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목표 점검 & 피드백하셨나요? 대시보드를 열어 진척률을 확인하고, 뒤처진 지표에 빨간 표시를 하고, 다음 분기 숫자를 다시 짜는 그 시기입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으신가요. 목표는 분명 채웠는데, 직원들 표정은 왜 자꾸 시무룩할까요? KPI는 초록불인데 정작 사람은 지쳐 보이고요. 어떤 팀은 숫자를 다 맞추고도 얼마 뒤 핵심 인재가 조용히 사직서를 냅니다. 반대로 숫자는 조금 모자라도 눈이 살아 있는 팀도 있죠. 성과관리를 오래 해 본 리더라면 이 온도차를 한 번쯤 느끼셨을 겁니다.
오늘은 그 온도차의 정체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성과관리의 절반은 '측정'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의미'입니다. 숫자를 관리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사람이 그 숫자에서 무엇을 느끼는지를 관리하고 있었던 거죠. 같이 보시죠!
목표는 채웠는데 사람이 떠나는 이유
먼저 불편한 통계 하나부터 보겠습니다. @McKinsey가 발표한 일의 목적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자신의 삶의 목적이 상당 부분 '일'을 통해 정의된다고 답했습니다. 사람들은 일에서 밥벌이만 찾는 게 아니라 '내가 왜 이걸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임원·상위관리자의 85%는 "나는 일에서 목적을 실현하며 살고 있다"고 답한 반면, 현장 관리자와 실무 구성원은 단 15%만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솔직히 임원 세계는 별천지죠 ㅋㅋ) 같은 회사, 같은 사업, 같은 목표인데 위층과 아래층의 체감이 이렇게 갈립니다. 저는 이 격차를 '의미의 누수'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위에서는 분명 의미가 있는데, 아래로 내려오면서 새어 나가는 거죠.
(예) A 팀장의 팀은 지난 분기 매출 목표를 108% 달성했습니다. 성과급도 나왔고요. 그런데 회식 자리에서 한 팀원이 술김에 그러더랍니다.
"팀장님, 저희가 이걸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가끔 모르겠어요."
A 팀장은 머리가 잠깐 하얘졌다더군요. 목표는 그렇게 또박또박 전달했는데, 정작 '그 목표가 누구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는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던 겁니다. 숫자는 관리했지만 의미는 관리하지 않았던 거죠. 성과관리에서 우리가 가장 자주 빠뜨리는 칸이 바로 여기입니다.
'의미'는 훈화가 아니라 '연결'입니다
그러면 의미를 관리한다는 게 뭘까요. 아침마다 "우리 일은 소중합니다"라고 외치는 걸까요? 아닙니다. 의미는 구호로 생기지 않습니다. 구성원의 일과 '그 일이 닿는 사람'을 눈으로 연결해 줄 때 생깁니다.
이걸 실험으로 증명한 연구가 있습니다. 애덤 그랜트(Grant, 2008)가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발표한 태스크 시그니피컨스 연구입니다. 그랜트는 대학 기금 모금 콜센터 상담원들을 대상으로 세 번의 현장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한 집단에게는, 그들이 모은 장학금으로 실제 학업을 이어간 수혜 학생을 직접 만나 짧게 이야기를 나누게 했습니다. 딱 그것뿐이었죠. 업무 방식도, 인센티브도 바꾸지 않았고요.
결과가 놀랍습니다. 수혜 학생을 만난 집단은 이후 주당 통화 시간과 모금액이 몇 배로 뛰었습니다. 반면 아무 개입도 없던 집단은 제자리였고요. 두 번째 실험에서는 안전요원들에게 '당신이 지킨 물에서 사람이 실제로 구조된 사례'를 읽게 했더니, 헌신적 행동과 동료를 돕는 행동이 늘었습니다. 그랜트는 이 효과가 '내 일이 누군가에게 실제로 영향을 준다'는 인식과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감각을 거쳐 성과로 이어진다고 설명합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상담원의 스킬을 훈련한 게 아니라, 자기 일의 '의미'를 눈으로 보게 했을 뿐인데 성과가 움직였습니다. 성과관리가 곧 의미관리라는 말이 추상적 수사가 아닌 이유죠.
