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평가를 준비하는 리더에게는 실적표보다 먼저 떠오르는 얼굴이 있을 듯합니다. 성과 이야기를 꺼내기 어렵고, 꺼낸 뒤에도 달라질지 자신 없는 직원이나 하위 리더 말이죠. 평가 시즌이 오기 전에 면담부터 끝냈으면 싶은데, 캘린더에 일정을 넣는 손이 선뜻 움직이지 않습니다. ㅜㅜ
HBR은 2026년 9월 18일 Kathryn Landis의 When a Team Member Underperforms—but Has Organizational Capital을 게재했습니다. 오래 쌓은 관계와 영향력 때문에 인사 조치가 어려운 구성원을 다룹니다.
저는 이 글을 읽으며 관점을 확대해보고 싶습니다. 리더가 아무리 면담을 잘해도 혼자 풀 수 없는 제약이 있거든요. 여기에 학술 연구가 짚는 함정 하나를 붙이려 합니다. 직원이 달라져도 직장의 판단은 그대로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내 권한으로 풀 수 있는 일인가
Landis는 영향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건드릴 수 없는 사람으로 단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구체적인 성과 기준을 제시했을 때 상위 리더가 이를 실제로 뒷받침하는지 살펴보라는 것이죠.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핵심 업무의 의존도를 줄이고, 리더가 대신 떠안을 범위와 그 비용을 드러내는 쪽으로 접근합니다.
(의견) 저는 누가 누구와 친한지보다 어느 기준이 실제로 적용되는지 먼저 살펴보셨으면 합니다. 사장님과 오래 일했다는 사실만으로 면담을 포기하면 팀장이 스스로 권한을 내려놓는 셈입니다. 반대로 반복되는 미달을 보고했는데도 상사가 기준 적용을 막는다면, 면담 화법만 연습할 단계는 지났겠지요. 이때는 업무 범위와 목표, 지원 인력 중 무엇을 조정할지 상위 리더의 결정이 이어져야 합니다. 팀장이 더 애쓰겠다는 다짐으로 끝낼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저성과자 관리는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을 인식하는데서 시작할지 모릅니다.
상황을 가정해보죠. A 팀의 B 부장은 주요 거래처와 15년간 관계를 쌓았고, 임원들의 신뢰도 두텁습니다. 최근 한 달 동안 견적서 세 건을 늦게 넘겨 후속 업무가 밀렸습니다. A 팀장은 고객을 잃을까 봐 매번 자료를 대신 완성합니다. 이런 경우 임원에게 B 부장의 태도를 평가해 달라고 요청하기보다, 견적 초안을 납기 이틀 전에 공유하도록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뒷받침해 달라고 제안해 보면 어떨까요? 거래처 관계를 지키면서도 납기를 관리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임원이 그 기준조차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다음 질문은 더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기존 납기를 유지하려면 검토 인력을 붙일 수 있는지, 인력 지원이 어렵다면 어떤 업무의 일정을 늦출지 묻는 것이죠. 인사권이 없는 팀장에게도 이런 선택을 요청할 몫이 있습니다. 막연한 협조 요청은 막연한 격려로 돌아오기 쉽습니다. 그동안 고생했다는 말은 고맙지만, 다음 주 견적서를 완성해 주지는 않거든요.
직원이 바뀌어도 평가는 안 바뀔 수 있습니다
권한의 한계를 짚은 뒤에는 평가하는 나 자신도 살펴봐야 합니다. 저는 이 대목이 특히 걸립니다. 저성과자라는 판단을 오래 붙들다 보면 최근의 결과물을 보기 전에 이미 설명이 준비돼 있을 수 있거든요. 못하면 역시 예상대로이고, 잘하면 누군가 도와줬거나 운이 따른 것으로 치부합니다. 그러면 당사자가 무엇을 해도 평가를 바꾸기 어렵습니다.
Heslin, Latham과 VandeWalle(2005)이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발표한 The Effect of Implicit Person Theory on Performance Appraisals는 네 연구를 통해 이런 평가의 차이를 살폈습니다. 사람의 특성이 변할 수 있다고 보는 정도가 클수록 처음 관찰한 행동에 비해 나중의 성과가 좋아지거나 나빠진 것을 더 잘 알아차렸습니다. 핵심은 무조건 후한 점수를 줬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변화를 더 잘 포착했다는 데 있습니다.
네 번째 연구에서는 사람의 특성이 고정돼 있다고 보는 참가자들을 훈련 조건과 대조 조건에 무작위 배정했습니다. 스스로 변화 가능성을 설득하는 훈련을 받은 집단은 그 믿음이 달라졌고, 변화는 6주 동안 유지됐으며, 대조 집단보다 직원의 성과 개선을 더 잘 인정했습니다. 이 연구로 모든 저성과자가 개선된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확인된 것은 평가자의 믿음과 변화 인식에 관한 결과입니다.
