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슬슬 인사철이 시작됩니다. 아마도 이르면 10월부터 임원 인사가 있을 겁니다. 많은 신임 리더들이 부임 첫 달에 막막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팀은 이미 그럭저럭 잘 굴러갑니다. 그런데 나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Klein·Harrison 등 연구진이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2026년 9월호에 발표한 For good and for bad: The distinctive effects of successors' leadership behavior on collective engagement and organizational performance는 미국 초등학교 113곳에서 교장이 바뀌는 장면을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따라갔습니다. 교장이 교체된 학교와 그대로인 학교를 나란히 놓고, 교사들의 몰입도와 학교의 표준화 시험 성적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비교했습니다. 승계 리더를 이 정도 규모로 3년간 추적한 자료는 실로 드뭅니다.
결론을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신임 리더의 코칭은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했습니다. 갈림길은 리더가 아니라 구성원 쪽에 있었습니다. 미리 한계부터 밝혀둡니다. 미국 초등학교 표본입니다. 교장과 교사의 관계를 한국 기업의 팀장과 팀원 관계로 곧이곧대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방향을 잡는 참고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자, 그럼 첫 번째 통념부터요.
통념 ① 부임하면 100일 안에 비전부터 선포하라?
리더십 교육에서 가장 많이 듣는 주문이죠. 취임 메시지, 100일 플랜, 팀 워크숍. 새 리더의 그림을 빨리 보여줘야 사람이 따라온다는 얘깁니다.
이 연구에서 비전 제시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습니다. 신임 리더가 하든, 원래 있던 리더가 하든 마찬가지였습니다. 몰입도에도, 성과에도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연구진 스스로 자기들의 예측과 어긋난 결과라고 적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대목이 가장 걸립니다. 신임 리더가 첫 달에 쏟는 에너지의 절반쯤은 여기 들어가거든요. 취임사 문구를 다듬고, 슬로건을 고르고, 키노트 장표를 손보고요(그 시간에 팀원 이름과 담당 업무를 외우는 편이 남는 장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비전이 쓸모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부임 초기 몇 달의 성패를 가르는 레버는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통념 ② 코칭은 많이 할수록 좋다?
원온원을 주 1회로 늘리고, 피드백을 자주 주고, 업무 하나하나를 같이 뜯어보라. 요즘 신임 리더에게 가장 자주 얹히는 숙제입니다. 여기서 결과가 갈립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던 조직에서는 신임 리더의 코칭이 몰입도와 성과를 끌어올렸습니다. 변화 필요를 못 느끼던 조직에서는 같은 코칭이 몰입도와 성과를 동시에 떨어뜨렸습니다. 같은 행동, 정반대 결과. ㅎㄷㄷ
해설 기사에서 공동 저자인 David Harrison 교수는 이렇게 짚었습니다.
"Leaders who come into a position with their own agenda or prior style will only succeed if that style happens to be a fit with the top manager behaviors the employees want to see." (자기 어젠다나 예전 스타일을 그대로 들고 오는 리더는, 그 스타일이 마침 구성원이 원하던 상사 행동과 맞아떨어질 때에만 성공한다.)
통념 ③ 잘 돌아가는 팀일수록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 한다?
성과가 괜찮은 조직을 맡으면 오히려 부담이 커집니다. 본전 아니면 마이너스니까요. 그래서 뭐라도 더 얹으려 합니다. 이 연구가 경고하는 지점이 정확히 여기입니다. 성과가 양호한 팀의 구성원은 바꿀 이유를 못 느낍니다. 그 상태에서 들어오는 개입은 코칭으로 읽히지 않습니다. 감시나 불신으로 번역됩니다. 리더는 도와주려고 손을 뻗는데, 구성원은 못 믿어서 들여다본다고 받아들이는 거죠. 이 엇박자가 몰입을 갉아먹습니다.
