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흐르고 있습니다. 상반기 끝인데요, 이제는 상당수 기업에서 상반기 리뷰 또는 평가를 공식화하고 있습니다. 리더들의 부담이 커지는 소리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성과관리가 성과를 만들고 있을까요?
리머릭대학교의 케빈 머피(Kevin R. Murphy) 교수가 2025년 @Human Resource Management 저널에 성과관리의 환상(The Illusion of Performance Management)이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제목부터 도발적이죠.
머피 교수의 논지는 단순하면서도 뼈아픕니다. 현대 성과관리의 핵심 도구 세 가지 중 두 가지 — '조직 전략 목표와 개인 직무 목표의 정렬', '잦은 비공식 피드백을 통한 성과 관리' — 가 실증적으로 효과를 입증한 적이 거의 없다는 거죠. 게다가 이 도구들은 의도와 정반대로 작동한다고 그는 지적합니다. 위에서 내려온 목표를 받아 적고, 그에 맞춰 평가받고, 끊임없이 피드백받는 과정에서 구성원의 자율성과 책임감이 오히려 깎여나간다는 겁니다.
생각해보면 짐작이 갑니다. (예) B 대리는 분명 자기 일에 욕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분기마다 'OKR 정렬 워크숍'에 끌려가서 자기 일을 회사 전략에 끼워 맞추는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일이 '내 일'이 아니라 '맞춰야 하는 일'이 되어버린 거죠. 머피 교수는 이런 하향식 정렬이 자율성을 빼앗는 구조적 장치라고 못박습니다. 결론은 짧고 단호합니다. 성과관리라는 환상을 그만 내려놓을 때가 됐다고요.
물론 머피 교수의 주장이 모든 평가 제도를 폐기하자는 뜻은 아닙니다. 그가 진짜로 묻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관리'라는 단어로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말 직시해본 적이 있느냐는 거죠.
그렇다면 '잦은 피드백'은 효과가 있을까
성과관리 무용론은 그동안에도 종종 나왔습니다. 그런데 머피 교수가 특히 날을 세운 곳이 '상시 피드백' 영역입니다. 2010년대 후반부터 글로벌 기업들이 연 1회 평가를 폐지하고, 그 자리를 '주간 1on1, 월간 체크인, 분기 360도 피드백'으로 채워온 그 흐름 말이지요.
마침 같은 해, 매쿼리·일리노이·뢰번대학의 에마 하이네(Emma Heine), 로버트 라이든(Robert Liden), 예룬 스토우텐(Jeroen Stouten) 교수팀이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에 성과 피드백: 비판적 체계 문헌고찰(Performance Feedback: A Critical Systematic Review)을 발표했습니다. 약 30년 만에 처음으로 성과 피드백 문헌 173편을 통째로 훑어본 대형 리뷰인데요. 결론이 묘합니다. '피드백'이라는 단어 하나에 너무 많은 정의가 뒤섞여 있고, 긍정·부정 피드백의 결조차 명확히 구분하지 않은 연구가 많아서, "피드백은 효과가 있다"라고 단정할 만한 일관된 근거가 그동안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거죠.
잦은 피드백이 '소통'이 아니라 '검사(검열의 검)'로 받아들여지는 순간, 효과는 거꾸로 갑니다. 이 주제는 예전에 다룬 <성과관리하면 성과창출되나요?>편과 같이 보시면 좋습니다. 거기서도 짚었듯, 제도가 복잡해질수록 정작 '일'은 뒤로 밀려나기 마련입니다.
'관리'에서 '지원·촉진'으로 — 머피가 제안하는 방향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머피 교수의 처방은 두 단어로 압축됩니다. '관리하지 말고 지원·촉진하라(support and facilitate).'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단순합니다. 팀장의 역할을 '성과를 짜내는 사람'이 아니라 '성과가 나오는 길을 트는 사람'으로 다시 정의하는 거죠. 머피 교수는 지원적 리더십(supportive leadership) 연구가 일관되게 효과를 보여왔음을 지적합니다. 구성원이 '어디서 막혔는지' 듣고, '무엇을 치워주면 일이 굴러갈지' 묻고, 의사결정 권한을 가능한 한 현장에 돌려주는 것. 이게 30년치 성과관리 도구보다 더 단단한 효과를 낸다는 겁니다.
하이네 교수팀의 리뷰도 같은 결을 짚습니다. 피드백 자체가 마법이 아니라, 피드백이 '과제 자체'로 주의를 돌리느냐 '자아 평가'로 주의를 돌리느냐에 따라 효과가 정반대로 나뉜다는 거죠. (물론 잘 설계된 피드백은 분명 필요하겠지만요) 결국 핵심은 빈도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입니다.
이 흐름은 모티베이션의 작동 원리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관련해서 <모티베이션에 대한 잘못된 가정>편도 함께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마무리
머피 교수가 던진 질문은 한국 팀장님들께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매년 평가 양식은 더 정교해지고, 피드백 횟수는 더 늘어나는데, 정작 '일이 더 잘 굴러가는 느낌'은 옅어진다면 — 뭔가 싸한 겁니다. 관리의 도구를 더 늘릴지, 아니면 '관리'라는 단어 자체를 잠시 내려놓고 '지원'을 시작할지, 평가 시즌 전에 한 번 멈춰서 골라보시기 바랍니다. 성과관리가 성과관리를 위한 관리만 하지 않는 때가 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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