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상당수 기업들은 AI 활용과 더불어 인력 감축을 떠올릴지 모릅니다. 짜르지 않더라도 신입 사원은 뽑지 않는 건 확실한 트렌드가 됐죠. 미국에선 많이들 잘랐던 모양입니다. ㅜㅜ하지만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답니다. 잘랐던 바로 그 직종에, 같은 회사가 다시 사람을 채용하기 시작한 겁니다. SBS 문화현장이 다룬 해고했던 직종, 사람 다시 채용했다… 'AI 부메랑' 현실화 편은 이 장면을 정면으로 짚습니다. 던진 돌이 한 바퀴 돌아 제 머리로 떨어진다는 뜻에서 'AI 부메랑'(AI boomerang)이라 부른다는데요. 돈 아끼려던 결정이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온 셈입니다.
두 곳 중 한 곳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먼저 숫자부터 보시죠. 미국의 아웃플레이스먼트 기업 커리어마인즈(Careerminds)가 HR 리더들을 조사한 결과는 꽤 묵직합니다. AI를 이유로 인력을 줄였던 기업의 약 3분의 2가 이미 그 자리에 사람을 다시 뽑고 있었습니다. 더 뼈아픈 건 비용입니다. 응답 기업의 30.9%, 그러니까 열 곳 중 세 곳은 재채용에 들인 돈이 애초에 감원으로 아낀 돈보다 더 컸다고 답했거든요. AI로 완전히 대체했는데 운영상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답한 곳은 고작 21.4%였습니다(Careerminds, AI-led layoffs).
후회도 적지 않습니다.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Forrester)는 AI 감원의 절반가량이 어떤 형태로든 되돌려질 거라 봤고, 가트너(@Gartner)는 "AI 때문에 인력을 줄였다"고 밝힌 기업의 50%가 2027년까지 비슷한 직무에 사람을 다시 채용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Fortune, Klarna AI). 절반입니다. 동전 던지기와 비슷한 확률로 "그때 그러지 말걸" 하고 있다는 뜻이죠.
(예) 한 중견 고객사의 A 임원은 콜센터 인력의 40%를 챗봇으로 돌리며 분기 보고에 비용 절감액을 자신 있게 적었습니다. 두 분기 뒤, 그 표에는 없던 항목이 생겼죠. 이탈 고객 복구 비용, 재교육 비용, 그리고 급하게 다시 뽑은 경력직 단가. A 임원은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숫자는 줄였는데… 비용은 더 높아졌어요." 절감(?)의 역설입니다.
AI가 못 넘은 건 '난이도'가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면 대체 무엇이 부족했길래 부메랑으로 돌아왔을까요? 흥미롭게도, 가장 먼저 사람을 다시 부른 자리는 단순 반복 업무가 아니었습니다. 중간관리자, 고객성공 담당, 품질관리(QA)처럼 부서와 부서, 회사와 고객 '사이'를 잇는 역할이었죠. 감정을 읽고, 말 안 한 속내를 헤아리고, 부서 간 이해를 조율하는 일. 미국 언론은 이걸 조직의 '연결 조직'(connective tissue)이라 표현했습니다(The HR Digest). 매뉴얼에 없는 상황이 오면, 대본대로만 답하는 시스템은 거기서 멈춰버리거든요.
가장 유명한 사례가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입니다. 2022~2024년 사이 고객지원 인력 약 700명을 줄이고 그 자리를 AI로 채웠죠. 한때 전체 고객 상담의 3분의 2를 AI가 처리한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요? 답변이 뻔하고 반복적이라는 불만이 쌓였고, 만족도가 떨어졌습니다. CEO 세바스티안 시에미아트코프스키는 결국 이렇게 인정했습니다.
"우리는 효율과 비용에 너무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는 더 낮은 품질이었고, 그건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다시 뽑기 시작했죠(Entrepreneur).
