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는 교육을 더 실시해도, 비판을 더 시켜도, 연차가 쌓여도 AI 활용 격차는 알아서 메워지지 않는다는 얘기를 나눴습니다. 텍사스대 오스틴 맥콤스 경영대와 KPMG 연구진이 초기 경력 전문가 523명을 추적한 HBR 연구에서 증폭자 50.1%, 위임자 25.8%, 견습생 24.1%로 세 갈래가 났는데, 정작 비판적 사고력도 직무 지식도 AI 리터러시도 그랬습니다(McCombs, Shaping Early-Career Success in the Age of AI). 오늘은 남은 세 가지, 도구와 세대와 평가에 얽힌 오해를 짚어봅니다. 함께 모색해보시죠!
오해 ④ 모델이 좋아지면 격차는 자연히 평준화된다
지금은 과도기라 차이가 나는 것이고, 도구가 더 똑똑해지면 다 같이 잘하게 된다. 그러니 기다리면 된다.
정확히 반대입니다. 물론 평준화를 가리키는 연구가 없지는 않습니다. Brynjolfsson, Li, Raymond(2025)가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에 실은 연구를 보면, 고객지원 상담사 5,172명에게 생성형 AI 어시스턴트를 붙였더니 시간당 해결 건수가 평균 15% 올랐습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분포입니다. 신입·저숙련 상담사는 34% 뛴 반면, 숙련자에게는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습니다. AI가 잘하는 사람의 노하우를 퍼뜨려 뒤처진 쪽을 끌어올린 셈이죠.
다만 조건이 붙습니다. 정답이 대체로 하나로 수렴하는 정형 응대 업무였다는 것. 기획서, 시장 분석, 제안 전략처럼 정답이 열려 있는 판에서는 셈법이 뒤집힙니다. 모델이 좋아질수록 수용 가능한 결과물의 기준선이 같이 올라가거든요. 기준선이 계속 재설정되는 국면에서 같은 노력으로는 차별화가 되지 않습니다.
위임자 집단을 놓고 따져보시죠. 이들은 AI 산출물을 최소한만 훑고 받아들이고, 자기 판단을 거의 얹지 않았습니다. 작년에 60점짜리를 80점으로 올려주던 도구가 올해는 85점을 그냥 내놓습니다. 85점을 그대로 제출하는 사람의 기여분은 얼마일까요. 0입니다. 도구가 좋아질수록 이 0은 더 잘 보이게 됩니다. 예전엔 초안을 다듬느라 흘린 땀이라도 얹혔지만, 이제는 그 땀마저 도구 쪽으로 넘어갔으니까요.
같은 연구진이 KPMG 백오피스에서 8개월간 2,597명의 실제 AI 상호작용 140만 건을 뜯어본 결과도 같은 곳을 가리킵니다. 고성과를 가른 건 네 가지 행동 신호였습니다. 얼마나 자주 돌아오는가(빈도), 결과를 몇 번이나 되돌려 다듬는가(끈기), 처음부터 얼마나 어려운 과제를 던지는가(야심), 과제에 맞는 도구를 골라 쓰는가(의도성). 이 네 가지를 꾸준히 보인 사람은 전체의 약 5%에 그쳤습니다(KPMG, Sophisticated AI collaboration). 연구진의 표현을 빌리면 차이는 프롬프트 문장이 아니라 참여 패턴에 숨어 있었습니다.
오해 ⑤ 주니어는 디지털 네이티브라 알아서 익힌다
젊은 세대는 새 도구에 빠르다. 굳이 붙들고 가르칠 것까진 없다.
KPMG의 AI 리더 Rahsaan Shears의 지적이 뼈아픕니다. 가장 AI 네이티브한 세대인데도 도구 유창성이 최고 성과자를 가르지 못했다면, 그건 특정 세대가 아니라 인력 전체를 두고 무언가를 알려주는 신호라는 겁니다.
