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초 CEO를 포함한 경영진의 교체가 다수 발생합니다. 제 지인 중 몇 분은 이제 현장을 떠나 명예 고문이 되거나 직장 생활을 그만둔 분들이 있습니다. 자리를 옮겨 다른 부서로 이동한 분들도 여럿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리더가 재직 시절에 어떻게 행동해서 얼마나 성과를 끌어낼 것인가에 집중했습니다. 때가 때인 만큼 ' 리더가 떠날 때'라는 주제로 말씀 나누겠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CEO의 사임을 두고 두 가지 생각의 경향이 있습니다. 우선 '짤렸다'라는 것입니다. 이 말은 CEO 책무를 다하지 못해 그랬다라는 관점 외에도 오너에게 밉보이거나 사내 정치를 못해서 물러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짤릴' 염려가 없는 오너 일가의 모습입니다. 그룹이 흔들리고, 주가가 폭락하고, 시장에서 점유율이 하락하지만, CEO 자리는 굳건합니다. 오히려 비상 선언을 하고 개혁을 이끄는 선두 주자로 포지셔닝합니다.
한국의 독특한 기업 생리와는 달리 미국의 훌륭한 CEO는 후계자 선정에 많은 공을 들입니다. 저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생각합니다. 그의 괴팍한 성품과 문제 많던 개인사 등으로 리더로서 그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의 팬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도 '스티브 잡스 같은 상사 밑에서 일하는 거 괜찮겠어요?'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그럼에도 그가 리더로서 가장 잘한 부분은 바로 후계자, 팀 쿡을 세운 점입니다. 팀 쿡은 애플을 명실상부한 대중적인 혁신 기업으로 만들었습니다. 실로 '스티브 잡스의 최고 유산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가 아니라 팀 쿡이다'라고 말할 만합니다. 물론, 스티브 잡스가 원해서 그 전환 시점을 잡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인정 받는 CEO들이라 해도 후계자를 선정하고 떠나는 데 익숙하진 않습니다. 상황이 어려울 때는 떠날 수 없고, 좋을 때는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도 떠날 때를 감지하는 신호가 있습니다.
- 업계가 새로운 성장 단계를 준비할 때 - 잠재적인 후임자들이 떠나려고 할 때 - 다음 세대를 이끄는 데 한계를 느낄 때
결국 '내가 미래에도 CEO 자리에 적합한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일부 혁신 기업에서는 CEO의 출근 첫날부터 승계 계획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인튜이트(Intuit) 브래드 스미스는 CEO로 취임한 첫날 승계 계획을 시작하라는 코칭을 받았습니다. 그가 CEO로 재직한 11년 동안 그는 이사회와 44차례 이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이사회의 일반적인 분위기로는 새로 부임한 CEO가 승계를 말하면 '어디로 떠나려나?'하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승계를 단순히 자신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리더십 개발'로 생각해야 합니다.
만약, 내부에 후임 후보가 없다면 현직 리더는 임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리더십 개발을 안 했다는 것이겠죠. 리더 개인은 유한하지만, 기업은 영속을 지향합니다. 따라서 자신의 '점'이 돼줄 후계자 양성은 매우 중요한 리더의 책무가 됩니다.
우리는 소위 '죽음 체험' 행사를 경험합니다. 유서를 쓰고 나무 관에 들어가 기분을 느낍니다. 이는 잘 죽기 위한 이벤트가 아닙니다. 잘 살기 위한 이벤트입니다. 승계 계획은 좋은 리더를 연속시키는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 작동하는 조직의 전반적인 리더십을 활성화하는 데에도 효과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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