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번 주(7월 7~9일)에도 미국 인디애나 웨슬리안 대학에서 글로벌 팔로워십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습니다. 슬로건이 '팔로워십을 발견하라, 대화에 참여하라'입니다. 리더십은 넘칠 만큼 이야기했으니 이제 따르는 사람 쪽을 보자는 거죠. 반가운 흐름이긴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단어가 유행어처럼 번지는 걸 보면서 슬쩍 걱정이 됩니다. "우리 팀은 팔로워십이 약해"라고 할 때, 그 말이 대체 무슨 뜻인지 서로 다르게 쓰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요. 어떤 임원은 '시키면 군말 없이 따르는 태도'를 떠올리고, 어떤 팀장은 '알아서 챙기는 주인의식'을 떠올립니다. 같은 단어를 두고 정반대를 상상하는 셈이죠. ㅜㅜ
마침 딱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연구가 올해 나왔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학계조차 '팔로워십'이라는 말을 반쯤은 엉뚱하게 써왔다고 합니다. 개념부터 바로잡지 않으면 이 좋은 키워드가 그냥 소비되고 말겠다 싶어, 오늘 같이 들여다보려 합니다.
'팔로워십 연구'라면서, 절반은 팔로워를 안 봤습니다
메리 얼-비엔(Mary Uhl-Bien)과 동료들이 2026년 Annual Review of Organizational Psychology and Organizational Behavior에 발표한 리뷰 논문은 좀 충격적인 계산을 내놓습니다. 스스로 '팔로워십 연구'라고 이름 붙인 논문들을 모아보니, 그중 거의 절반이 실은 리더십을 다루거나 일반적인 직원 행동을 다루고 있었다는 겁니다. 팔로워십이라는 간판만 걸었을 뿐, 정작 '따름'이라는 현상 자체는 안 보고 있었던 거죠.
여기서 저자들은 세 가지를 칼같이 구분합니다. 첫째, 리더십. 둘째, 팔로워십. 셋째, '직원됨'(employeeship), 그러니까 그냥 조직 구성원으로서 하는 성실·이직·몰입 같은 일반적 행동입니다. 문제는 많은 연구가 '직원이 성과를 잘 낸다', '이직 의도가 낮다' 같은 걸 측정해놓고 팔로워십이라 불렀다는 데 있습니다. 성실한 직원인 것과, 리더를 '따르는' 관계 속의 팔로워인 것은 다른 이야기인데 말이죠.
이게 왜 현장에서 문제가 되느냐. 개념이 흐리면 처방도 흐려지기 때문입니다.
(예) A 팀장이 "우리 팀 팔로워십 좀 키워야겠다"고 마음먹습니다. 그런데 머릿속 정의가 흐릿하니, 결국 하는 일은 근태 조이기와 지시 이행 점검이 되어버립니다. 그건 '직원 관리'지 팔로워십이 아니거든요. 정작 필요한 건, 팀원이 리더의 방향에 어떻게 힘을 실어주고 때로는 어떻게 제동을 걸어주느냐 하는 관계의 질인데, 엉뚱한 데 힘을 쏟는 겁니다. 진단명이 틀리면 약이 듣지 않는 법입니다.
'렌즈만 뒤집었을' 뿐, 주인공은 여전히 리더였습니다
그럼 진짜 팔로워를 본 연구들은 어땠을까요. 얼-비엔과 동료들은 이걸 다시 두 갈래로 나눕니다. 하나는 '렌즈 뒤집기'(reversing the lens), 다른 하나는 '공동창조'(co-creation)입니다.