여기서 한 가지 짚을 게 있습니다. 사람이 무조건 AI보다 낫다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거죠. 로그(Logg), 민슨(Minson), 무어(Moore)가 2019년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에 발표한 연구 '알고리즘 선호'(Algorithm Appreciation)를 보면, 사람들은 의외로 같은 조언이라도 사람보다 알고리즘이 줬다고 하면 더 잘 따릅니다. 숫자를 추정하거나 예측하는 일에서는요. 그런데 결정적인 단서가 붙습니다. 이 선호는 판단이 주관적일수록, 그리고 그 일에 정통한 전문가일수록 약해진다는 겁니다(Logg et al., 2019). 정답이 또렷한 일은 기계에 맡겨도 좋지만, 맥락과 뉘앙스가 얽힌 일에 사람은 본능적으로 사람을 찾는다는 거죠. 클라르나가 부딪힌 벽이 정확히 거기였습니다.
이 대목은 예전에 다룬 지금리더 〈사람들은 생성형 AI로 뭘 하나?〉 편과 같이 보시면 결이 더 선명해집니다. 도구의 성능을 묻기 전에, 어떤 일에 그 도구가 어울리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는 점에서요.
'대체'와 '증강'은 칼로 무 자르듯 나뉘지 않습니다
자, 그러면 리더는 어떻게 선을 그어야 할까요? 여기서 가장 쓸모 있는 관점을 학계가 줍니다. 라이쉬(Raisch)와 크라코프스키(Krakowski)가 2021년 Academy of Management Review에 실은 연구는 'AI와 경영'을 '자동화-증강의 역설'(Automation–Augmentation Paradox)이라는 틀로 풉니다(Raisch & Krakowski, 2021). 핵심은 이렇습니다. 자동화는 기계가 사람의 일을 '넘겨받는' 것이고, 증강은 사람이 기계와 '나란히' 일하는 것인데, 경영 현장에서 이 둘은 깔끔하게 분리되지 않는다는 거죠.
무슨 말이냐면, 자동화만 밀어붙이면 단기 비용은 줄지만 사람의 경험과 암묵지가 빠져나가 장기적으로 조직이 둔해집니다. 반대로 증강만 떠받들면 효율을 놓치고요. 두 힘은 시간과 공간을 두고 서로 얽혀 있어서, 한쪽만 과하게 당기면 반작용이 옵니다. 연구진의 표현을 빌리면, 어느 한쪽을 과도하게 강조할 때 '부정적 강화 고리'가 돌기 시작합니다. AI 부메랑은 바로 이 역설을 무시한 대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예) 두 회사의 갈림길을 보시죠. B사는 고객문의 자동화 후 '이제 사람은 필요 없다'며 베테랑 상담사를 모두 내보냈습니다. 6개월 뒤 복잡한 클레임이 쌓이자 외부에서 비싼 경력직을 다시 데려왔죠. C사는 같은 AI를 도입하면서도 베테랑 상담사를 'AI 감독자'로 재배치했습니다. AI가 1차 응대를 처리하고, 까다로운 건은 사람에게 넘기며, 사람은 AI가 자꾸 틀리는 패턴을 잡아 시스템을 다듬었습니다. 1년 뒤 B사는 비용이 늘었고, C사는 응대 속도와 만족도를 둘 다 가져갔습니다. 같은 기술, 다른 설계. 차이는 결국 사람을 어디에 두느냐였습니다.
맥도날드와 IBM의 사례도 같은 교훈을 줍니다. 맥도날드는 미국 100여 개 드라이브스루에 AI 주문봇을 깔았다가 오작동 영상이 퍼지자 사람 직원을 다시 불렀고, IBM은 인사 업무 8,000개를 'AskHR'이라는 시스템으로 넘겼다가 공감과 판단이 필요한 케이스 앞에서 멈춰 사람을 재투입했습니다(The HR Digest). 기술이 부족했다기보다, 기술에 무엇을 맡길지를 충분히 따지지 않은 게 문제였던 거죠.
마무리
효율을 좇는 게 잘못은 아닙니다. 다만 효율이라는 숫자 뒤에는 사람만이 메우던 빈틈이 있고, 그 빈틈은 보고서에 잘 안 잡히죠. 결국 조직이 파편화된 개인을 하나로 묶는 마지막 끈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치와 신뢰라는 이야기를, 지금리더 〈개인의 시대, 조직의 역할은?〉 편에서도 했더랬습니다.
AI 부메랑이 가르쳐 주는 건 단순합니다. 무엇을 자동화할까보다, 무엇을 사람 곁에 남겨둘까를 먼저 묻는 리더가 결국 비용도 덜 치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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