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팀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하나가 흔들리고 있다고 해봅시다. 일정이 밀렸고, 품질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이때 리더 앞에 놓인 선택지는 사실상 둘입니다. 무엇을 달성했는지를 묻고 방법은 맡길 것인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묻고 편차를 관리할 것인가?
둘 다 책임을 세우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치르는 대가가 서로 다릅니다. 오늘은 이 갈림길을 같은 기준 위에 올려놓고 따져보겠습니다.
먼저 결정의 제약부터 확인합시다
선택에 앞서 움직일 수 없는 조건(환경)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 판은 이미 성과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Gartner의 Tony Guadagni 팀이 2026년 7월 @HBR에 쓴 The Case for Performance-First Management는 지난 몇 년의 사람 우선 관리(people-first management)를 팬데믹이 낳은 한시적 모드로 봅니다. 성과 우선 관리(performance-first management)로 무게중심을 옮긴 관리자가 기대받는 사업 성과를 내놓을 확률이 최대 21% 높았다고 보고하는데요, 2025년 11~12월에 관리자와 구성원 2,947명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흥미로운 건 여기서부터입니다. 관리자가 성과 우선으로 일한다고 답한 구성원들이 되레 자기 경험 전반에 더 만족했다고 합니다.
둘째, 그런데 이 대목이 리더의 최약점입니다. @Gallup이 올해 7월에 내고 9월 17일에 업데이트한 책임 문화 분석을 보면 모양새가 꽤 냉정합니다. 구성원 몰입과 성과를 가르는 일곱 가지 리더 역량 가운데 책임 조성이 꼴찌였습니다. 자신이 이 대목에서 탁월하다고 평가한 리더가 46%, 그런데 그 리더들을 지켜본 관리자 중에서는 30%만 같은 평가를 내렸습니다. 16%포인트의 간극이죠. 조직의 가치가 내 일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관리자가 설명해준다고 강하게 동의한 구성원은 19%에 그쳤습니다. Gallup은 이걸 개인의 태만이 아니라 판 자체의 이슈로 읽습니다. 기대가 흐릿하고, 관리자는 준비가 덜 됐고, 팀마다 잣대가 다르고, 코칭 대신 교정만 돌아가는 구조 말입니다.
셋째, 총량을 늘리는 선택지는 애초에 없습니다. Angela Hall과 Dwight Frink, Ronald Buckley가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에 낸 종합 리뷰(2017, 38권 2호, 204~224쪽, doi:10.1002/job.2052)는 20여 년의 체감 책임 연구를 한자리에 모읍니다. 체감 책임과 업무 성과는 직선이 아니라 뒤집힌 U자를 그립니다. 적당할 때 성과를 끌어올리고, 넘어서는 순간 갉아먹기 시작하는 거죠. 아울러 책임은 긴장과 스트레인을 함께 키우는데, 특히나 기대가 모호할 때 그 부작용이 증폭됩니다.
그래서 결정해야 할 문제는 이겁니다. 얼마나 조일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를 조일 것인가?
두 대안을 같은 기준에 올려놓으면
Ira Sharon과 Anat Drach-Zahavy, Einav Srulovici가 Frontiers in Psychology에 발표한 메타분석(2022, doi:10.3389/fpsyg.2022.795117)이 바로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7개 연구, 9개 실험, 참가자 1,080명을 모아 결과 책임(outcome accountability)과 과정 책임(process accountability)을 맞붙였습니다. 결과 책임은 무엇을 달성했는지를 묻고, 과정 책임은 어떻게 했는지를 묻습니다.
- 복잡한 과제: 결과 책임이 앞섰습니다(표준화 평균차 -0.48, 95% CI -0.62~-0.33)
- 단순한 과제: 과정 책임이 훨씬 앞섰습니다(0.96, 95% CI 0.72~1.20)
결과 책임 — 이득은 길을 열어준다는 점입니다. 답이 정해지지 않은 일에서 사람이 자기 판단으로 경로를 찾게 만듭니다. 대가는 품질 편차입니다. 답이 정해진 일에 결과만 물으면 품질이 슬그머니 무너집니다.
과정 책임 — 이득은 편차를 막는다는 점입니다. 절차가 곧 성과인 일에서 강합니다. 대가는 위축입니다. 복잡한 일에 과정을 캐물으면 사람은 안전한 길만 밟습니다.
