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그룹이 큰 결정을 내렸습니다. 직무급제를 전 계열사에 도입하기로 발표했다. 과거 네이버 (https://stib.ee/qRdG) 등에서 레벨제도를 도입한 바 있습니다만, 제 기억으로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사례는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직무급제가 뭔가 하면 해당 직무에 따라 기본급을 달리 가져가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면 연공서열은 해체될 수 있습니다. 왜냐면 오래 다닌 직원이 반드시 해당 직무를 잘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제도가 실현되면 과거의 위계조직은 붕괴합니다. 부서(직군)마다 기본급에 차이가 있고, 같은 부서에서도 역량에 따른 보상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선후배 관계는 더욱 희미해질 것입니다.
공공 부문에서는 직무급제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공공 기관장들이 두려워(?) 하는 게 두 가지인데, 경영 평가와 국정 감사입니다. 대부분 어공인 그들의 관심사는 연임이나 다른 기관으로 이직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경평 결과가 좋아야 합니다. 이미 직무급제 도입 정도가 평가 결과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롯데 그룹의 직무급제 도입은 타의적인 시도라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롯데 그룹은 유통과 중화학 공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원래 극히 보수적인 조직 문화로 연공서열을 기반한 조직 인식이 주를 이뤘습니다. 쉽게 말해 월급은 적지만 짜르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겁니다. 좋은 시절에 했다면 더 실행력을 가졌을 텐데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위기 상황인데 안 할 수 없잖냐는 인식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특히 경기 침체로 다들 위축되어 있을 때 나서는 것도 작은 용기라고 치부하긴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HR 분야에 있어서 새로운 제도를 실행할 수 있는 적기입니다. 왜냐면 인력 시장에서 기업은 완전 우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의 신제도 수용성이 높아지게 마련입니다. 그러고 보니 KT에서 IT 직군에 제한적이지만 페이밴드를 없애겠다는 기사도 났습니다. ^^
토론 모임 트레바리 강남 아지트에서 '성과'를 논의하는 클럽을 8개월 동안 진행했습니다. 9개월부터는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