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화 추천을 합니다. 앞으로는 좋아하는 영화를 많이 봤으면 좋겠네요. ^^
지난 3월 개봉한 <승부>입니다. 바둑계 전설 조훈현과 그의 제자 이창호의 실화를 다뤘습니다. 모두가 스승의 승리를 예상했던 첫 대결에서 제자가 충격적으로 승리하는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죠. "실전에선 기세가 8할"이라며 제자를 가르쳤던 스승이 정작 그 기세에 밀려 패배하는 아이러니. 이 영화를 보며 나는 몇 년 전 겪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마지막 회사에서 같은 팀에서 일한 김 과장을 만났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김 과장, 오랜만이네!' 하며 인사했고, 자연스레 반말 섞인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문득 그가 명함을 건넸다. 'OO기업 전략기획팀 부장'.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죠.
내가 아직도 그를 예전의 '김 대리'로만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는 웃으며 "저도 이제 부장입니다"라고 말했고, 그 짧은 순간 느꼈던 부끄러움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습니다.
영화 '승부'에서 조훈현이 느꼈을 충격과 내가 카페에서 느낀 당황스러움은 비슷합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한 번 형성된 위계 관계를 영구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현실에서 위계는 끊임없이 변합니다. 어제의 신입사원이 오늘의 팀장이 되고, 과거의 부하직원이 미래의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것처럼요.
영화가 진정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승부의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보여준 상호 존중입니다. 스승은 제자의 성장을 인정하고, 제자는 스승의 가르침을 잊지 않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승부'의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카페에서 만난 김 부장과의 대화는 그날 이후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서로를 '선배'와 '후배'가 아닌 동등한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존중합니다. 그리고 가끔 그날의 일을 떠올리며 함께 웃기도 합니다. 부끄러웠던 그 순간이 오히려 더 단단한 관계의 시작이 되었으니까요. ^^
“내가 언제든 질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너 덕분에 요즘 많이 배운다.”
(극중 조훈현의 대사)
추천: ⭐⭐⭐⭐
재미: ⭐⭐⭐
의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