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는 중간 관리자입니다. 물론 미국의 중간 관리자와 한국의 중간 관리자는 차이가 있습니다. 사실
Manager라는 사람은 자신이 관리하는 조직의 인사권과 예산권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한국의 중간 관리자라고 할 수 있는 직책인 '팀장', '담당' 정도는 그런 권한이 없습니다. (美 Manager ≠ 韓 팀장)
그럼에도 위아래 끼어 있고, 중간 역할을 한다는 점은 유사하기 때문에 미국 사례를 살펴보는 게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한국에선 중간 관리자 관련 실증 연구의 한계가 있습니다. 아티클 내용을 정리하고 제 의견을 짧게 붙입니다.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은 이제 경영계의 표준 어휘가 되었습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가 대중화한 이 개념은, 실수를 인정하거나 우려를 제기해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리더는 이 개념을 '일선 직원'들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 적용하려 노력해왔습니다. (이러니 '독박 리더십'이란 생각이 들지 않나 추정합니다)
하지만 최근 한 글로벌 연구(다양한 산업의 관리자 1,160명 대상)는 충격적인 맹점을 드러냈습니다. 조직에서 심리적으로 가장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이들은 다름 아닌 '중간 관리자'였습니다. (예전에 중간 관리자 계층의 행복도가 임원, 직원 계층보다 낮게 나온다는 얘기를 모 그룹 담당자에게 들은 바 있습니다)
왜 유독 중간 관리자는 목소리를 내지 못할까?
1. 승진의 역설 (Promotion Paradox)
관리자로 승진하는 순간, 가시성(visibility)과 책임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잃을 것이 많아진 이들은 자신의 평판이나 경력이 훼손될까 두려워 위험을 회피합니다. 동료가 실수를 인정했다가 희생양이 되는 것을 목격하면 침묵은 더욱 강화됩니다.
(결국 심리적 안전감은 탑다운 된다고 봐야 합니다)
2. 상위 리더의 '완벽함' (Top Modeling Gap)
고위 리더들은 종종 완벽한 실행 결과만을 기대하며, 자신들의 실수나 취약성은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이를 본 중간 관리자들은 '완벽함'이 생존의 대가라고 믿게 됩니다. (위와 같음)
3. 완벽함의 환상 (Illusion of Perfection)
조직 시스템 자체가 실패를 공유하는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스포티파이(Spotify)의 '공개 실패 플랫폼'처럼 실수를 학습 자산으로 삼는 구조가 없다면, 관리자들은 실패를 숨기게 됩니다. (조직 문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4. 구조적 고립 (Structural Isolation)
일선 직원들은 팀 동료에게 의지하고, 최고 경영진은 리더십 포럼에서 소통합니다. 반면 중간 관리자는 위(경영진)와 아래(팀원)로부터 압박을 받으면서도, 정작 속내를 털어놓을 동료 집단이 없는 고립된 환경에 처하기 쉽습니다. (중간 관리자들 간에 소통 채널이나 커뮤니티를 만들고 유지하는 노력이 계속돼야 합니다)
5. 전환 충격 (Transition Shock)
데이터가 보여주듯, 신임 중간 관리자(3년 미만)의 충격이 가장 큽니다. '실무자'에서 그들을 이끄는 역할로의 전환은 완전히 새로운 역량을 요구합니다. 동시에 성과 압박은 높아지고, 조직의 암묵적인 규칙(어디까지 솔직해도 되는가)은 모호합니다. 작은 실수가 경력 전체를 위협할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제발 일을 잘한다고 보상으로 직책 승진을 시켜서는 안 됩니다)
💡 리더와 조직을 위한 5가지 제언
중간 관리자의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는 것은 '더 나은 관리자'를 선발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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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책임' 시스템 설계 (승진의 역설 극복) 무분별한 비난 대신 '정당한 책임(Just Accountability)'을 적용해야 합니다. 반복적인 과실은 책임을 묻되, 정직한 실수는 학습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관리자를 제재하는 것이 정당한지 재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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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리더의 '솔직한 모델링' (상위 모델링 갭 극복) 고위 리더부터 자신의 실수와 교훈을 공개적으로 공유해야 합니다. "왜 이렇게 안 되는 거지?"(비난) 대신 "무엇이 예상대로 안 되는 거지?"(탐색)와 같이 비판적이지 않은 질문을 사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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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공유' 플랫폼 구축 (완벽함의 환상 극복) 실패 사례나 '니어 미스(Near-miss, 사고가 날 뻔했으나 나지 않은 사례)'를 공유하고 학습하는 공식적인 플랫폼을 만드세요. 항공 업계가 오류 보고를 일반화하고 "감사합니다"로 응답하며 교훈을 얻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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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지원 네트워크' 구축 (구조적 고립 극복) 중간 관리자들이 어려움을 공유하고 동료 코칭을 받을 수 있는 '실무 커뮤니티(Community of Practice)'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는 사치가 아니라 번아웃을 막는 보호 장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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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리터러시' 온보딩 (전환 충격 극복) 승진을 즉각적인 업그레이드가 아닌 '발전 단계'로 접근하세요. 신임 관리자를 경험 많은 멘토와 연결하고, 온보딩 과정에 '실패 리터러시(Failure Literacy)' 교육을 포함해 좌절을 성장의 기회로 인식하도록 도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