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올해, 어김없이 '조직 슬림화', '비용 효율화', '의사결정 단계 축소' 같은 단어가 적힌 메일을 받으셨을지 모릅니다. 박스 그림이 바뀌고, 보고 라인이 한 칸 줄고, 회의가 통폐합됩니다. 그런데 반년쯤 지나 돌아보면 뭔가 싸합니다. 숫자는 그대로고, 현장은 더 지쳐 있고요. "또 바꾼대요?" 하는 한숨이 먼저 나옵니다.
낯설지 않으시죠? 사실 이건 우리 회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 리더 1만여 명을 들여다본 최신 리포트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익숙한 처방을 아무리 반복해도 약발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겁니다. 오늘은 '왜 같은 처방인데 효과가 안 날까', 그리고 그 틈에 낀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할까를 같이 모색해보시죠!
처방은 그대로인데, 약효는 '수확 체감' 중입니다
McKinsey가 16개 산업·15개국의 리더 1만여 명을 조사해 내놓은 The State of Organizations 2026은 꽤 불편한 진단을 내놓습니다. 구조조정, 계층 축소(딜레이어링), 인력 감축, 비용 절감 — 우리가 '성과가 안 나면 일단 꺼내 드는' 그 익숙한 카드들이 이제 '수확 체감'(diminishing returns) 구간에 들어섰다는 거죠. 한 번 더 접어도 더는 줄어들 살이 없는 상태라고 할까요.
숫자가 제법 아픕니다. 같은 리포트를 정리한 @HRZone에 따르면, 고성과 문화를 만들어 '지속적인' 성과 개선에 성공하는 조직은 25%에 못 미칩니다. 바꿔 말하면 나머지 75%는 개편을 하고도 그때뿐이라는 얘기입니다. 일이 흐르는 방식 — 부서 간 핸드오프, 중복 업무, 쓸데없는 회의, 누가 결정하는지 모를 의사결정권 — 이 엉킨 채로 박스만 새로 그렸으니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예) 어느 제조사의 A 본부장은 작년에 4개 팀을 3개로 합치며 "보고가 빨라질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6개월 뒤 현장은 이랬습니다.
"팀은 합쳤는데, 결재는 더 늘었어요. 누가 사인하는지 몰라서 일단 다 돌리거든요..."
박스는 줄었지만 '결정의 흐름'은 손대지 않았던 거죠. 리포트가 말하는 진짜 레버는 박스 재배치가 아니라 일이 오가는 방식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데 있습니다.
진짜 병목은 박스가 아니라 '정렬 격차'였습니다
리포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숫자 하나를 소개합니다. '반드시 이겨야 할 과제'(must-win battles)가 무엇인지 명확히 안다고 답한 비율이 C-레벨에서는 56%인데, 중간관리층으로 내려오면 27%로 뚝 떨어집니다. 절반이 갈리는 셈이죠. 위에서는 방향 다 정했고 공유했다는데, 중간에서는 "그래서 뭐가 1순위냐?"가 흐릿한 겁니다. 이걸 @McKinsey는 '정렬 격차'라고 부릅니다.
게다가 전사 차원에서 자원을 과감히 재배분하는 조직은 30%뿐이라고 하고요. 방향은 바뀌었다는데 사람·예산·시간은 옛날 그대로 흐른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현장에서 보면 전략은 PPT에만 있고, 일은 작년 하던 대로 돌아가는 거죠.
핵심은 아래 위 번역을 하려면 중간관리자 본인이 먼저 '맥락'을 알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대목은 예전에 다룬 <'명확한' 업무 지시란 무엇일까?> 편과 같이 보시면 좋습니다. 거기서 명확함이란 '할 일을 잘게 쪼개 주는 것'이 아니라 '맥락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라고 했었죠. 정렬 격차도 결국 같은 이야기입니다. 윗선의 56%가 '뭘 안다'고 할 때, 그 27%로 새는 절반은 대개 '왜 이게 1순위인지'라는 맥락이 빠진 자리거든요.
(예) B 팀장은 분기 워크숍에서 임원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올해 세 가지 다 중요하다고 하셨는데요, 셋 중에 하나만 해내야 한다면 뭘로 평가받습니까?"
질문이 좀 당돌했지만, 그 자리에서 1순위가 정리됐고 B 팀장 팀은 우왕좌왕이 확 줄었다고 하더군요. 정렬은 위에서 내려오기만 기다리는 게 아니라, 중간에서 끌어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번 주 실천 가이드
- '1순위 한 가지'를 위에 직접 물으세요. 다음 주간/월간 보고 자리에서 "셋 다 중요하다는 건 알겠고, 하나만 해낸다면 무엇으로 평가받습니까?"라고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56%와 27% 사이의 그 절반을, 묻는 사람이 메웁니다.
- 개편·지시가 내려오면 24시간 안에 '우리 팀 번역본'을 보내세요. 원문 그대로 포워딩하지 마시고, "우리 팀에 영향 가는 건 ○○ 두 가지, 나머지는 그대로"처럼 줄여서 정리해 주세요. 추측의 공백을 비워 두지 않는 게 핵심입니다.
- '결정의 흐름'을 한 줄로 그려 보세요. 우리 팀의 대표 업무 하나를 골라 '누가 시작-누가 검토-누가 최종 결정'을 적어 보시면, 박스가 아니라 어디서 일이 막히는지가 보입니다. 중복 결재 한 개만 걷어내도 약발이 옵니다.
- 비공식 해석을 5분 점검하세요. 주간 미팅 끝에 "이번 변화, 다들 어떻게 이해하고 계세요?"를 한 번 돌려 물어보세요. 어긋난 해석을 일찍 잡는 게 나중에 방향 틀어진 일을 되돌리는 것보다 훨씬 쌉니다.
- 자원이 안 따라오면 그 사실을 위로 올리세요. "방향은 받았는데 인력/시간이 그대로면 우선순위 ○○는 미뤄집니다"라고 솔직하게 알리는 것도 정렬 작업입니다.
같은 처방을 한 번 더 반복하는 것으로는 25%의 벽을 못 넘습니다. 리포트가 가리키는 진짜 변화의 현장은 박스 그림이 아니라, 전략과 사람 사이에 낀 바로 그 자리 — 여러분이 매일 서 있는 그 자리입니다. 거창한 개편이 아니라, 1순위를 묻고 맥락을 번역하고 해석의 공백을 메우는 작고 꾸준한 일들이 약발의 차이를 만든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