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주장은 언제 맞고, 언제 틀리나
지금까지 살펴본 근거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신기록은 성과 체계가 갖춰졌다는 증거다"라는 주장은 다음 조건에서는 대체로 맞습니다. 신기록이 한 해의 급등이 아니라 몇 해에 걸친 상승 흐름의 끝에 있을 때입니다. 같은 시장에 있는 경쟁사나 다른 팀보다 성과가 눈에 띄게 좋을 때도 그렇습니다. 시장 전체가 좋았는데 우리도 좋았다면 순풍의 몫이 크니까요. 그리고 팀이 그 숫자를 만든 과정, 즉 어떤 고객을 어떻게 찾았고 어떤 결정이 효과를 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때입니다.
반대로 이런 경우에는 주장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결과가 대형 계약 한두 건이나 일시적인 가격 상승에 크게 기댄 경우, 핵심 인물 한 사람이 빠지면 무너지는 경우, 그리고 올해 숫자를 내느라 내년의 씨앗인 파이프라인·인재 육성·고객 신뢰를 끌어다 쓴 경우입니다. 마지막 경우는 특히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올해 숫자가 좋을수록 그 비용은 오히려 가려지거든요.
아직 모르는 부분도 있습니다. 운과 실력을 몇 대 몇으로 나눌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학계도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우리 조직에서 어떤 선행지표가 내년 성과를 가장 잘 예측하는지도 업종과 직무마다 다르고, 남의 연구로 대신 답할 수 없습니다. 이 부분은 각 조직이 몇 해 동안 데이터를 쌓으며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평가에 옮겨 오면: "내년에도 가능한가?"
이 질문을 평가 회의에 어떻게 가져올지 가상의 예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아래는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가상 사례입니다.
A팀은 목표 대비 140%로 사상 최고 실적을 냈습니다. 들여다보니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연초에 갑자기 발주를 늘린 고객 한 곳에서 나왔고, 신규 고객 발굴은 전년보다 줄었습니다. B팀은 목표의 97%로 아깝게 미달했습니다. 대신 신규 고객 비중이 늘었고, 영업 프로세스를 바꿔 제안서 승률이 분기마다 올랐으며, 팀장이 자리를 비운 두 달 동안에도 실적이 유지됐습니다. 올해 숫자만 보면 A팀이 분명히 앞섭니다. 하지만 "내년에도 이 수준이 가능한가?"라고 물으면 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A팀 등급을 깎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여기가 이 질문을 쓸 때 가장 조심할 대목입니다. 내년 가능성을 이유로 올해 결과에 대한 보상을 줄이면, 직원 입장에서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로 벌을 받는다"고 느끼게 됩니다. 운이 좋았던 해에 낸 성과도 성과입니다. 그래서 저는 두 가지를 나눠 보시길 권합니다. 올해 결과는 올해 결과대로 인정하고 보상한다. 다만 그 결과를 만든 체계가 얼마나 갖춰졌는지는 따로 평가하고 기록한다. 앞의 것은 보상의 근거가 되고, 뒤의 것은 승진·리더 선발·내년 자원 배분의 근거가 됩니다. A팀 리더에게는 "올해 숫자는 훌륭했다. 이제 이 숫자를 고객 한 곳에 기대지 않고 만들 수 있는지가 내년 과제다"라는 피드백이 가능해지고, B팀 리더에게는 미달이라는 숫자 뒤에서 쌓인 체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할 근거가 생깁니다.
평가 면담에서 쓸 질문은 세 가지면 충분합니다. 첫째, "올해 숫자 중 우리 팀이 한 일로 설명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나눠 보면?" 시장 성장률, 경쟁사 실적, 일회성 거래를 하나씩 빼 보는 질문입니다. 둘째, "핵심 인물 한 명이 빠져도 이 결과가 나왔을까?" 체계와 개인기를 구분하는 질문입니다. 셋째, "내년 성과를 미리 보여 주는 지표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파이프라인, 재구매율, 신규 고객 수, 구성원 이직 의향처럼 내년 숫자를 먼저 알려 주는 지표를 확인하는 질문입니다. 세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는 팀이라면, 이번 호 주제 문구대로 "성과를 만드는 체계가 구축돼 가는" 팀이라고 판단할 만합니다.
이 이야기는 지난 호 🤨 성과를 내는 성과관리, 입증해야 해요와 이어집니다. 그 호에서는 평가 완료율 같은 활동량 지표가 제도가 돌아갔다는 사실만 보여 줄 뿐, 성과로 이어졌는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고 짚었습니다. 이번 호는 반대 방향에서 같은 문제를 봅니다. 결과 지표도 그것만으로는 체계가 작동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활동량만 봐도, 결과만 봐도 체계는 보이지 않습니다. 과연 성과 관리가 성과를 '창출'할까?에서 다뤘듯이 성과관리 제도는 성과를 직접 만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도가 할 수 있는 가장 쓸모 있는 일은, 결과가 어디서 왔는지 따져 보도록 질문을 던지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이 질문이 모든 조직에 똑같이 맞지는 않습니다. 업력이 짧은 스타트업이나 사업 모델이 막 바뀐 조직은 "내년에도 가능한가"를 판단할 이력이 부족합니다. 그런 곳에서는 숫자의 재현 가능성보다, 실패한 시도에서 팀이 무엇을 배웠는지가 체계의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신기록을 앞에 두고 "축하합니다"와 "그런데 내년에도 됩니까?"를 함께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앞의 말은 지금 하고, 뒤의 말은 면담 테이블에서 같이 답을 찾아보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