또 다른 방안은 AI 음성 인터뷰의 제공 대상을 넓히는 것입니다. AI가 초래한 루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AI 면접을 투입합니다. 어찌 보면 AI로 난 불을 AI로 끄는 셈입니다(소화기는 맞겠지만요).
효율은 올랐는데 신뢰는 로그아웃했습니다
지원서가 많아진 것은 채용 담당자의 엄살만은 아닙니다. @AP는 Greenhouse 자료를 인용해 채용 담당자 한 명이 살펴봐야 할 지원서가 몇 년 전보다 3.5배로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동시에 AI로 지원서를 손보면 모두의 문체가 비슷해져, 되레 눈에 띄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짚었고요.
그런데 지원자도 AI를 믿지 않습니다. @Gartner 조사에서는 지원자의 26%만 AI가 자신을 공정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25%는 기업이 AI로 지원자를 평가하면 그 기업을 덜 신뢰한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조사에서는 39%가 지원 과정에 AI를 썼습니다.
믿지는 않지만 안 쓰기도 어렵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고요. 실상 이 루프는 처리 속도보다 상대방이 진짜라는 믿음을 갉아먹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 AI가 등장하는 구간을 한 줄로 밝히세요.
리더 여러분, 채용 공고 하단에 AI가 지원서 정리·추천·평가 중 어디까지 관여하는지 적어 보시기 바랍니다. 사람의 검토가 들어가는 지점도 함께 밝히고요. 지원자는 최소한 누구와 경쟁하는지 알아야 덜 허탈합니다.
- 지원량보다 의도를 보여주는 신호를 하나 마련하세요.
왜 지금 이 역할에 지원했는지를 300자로 묻거나, 실제 업무와 닮은 짧은 과제를 선택형으로 제시해 볼 수 있습니다. 클릭 한 번보다 약간 번거롭되, 밤샘 과제처럼 힘에 부치지는 않는 장치 말입니다. 적당한 마찰이 오히려 양쪽의 시간을 지켜줄 수 있습니다.
- 사람이 사람을 확인하는 순간을 남겨 두세요.
후보군이 좁혀진 뒤에는 15분 통화든 현장 인터뷰든 인간 접점을 챙기시길 권해 드립니다. 구성원 여러분도 AI를 기업 조사와 면접 연습에는 적극 활용하되, 마지막 문장만큼은 자신의 경험으로 붙들어 보세요. ‘직원은 소중한 자산입...’ CEO의 거짓말에서도 짚었듯, 사람을 소중히 여긴다는 말은 채용의 입구에서부터 증명되거든요.
채용 둠 루프를 끊는 한 수는 AI를 몰아내는 데 있지 않을 겁니다. 지원자와 기업이 서로의 진짜 의도를 확인할 작은 창구를 다시 여는 데 있겠죠. 다음 면접에서는 악수까지는 아니어도 눈인사부터 제대로 나눠 보실래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