덧붙이자면, 저자들도 책임의 초점 자체가 성과의 유일한 동력은 아니라고 못박습니다. 참고로 이 연구진은 간호학 쪽입니다. 투약 오류처럼 절차 하나가 생명과 직결되는 현장에서 나온 질문이라 그런지, 과정 책임의 쓸모를 다루는 손길이 남다릅니다. 경영 연구만 뒤져서는 안 나올 앵글이 아닐까 합니다.
잘못 고르면 어떤 청구서가 오나
(가상의 예입니다) 제조 기업 개발팀의 A 팀장이 상반기 일정이 두 번 밀리자 주간 보고를 일일 보고로 바꾸고, 공유 문서에 진척률 칸을 새로 얹었다고 해봅시다. 석 달 뒤 지표는 깨끗해집니다. 기한 준수율이 올라가고 문서에서 빨간 칸이 사라지죠. 그런데 신규 과제 제안 건수가 같은 기간 절반 아래로 떨어집니다. 팀의 한 구성원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팀장님이 보실 칸을 채우는 데 오전이 다 가요. 새로 뭘 해보자는 말은... 꺼내기가 좀 그렇죠."
지표가 좋아졌는데 팀이 위축된 겁니다. A 팀장은 책임을 세운 게 아니라 보고를 세운 거고요. 책임의 총량은 늘었는데 기대의 해상도는 그대로였으니까요. @HBR 4월 호에 BTS의 Kendra Okposo가 쓴 Accountability Must Be Chosen, Not Mandated는 이 반사 행동을 정면으로 짚습니다. 성과가 흔들릴 때 통제를 조이고 모니터링을 늘리고 목표를 더 단단히 못박는 수순, 그렇게 얻는 건 헌신 없는 순응이라는 거죠.
그래서, 조건부 선택 기준
1. 먼저 분류하십시오. 팀의 과제를 두 칸으로 갈라 적으세요. 정답이 있는 일과 정답을 찾아야 하는 일. A4 한 장이면 됩니다. 이 분류가 모든 것의 출발점입니다.
2. 정답이 있는 일이면 → 과정 책임. 체크리스트를 주고 편차를 막아내십시오.
3. 정답을 찾아야 하는 일이면 → 결과 책임. 마감과 판단 기준만 주세요. 방법을 캐묻지 않는다고 선언하시길 권해드립니다.
4. 분류가 어느 쪽인지 서로 다르게 답한다면, 둘 다 아닙니다. 다음 원온원에서 딱 한 문장을 물어보십시오. 이 과제가 끝났을 때 무엇이 달라져 있으면 성공입니까. 답이 서로 다르면 책임을 조일 때가 아니라 기대를 맞출 때입니다.
5. 어느 쪽을 고르든 점검 시점은 미리 확정 지으세요. 2개월짜리 과제라면 2주 후와 4주 후, 두 번이면 넉넉합니다. 캘린더에 못박으시고 그 사이에는 손을 대지 마십시오.
6. 그리고 하나를 없애세요. 지난 반년간 늘린 점검 장치 중 실제로 의사결정을 바꾼 게 무엇인지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아무것도 없다면 그건 관리가 아니라 관성입니다. Gallup은 강점 기반 책임 실천에서, 자기 강점의 렌즈로 책무를 볼 때 책임이 개인적인 것이 되고 기대가 감당할 만해진다고 설명합니다.
마무리하며
불확실성이 커진 경영 환경에서 성과 우선으로 방향을 트는 건 흐름이 맞다고 봅니다. (물론 과거처럼 윽박지르며 실적만 가져오라는 방식은 아닙니다) 다만 성과 우선이 점검 우선으로 번역되는 순간, 우리는 21%를 얻는 대신 팀의 제안 건수를 잃습니다. 쓰면서도 확신이 안 서는 대목이 하나 있는데요, 성과 우선이 결국 사람 우선의 다른 이름인지 아니면 정말 다른 길인지는 몇 년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국면마다 좌우 왔다갔다 치우치며 중심을 수렴하는 게 알맞는 밸런싱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건 분명합니다. 책임은 총량을 늘리는 게 아니라 각도를 트는 일입니다. 여러분의 팀에서 지금 가장 복잡한 과제 하나를 떠올려보세요. 그 일에 대해 여러분은 결과를 묻고 계십니까, 과정을 묻고 계십니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