'렌즈 뒤집기'는 카메라 방향만 리더에서 팔로워로 돌린 접근입니다. 예전엔 "리더의 어떤 특성이 성과를 높이는가"를 물었다면, 이제 "팔로워의 어떤 특성이 리더의 효과성을 높이는가"를 묻는 식이죠. 시선은 팔로워로 옮겨왔지만, 여전히 질문의 목적지는 '더 나은 리더십'입니다. 팔로워는 리더를 빛나게 하는 조연으로 남아 있는 셈이고요. (아... 저도 이런 관점을 많이 설파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반면 '공동창조'는 아예 판을 바꿉니다. 리더십이라는 것 자체가 리더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 리더와 팔로워가 매 순간 주고받으며 함께 빚어내는 과정이라고 보는 관점입니다. 여기서 팔로워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라, 리더십을 같이 만드는 공동 참여자예요. 그런데요, 이번 리뷰에 따르면 이 공동창조 관점을 취한 연구는 전체의 10%도 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는 죄다 렌즈만 뒤집은 채, 여전히 리더를 중심에 놓고 있었던 거죠.
사실 이 두 갈래는 갑자기 나온 이야기가 아닙니다. 얼-비엔, 리지오, 로우, 카스텐이 2014년 The Leadership Quarterly에 실은 팔로워십 이론 리뷰에서 이미 역할 기반 접근과 구성주의적(과정) 접근이라는 두 축을 제시했거든요. 10년이 지났는데도 학계의 무게중심은 좀처럼 두 번째 축으로 넘어가지 못한 겁니다.
그렇다면 팔로워들은 스스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요. 그들의 2010년 연구에 따르면, 어떤 이들은 팔로워를 '복종·순응·윗사람 뜻 따르기'로 정의하는 반면, 어떤 이들은 '리더에게 건설적으로 질문하고 이견을 내는 것'을 팔로워의 핵심으로 꼽더라는 거죠. 같은 회사, 같은 직급인데도요. 게다가 이 정의는 맥락에 따라 달라집니다. 심리적으로 안전한 자리에선 목소리를 내던 사람이, 분위기가 경직되면 입을 닫는 식으로요.
결국 팔로워십은 사람 머릿속에 고정된 성격이 아니라, 리더와 상황이 함께 만들어내는 무엇에 가깝습니다. 이 대목은 예전에 제가 <가짜 리더십: 리더십은 리더의 전유물> 호에서 '리더와 팔로워는 한 몸'이라고 말씀드린 것과 그대로 이어집니다. 리더 개인만 갈고닦아선 절반짜리라는 이야기였죠.
현장의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하나
여기까지 읽고 "그래서 나더러 어쩌라고" 싶으실 수 있습니다. 개념 정리는 학자들 몫 아니냐고요. 그런데 현장 리더에게 이게 꽤 실용적인 시사점을 줍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팔로워십을 '구성원이 갖춰야 할 태도'로만 보면, 리더는 팔로워십의 바깥에 서 있게 됩니다. 채점관이 되는 거죠. 반대로 공동창조 관점을 받아들이면, 리더 자신이 팔로워십을 만드는 절반의 당사자가 됩니다. 팀원이 소극적이라면, 그건 팀원만의 성향이 아니라 내가 그런 반응을 유도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묻게 되고요.
(예) B 임원은 회의 때마다 "왜 아무도 반대 의견을 안 내지?"라며 답답해했습니다. 그런데 녹취를 되짚어보니, 누군가 이견을 꺼낼 때마다 B 임원이 0.5초 만에 "그건 이미 검토했고"로 받아쳤더군요.
팀원들의 침묵은 팔로워십 부족이 아니라, 그 방에서 학습된 반응이었던 겁니다. 렌즈를 뒤집어 팀원을 탓하는 대신, 판 자체를 같이 짜야 한다는 신호였죠. 물론 모든 이견이 다 값진 건 아니겠지만요. 그래도 리더가 먼저 '우리는 공동 참여자'라는 자리에 서면, 대화의 온도가 달라집니다. 이건 예전 CMO-CFO 목표 상충 해소법 호에서 두 부서가 '본질적으로 같은 걸 원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씀드린 것과도 통합니다. 관점을 바꾸는 게 먼저고, 기법은 그다음입니다.
아... 리더십과 팔로워십이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리더이자 팔로워이기 때문에 교육훈련 역시 이 관점에서 새로 셋팅될 필요가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