(예) B 임원은 이 원리를 자기 방식으로 써먹었습니다. 품질관리팀이 늘 '반려·재작업'이라는 부정적 숫자에만 시달리자, 매달 회의 첫 5분을 바꿨습니다. 그달 품질팀 덕분에 사고를 면한 고객사 사례, 현장에서 온 감사 메일 한 통을 읽는 시간으로요. 대단한 제도 개편이 아닙니다. 그런데 반년 뒤 품질팀의 자발적 개선 제안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합니다. 신경을 더 쓰라고 다그친 게 아니라, 그들의 수고가 어디에 닿는지를 보여준 것뿐이었죠.
의미관리는 제도가 아니라 리더의 '언어'로 굴러갑니다
여기서 오해 하나를 풀어야겠습니다. 의미관리라고 하면 거창한 평가제도 개편이나 미션·비전 워크숍부터 떠올리기 쉬운데요. 물론 제도도 거들지만, 실제 레버는 훨씬 소박한 곳에 있습니다. 리더가 매일 쓰는 언어, 그중에서도 피드백과 1on1 대화죠.
이 지점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연구가 있습니다. 앨런과 동료들(Allan, Batz-Barbarich, Sterling, & Tay, 2019)이 Journal of Management Studies에 실은 일의 의미에 관한 메타분석입니다. 44개 연구, 2만 3천여 명의 데이터를 종합한 대규모 분석인데요. '일의 의미(meaningful work)'는 업무 몰입, 조직 몰입, 직무 만족과 강한 상관을 보였습니다. 일에서 의미를 느끼는 사람은 더 몰입하고, 덜 떠난다는 겁니다. 감(感)이 아니라 데이터가 그렇게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 '의미'를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까요. 저는 성과 대화의 구조를 살짝 바꾸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성과 피드백은 '무엇을(What)'과 '얼마나(How much)'에 갇혀 있죠. 목표 대비 몇 %, 어디가 부족, 다음엔 어떻게. 여기에 '왜(Why)'와 '누구에게(For whom)' 두 칸만 더하면 대화의 결이 달라집니다.
이건 지난 호에서 다룬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지상강의: 코칭과 성과에서, 드러커의 "측정하지 못하면 관리할 수 없다"는 말이 사실은 오인용이며, 지표가 오히려 행동을 규정해버린다고 말씀드렸죠. 무형의 가치와 질적 평가를 함께 봐야 한다는 그 이야기의 연장선이 바로 오늘의 '의미관리'입니다. 숫자만 들여다보면 사람은 숫자에 맞춰 얄팍하게 움직이기 마련이거든요.
(예) C 구성원은 반복적인 데이터 정제 업무에 지쳐 있었습니다. "이걸 왜 이렇게 꼼꼼히 하나 싶어요"가 입버릇이었죠. 그의 리더는 다음 1on1에서 딱 한 문장을 바꿔 물었습니다.
"이 데이터가 다음 단계에서 누구 손으로 넘어가는지 알아요?"
알고 보니 그 데이터는 영업팀이 고객 제안서를 쓰는 근거였고, 오류 하나가 계약을 통째로 흔들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C는 그제야 자기 일의 무게를 다르게 느꼈다고 합니다. 업무는 그대로인데, 의미가 달라진 거죠. (물론 이 한 마디로 모든 저성과가 풀리진 않겠지만요)
마무리
성과관리를 잘한다는 건 숫자를 촘촘히 들여다보는 능력만은 아닙니다. 그 숫자 뒤에 앉은 사람이 자기 일의 이유를 잃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측정은 도구고, 의미는 연료죠. 연료가 마르면 아무리 좋은 계기판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번 주, 대시보드를 열기 전에 딱 한 사람에게 "이 일이 누구에게 닿는지" 물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성과관리의 절반은 거기서 시작됩니다. ^^
오늘 자 뉴스레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