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부터 드뎌 박사 코스워크 3학기가 개강했습니다. ㅎㄷㄷ 학기 중에는 매일 찾아뵙지는 못하고, 부정기적으로 뉴스레터가 발행될 예정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줌 피자(Zume Pizza)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이동중에 피자를 로봇과 AI를 활용하여 만든 후 빠르게 배송하는 것을 비즈니스 모델로 해서 혁신 기업으로 꼽히던 미국 회사입니다. 더 유명(?)해진 계기는 존 도어의 OKR 도서에 도입 사례로 자세히 거론됐기 때문입니다. 최신의 성과 관리 체계를 도입했고, 사업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다뤘습니다. 하/지/만...
줌 피자는 2023년 폐업했습니다. 왜 훌륭한 성과 관리가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을까요? 최근 반도체 업계의 핫 아이템인 HBM은 사실 삼성전자에서 먼저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를 따라잡기 힘든 상황이죠. 삼성전자 역시 OKR을 활용했습니다. 역시 성과 관리는 성과를 만들지 못하는 것일까요?
결론적으로 성과 관리는 성과를 직접 창출하지 않습니다. 성과 창출을 도울 틀거리라고 생각하는 게 정확합니다. 지원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럼 성과는 어디서 창출될까요?
결국 전략적 의사결정과 실행(운영)에서 판가름납니다. 원천 기술을 개발했으나 생성형 AI 시장에서 뒤쳐진 구글 사례도 유의미합니다. 의사결정이 문제였습니다.
성과 관리는 전략 기획 방법론과 유사하다고 보면 됩니다. 때마다 점검해야 할 것을 체크하고 소통하며 관리 범위 안에서 성과를 향한 행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따라서 의사결정이 잘못되거나 실행에 문제가 있다면 성과 관리는 그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알람을 주거나 다른 소통을 유도할 수는 있어도 말이죠.
실무적으로 전략과 성과 관리는 다음과 같은 오해와 착오가 있습니다.
1. 전략는 사업 계획 아냐?
물론 사업 계획에는 전략이 들어가 있다. 사업 계획은 연간 단위로 작성되기 때문에 장기적 전략은 누락되거나 분절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매년 반복되는 사업 계획 작성 프로세스는 '빈칸 채우기', '숫자 바꾸기'로 전락하기도 한다. 실제 워크숍에서 '사업 계획 작성을 앞두고 제일 먼저 뭘 하십니까? 혹시 작년 파일에서 숫자 바꾸는 거 아닙니까?'하면 실소가 터져 나온다.
2. 전략과 성과 관리는 따로야?
관성화된 사업 계획 상의 전략을 진지하게 인식하고 구성원과 리뷰하는 관리자가 많지 않다. 늘상 하던 대로 진행한다. 구성원 역시 편의주의 발상으로 자신의 일이 어떤 전략적 중요성을 갖는지 잘 모르고 알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전략과 실무 사이의 간극은 점차 커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과거 회장님의 신년사를 계열사 전략 담당들이 모여 한 줄씩 강독한 적이 있다. '뭐 이렇게까지야' 싶었지만 나름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
3. 팀 성과는 났는데, 회사 성과는 부족하다고?
분명 팀이나 사업부 성과 지표는 달성했는데, 회사 성과는 별로인 경우가 있다. 둘 간의 제대로 된 정렬이 되지 않아서 그렇다. 단위 조직의 목표는 상위 조직의 비전으로 나가는 디딤돌이 되야 한다. 방향이 서로 다르면 헛짓을 열심히 한 꼴이 된다. 2002년 카드 대란 당시 LG카드는 최대 회원 수를 모객했지만 부실로 이어져 타사에 매각되고 말았다.
4. 올해 실적이 중요하지!
직원들은 윗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에 집중하게 된다. 내년을 기약하기 힘든 임원 밑에 직원들은 단기 실적에 천착할 수밖에 없다. Wells Fargo와 같이 거짓된 고객 수를 임의로 늘리는 행태를 낳기도 한다.
성과 관리 체계는 돕는 역할에 그친다. 마치 조수석에 앉은 이가 운전을 대신 할 수 없고, 좋은 제빵기가 항상 맛있는 빵을 만들어내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전략을 성과 관리와 직결하는 게, 멋진 성과 관리 체계를 도입하는 것보다 100배는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