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그 프롬프트 좀 팀에 공유해줄 수 있어요? 다 같이 좀 씁시다."
그런데 돌아오는 반응이 미지근합니다. "아, 네... 정리해서 올려볼게요" 하고는 감감무소식이거나, 정작 올라온 건 알맹이가 빠진 껍데기뿐이더군요. 리더는 답답합니다. '이게 뭐 대단한 영업비밀도 아니고, 회사 일인데 왜 저러지?' 싶은 거죠. (회사에서 생성형 AI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외부 서비스 구독료를 지불하는데도 이런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오늘은 바로 이 장면, AI 활용 격차와 노하우 공유 거부라는 불편한 현실을 같이 들여다보려 합니다.
지금 조직 안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격차
먼저 숫자부터 보겠습니다. AI를 안 쓰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EY가 29개국 임직원 1만 5천 명을 조사한 2025 Work Reimagined 서베이에 따르면, 직원의 88%가 이미 일상 업무에서 AI를 씁니다. 문제는 '어떻게' 쓰느냐죠. 대부분은 검색하고 문서 요약하는 기초 수준에 머물고, 업무 방식 자체를 바꾸는 수준으로 쓰는 사람은 단 5%뿐입니다. 충분한 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은 12%에 그쳤고요. 결국 조직은 AI 생산성 이득의 최대 40%를 그냥 흘려보내고 있다는 게 이 리포트의 진단입니다.
여기에 더 흥미로운 그림이 겹칩니다. MIT의 GenAI Divide 리포트를 보면, 회사가 공식 도입한 AI 프로젝트의 95%는 손익에 아무 영향을 못 주는데, 정작 직원들은 90% 기업에서 개인적으로 챗봇을 쓰고 있습니다. 회사 몰래 쓰는 '그림자 AI'가 공식 시스템보다 더 잘 굴러가는 거죠. 이게 무슨 뜻일까요? 실제 노하우는 조직의 공식 매뉴얼이 아니라, 개인의 머릿속과 개인 계정 안에 흩어져 쌓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리더가 마주한 건 사실 두 개의 격차입니다. 하나는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 사이의 '실력 격차', 다른 하나는 노하우가 개인에게 고이고 조직으로 흐르지 않는 '유통 격차'죠. 앞의 격차는 눈에 잘 띄지만, 진짜 골치 아픈 건 뒤엣것입니다. 그리고 이 두 번째 격차는 "공유 좀 하세요"라는 말 한마디로는 절대 메워지지 않습니다.
"왜 안 나눠주지?"— 인색함이 아니라 방어입니다
여기서 리더가 흔히 빠지는 함정이 있습니다. 공유를 거부하는 구성원을 '이기적인 사람'으로 읽는 거죠. 그런데 조직행동 연구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지식 은닉(knowledge hiding) 연구의 출발점이 된 코널리, 츠바이크, 웹스터, 트루가코스(Connelly, Zweig, Webster & Trougakos, 2012)가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에 발표한 연구는, 지식을 감추는 행동이 반드시 동료를 해치려는 악의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고 봅니다. 이들은 지식 은닉을 세 가지 결로 나눕니다. 모른 척 발뺌하는 것('플레잉 덤'), 나중에 준다며 시간을 끄는 회피형 은닉, 그리고 "이건 원래 공유하면 안 되는 거라서요" 하고 그럴듯한 명분을 대는 합리화형 은닉이죠. 핵심은 이 행동의 뿌리에 '불신'이 있다는 겁니다. 내가 준 걸 상대가 제대로 대접해줄까, 나만 손해 보는 건 아닐까 하는 계산이 깔려 있는 거예요. 같은 연구진이 2019년 같은 저널에 정리한 후속 논의에서도, 지식 은닉은 관계와 맥락의 산물이지 개인 성격 탓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짚습니다.
그럼 왜 하필 지금, AI 노하우에서 이게 도드라질까요? 이유가 있습니다. 영국·미국·독일·캐나다 지식노동자 4천 명을 조사한 Adaptavist 리포트를 보면, 노동자의 35%가 '고용 안정을 지키려고' 의도적으로 지식을 감추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38%는 자기 강점 영역을 남에게 가르치길 꺼린다고 했고요. AI에 대체될까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응답이 20%, Z세대만 보면 40%까지 올라갑니다. 그러니 구성원 입장에서 프롬프트는 그냥 텍스트 몇 줄이 아닙니다. '내가 밤새 시행착오로 만든, 나를 남들과 다르게 만들어주는 무기'인 거죠.