(의견) 이 연구를 면담에 적용한다면, 팀원에게 변화 의지를 묻기 전에 내 판단이 바뀔 조건부터 적어 보시길 권합니다. 어느 결과물이 나오면 개선으로 인정할 것인지, 얼마나 반복돼야 안정적이라고 볼 것인지 말이죠. 그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면 목표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거나 이미 평가를 닫아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여지가 있습니다. (평가받는 쪽만 긴장할 일은 아니네요.)
가상의 B 부장이 다음 달 견적서 네 건을 모두 제때 제출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예전 같으면 A 팀장은 납기는 당연한 기본이라며 넘어갈 수 있습니다. 기본인 건 맞습니다. 그래도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사실은 남겨야죠. 납기를 지켰다는 판단과 내용의 정확성이 아직 부족하다는 판단을 분리하면 됩니다. 개선을 인정한다고 전체 평가를 우수로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남은 격차도 더 또렷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기대를 설명했다면 확인 방식도 합의해야죠
(의견) 저는 면담을 잘 마쳤다는 느낌보다 다음 점검에서 함께 검토할 기준이나 이슈가 남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충분히 얘기했고 당사자도 고개를 끄덕였는데, 한 달 뒤에는 서로 다른 약속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팀장은 독립적으로 완성하라는 뜻이었고 팀원은 초안만 준비하면 된다고 이해했을 수도 있죠. 아래는 기사나 논문의 검증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앞의 근거를 현장에 옮기기 위한 제안입니다.
첫째, 사람에 대한 평가를 업무의 격차로 바꿔 적어 보시면 어떨까요.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말만으로는 고칠 대상을 찾기 어렵습니다. 제출하기로 한 시각, 실제 제출 시각, 누락된 항목과 후속 업무에 준 영향을 적으면 대화의 출발점이 생깁니다. 동시에 당사자가 알고 있는 사정도 들어야 합니다. 자료를 주기로 한 부서가 늦었는지, 두 상사가 서로 다른 우선순위를 지시했는지 살피지 않고 개인의 의욕으로 귀결시키면 엉뚱한 처방을 내릴 수 있습니다.
둘째, 이번에 바꿀 행동과 지원을 한 묶음으로 정해 보시길 권합니다. B 부장에게 다음 네 건의 견적 초안을 납기 이틀 전까지 제출하도록 요청한다면, 팀장도 최신 단가표 제공 시점과 검토 가능 시간을 약속하는 겁니다. 산출물의 최소 요건은 기존의 적절한 견적서 한 건을 함께 보며 맞출 수 있겠지요. 완성본을 보여주고 차이를 짚는 편이 주도적으로 하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것보다 구체적입니다.
이 대목에서 지난 호 코칭은 저성과자를 위한 툴이 아니다를 연결하고 싶습니다. 당시에는 코칭을 저성과자 교정 도구처럼 쓰는 관행을 경계했습니다. 이번에도 먼저 구분할 일은 같습니다. 본인이 답을 탐색할 여건이 있는지, 아니면 절차와 기준을 배워야 하는지 살피자는 것이죠. 파일 작성법을 몰라 멈춘 사람에게 어떤 리더로 성장하고 싶은지 묻는다면 서로 난감할 수 있습니다. 질문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
셋째, 다시 만날 날짜와 볼 자료를 함께 정해 보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2주 후에는 진행 중인 두 건의 초안을, 4주 후에는 제출한 네 건의 납기와 누락 항목을 살핍니다. 이 숫자는 가상 업무에 맞춘 예시입니다. 계약 한 건에 몇 달이 걸리는 업무라면 중간 산출물로 점검해야겠죠. 기간을 정할 때는 업무 주기와 난도, 제공할 지원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짧은 기간을 잡았다는 이유만으로 관리가 엄격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점검 기록에는 개선된 부분과 남은 격차를 나란히 남겨 보시길 권합니다. 누가 도와줬는지도 적을 수 있습니다. 혼자 완수하는 것이 목표라면 도움의 범위가 줄었는지가 다음 관찰 대상이 되겠지요. 리더가 뒤에서 대부분을 고친 결과물을 당사자의 독립적인 성과로 볼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함께 작업하며 습득한 부분까지 지워버릴 이유도 없습니다. 지원의 흔적을 남겨야 양쪽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리더가 평가권을 가졌다고 해서 저성과자에 대한 면담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진 않습니다. 여러 해 저성과자를 낸 사람에 대해선 당연히 선입견이 있고, 제단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보다 그 사람의 행동과 그로 인한 결과에 면담을 집중할 때 상대가 받아들일 만한 면담이 이뤄진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