좋은 의도가 현장에서 뒤집히는 구조는 예전에도 다룬 적이 있습니다. 조직이 선의로 만든 규칙이 되레 직원의 영향력을 막아서던 사례인데요. 목적의식이 역효과를 낸다고? 편과 같이 읽으시면 결이 잡히실 겁니다. 축구판에는 감독을 갈아치우면 반짝 효과가 난다는 속설이 오래 돌아다닙니다. 저는 그 반짝임의 상당 부분이 원래 바닥을 치던 팀이라 가능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바닥이 아닌 팀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는 얘기고요.
통념 ④ 전임자와 다르다는 걸 빨리 보여줘라?
차별화 압박이죠. 전임 팀장이 느슨했으면 조이고, 빡빡했으면 풀고. 어느 쪽이든 나는 다르다는 신호를 먼저 쏩니다. 이 연구에는 곱씹을 만한 비대칭이 하나 있습니다.
조직을 실제로 움직인 쪽은 승계 리더의 코칭이었습니다. 기존 리더가 같은 행동을 해도 그만한 변화는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새로 온 사람의 행동은 확대돼 읽힌다는 뜻입니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요. 신임 리더가 증폭기를 쥐고 있다는 자각이 먼저입니다. 차별화가 목적이 되면 진폭만 커집니다.
리더 교체가 구성원의 입을 닫게 만드는 경로도 학계가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Zettna 등(2025)이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에 발표한 Turn Over a New Leaf는 리더 승계가 구성원의 침묵에 미치는 영향과, 전임·신임 리더의 안전기지 역할이 그 방향을 어떻게 가르는지를 다룹니다. 새 리더가 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구성원은 비교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비교 중에는 말을 아낍니다.
통념 ⑤ 변화 필요성은 내가 설득해서 만들면 된다?
변화 필요를 못 느낀다면 느끼게 만들면 되지 않느냐. 위기의식을 심어라. 이 조언, 많이들 하시죠. 순서가 거꾸로입니다. 이 연구에서 변화 필요 인식은 리더가 오기 전부터 조직에 깔려 있던 조건이었습니다. 리더가 나중에 주입한 변수가 아닙니다. 조건이 맞으면 코칭이 먹히고, 안 맞으면 같은 코칭이 역풍을 맞았습니다.
그러니 첫 과제는 선포가 아니라 확인입니다. 부임 2주 안에 이 세 가지만 물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 지금 우리 팀에서 가장 바꾸고 싶은 게 뭔가요? (없다고 답하면, 그게 답입니다)
- 그 생각을 언제부터 하셨나요? 전임 팀장님께도 말씀드렸나요?
- 제가 손대지 않았으면 하는 건 뭔가요?
세 번째 질문이 핵심입니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목록을 먼저 받아두는 거죠. 물론 위기의식을 영영 만들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그건 코칭의 전제이지 코칭으로 얻어낼 결과는 아닙니다. 쓰면서도 이 구분이 현장에서 얼마나 지켜질까 싶긴 합니다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신임 리더가 손에 쥔 무기는 강력합니다. 새 사람의 행동은 증폭돼 전달되니까요. 문제는 그 증폭기가 방향을 가리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순서가 전부입니다. 진단이 먼저, 개입은 그다음.
부임 초기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은 실체가 있습니다. 위에서도 묻고, 스스로도 조급하죠. 그 압박을 어떻게 다룰지는 신임 리더의 줄타기: 5가지 긴장 구조와 신임 리더가 마주 할 일곱 가지 상황에서 다뤘으니 이번 인사철에 다시 펼쳐보셔도 좋겠습니다.
멀쩡한 팀을 맡으셨다면,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손을 잠깐 내려놓으시길 바랍니다. 가만히 있는 것도 한 수입니다. 아무것도 안 한다는 뜻이 아니라, 무엇을 바꿔야 할지 팀에서 먼저 올라오게 기다린다는 뜻이고요. 물론 직속상사의 용인과 지원이 필수입니다.
이번 가을에 새 자리를 맡으실 모든 분들께 응원을 보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