(예) A 팀장이 성과 좋은 B 대리에게 프롬프트 공유를 요청했더니, B 대리가 잠시 뜸을 들이다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팀장님, 솔직히 이거 알려드리면... 저 하는 일이 티가 안 나잖아요."
이 한마디에 다 들어 있습니다. B 대리는 인색한 게 아니라 자기 존재 가치가 걸려 있다고 느낀 겁니다. 노하우 공유를 거부하는 마음의 정체는 방어입니다. 방어하는 사람에게 "왜 방어하냐"고 다그치면 방어는 더 단단해지기 마련이죠.
그럼 어떻게? 도덕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세요
해법의 방향은 분명합니다. 공유하라고 설득하기보다, 공유하는 편이 더 이득이 되도록 판을 바꾸는 겁니다. 도덕에 호소하지 말고 구조를 손보는 거죠. 세 갈래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공유가 손해가 아니라 자산이 되게 만드세요. 지식 은닉의 뿌리가 불신과 손해 계산이라면, 리더가 할 일은 그 계산식을 바꾸는 겁니다. SHRM은 지식 사재기를 막는 출발점으로, 공유한 사람이 확실히 '보상받고 인정받는' 경험을 꼽습니다. B 대리가 걱정한 게 "티가 안 난다"였다면, 답은 티가 나게 해주는 거죠. 프롬프트를 공유한 사람 이름을 그대로 붙여 'B 대리표 견적 검토 프롬프트'로 사내에 등록하고, 팀 회의에서 "이번에 시간 절반으로 줄여준 건 B 대리 노하우입니다" 하고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겁니다. 노하우를 내놓으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분야 전문가'라는 평판으로 되돌아온다는 걸 몸으로 느끼게 해야 합니다.
둘째, 공유를 개인의 선의가 아니라 시스템에 얹으세요. 매번 "정리해서 올려주세요"라고 부탁하는 방식은 지속되지 않습니다. 프롬프트 공유를 논하는 실무 가이드들(aiforbusiness, Glean)이 입을 모으는 원칙은 하나입니다. "새로 만드는 것보다 갖다 쓰는 게 더 쉽게 만들라." 거창한 툴이 아니어도 됩니다. 팀이 쓰는 협업 문서 한 곳에 '이번 주 잘 먹힌 프롬프트' 코너를 만들고, 처음엔 10~15개 자주 쓰는 업무(이메일 초안, 회의록 요약, 보고서 뼈대, 공통 업무)부터 채우는 겁니다. 공유가 개인의 성숙함에 기대는 순간 오래 못 갑니다. 반대로 공유가 업무 흐름의 기본값이 되면, 안 하는 게 오히려 번거로워집니다.
셋째, 감출 이유였던 '불안'을 직접 다루세요. 구성원이 AI에 대체될까 두려워 노하우를 쥐고 있는 거라면, 아무리 좋은 라이브러리를 만들어도 알맹이는 안 나옵니다. 리더가 먼저 메시지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AI를 잘 쓰는 사람을 줄이려는 게 아니라, 그 사람에게 더 나은 일을 맡기려는 것"이라고요. 지식 은닉을 줄이는 가장 강력한 조건이 결국 심리적 안전감이라는 건 여러 연구가 반복해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나눠도 내 자리가 위태롭지 않다는 확신, 그게 없으면 어떤 인센티브도 헛돕니다. 이 대목은 지난 호 〈AI는 리더를 대체하는 게 아니다〉에서 다룬 이야기와 곧장 이어집니다.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역량을 드러내는 거울이라는 것, 그 관점을 리더가 먼저 붙들고 있어야 구성원도 무기를 내려놓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건 리더 혼자 잘한다고 되는 일도 아닙니다. 지난 호 〈귀사의 리더십 교육은 안녕합니까?〉에서 말씀드렸듯, 지식과 노하우는 결국 관계 속에서 흐릅니다. 리더만 다그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주고받는 문화 자체를 조직이 같이 길러야 하는 거죠.
마무리
노하우를 안 내놓는 구성원을 탓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대개 조직이 만들어둔 계산식에 정직하게 반응하고 있을 뿐입니다. 나누면 손해라고 느끼게 해놓고 나누라 하면, 사람은 나누지 않습니다. 리더가 바꿔야 할 건 구성원의 마음가짐이 아니라, 나눌수록 이득이 되는 판입니다. 그 판을 먼저 깔아주시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