(예) 한 금융사 마케팅팀의 D 대리가 이 결을 잘 보여줍니다. 새 모델이 나오면 하루 만에 손에 익히는 사람입니다. 단축키도 팀에서 제일 빠르고요. 그런데 반기 캠페인 성과 분석을 맡기자 결과가 한없이 밋밋했습니다. 왜 이 캠페인은 먹혔고 저 캠페인은 안 먹혔는가. 이 물음 자체를 세워본 적이 없었던 겁니다. 손은 빨랐고, 질문이 없었습니다.
여기서 Beane(2019)이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에 발표한 로봇수술 연구를 꺼내볼 만합니다. 전통적인 개복수술에서는 전공의가 조금씩 참여를 늘려가며 배우는 승인된 경로가 잘 굴러갔습니다. 그런데 로봇수술로 넘어가자 전공의가 실제 수술에서 맡을 몫이 급격히 줄었고, 그 경로가 무너졌습니다. 그럼에도 숙련에 이른 소수가 있었는데요. 이들은 그림자 학습(shadow learning)이라 불릴 만한 편법으로 배웠습니다. 남보다 일찍 한 분야에 올인하고, 감독 없이 시뮬레이터를 반복하고, 제 역량의 경계에서 혼자 분투하는 위험을 감수했습니다. 배움의 통로가 막히자 규범을 비껴가는 소수만 살아남은 거죠.
지금 벌어지는 일이 이것과 판박이입니다. 초안 쓰기, 자료 정리, 1차 분석. 주니어가 밟고 올라가던 계단이었습니다. 그 계단을 AI가 대신 밟습니다. AI가 주니어 계층을 대체하는가? 편에서 말씀드렸듯 신규 채용부터 줄어드는 판인데, 남아 있는 사람들의 학습 경로마저 걷혀버리는 모양새입니다. (물론 개중에는 알아서 길을 뚫는 D 대리 같은 인재도 나오겠지만요.) 이걸 개인의 성실성에 맡겨두면 편법으로 배운 소수만 남습니다. 공식적인 계단을 다시 깔아주는 일, 이게 리더의 책무입니다.
오해 ⑥ 평가는 결과물만 잘 보면 된다
과정은 개인의 재량이고, 관리자는 산출물의 질만 확인하면 충분하다.
결과물만 놓고는 위임자와 증폭자를 가려낼 재간이 없습니다. 파일만 열어보면 둘 다 그럴듯하거든요. 그래서 연구진은 최종 산출물과 함께, AI와 일하는 동안 판단과 감독을 어떻게 얹었는지를 나란히 평가하라고 권합니다. 보이지 않던 기술을 코칭 가능한 것으로 끌어내자는 겁니다(HR Dive 보도).
당장 손에 쥐고 해보실 수 있는 세 가지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제출물 맨 앞에 세 줄을 붙이게 하세요. AI 결과 중 무엇을 그대로 받았고, 무엇을 고쳤고, 무엇을 버렸는지. 이유까지 한 줄씩 달게 하시고요.
- 리뷰 미팅의 앞 15분은 결과물을 덮어두고 프레이밍만 보세요. 어떤 역할을 부여했고, 어떤 예시를 줬고, 몇 번을 되돌렸는지. 원온원에서 대화 로그를 같이 열어보는 것도 한 수입니다.
- 팀 표준을 확정 지으세요. 어떤 과제에 어떤 도구를 쓸지 정해두지 않으면 의도성은 끝내 개인의 취향으로 남습니다.
증폭자들이 유난히 영리해서 앞선 게 아닙니다. 워크플로를 조율하고, 문제를 프레이밍해 방향을 잡고, 결과를 실제 업무 맥락에 고정시키고, 여러 라운드에 걸쳐 다듬었을 뿐입니다. 전부 가르칠 수 있는 행동입니다.
두 편에 걸쳐 여섯 가지를 짚었는데, 결국 한 문장으로 귀결됩니다. 교육은 입장권을 나눠주는 일이고, 누구나 입장한 다음 격차가 벌어집니다. 리더가 들여다볼 자리는 완성된 파일이 아니라 그 파일이 만들어진 30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