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직원의 역량을 평가해 레벨을 부여하는 레벨제 도입을 선언했다. 쉽게 말해 역량 수준을 구분해서 평가와 보상 측면에서 차등을 두겠다는 것이다.
사실 예전에도 레벨제 시행을 시도한 바가 있다. 하지만 구성원의 반발로 무산된바 있다. 평가의 적절성과 부작용을 우려해서였다. 3월 초순 설명회를 하고 본격 시행에 나선다고 하니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 기업의 팀제는 완전한 팀제가 아니었다. 과거의 부서제의 특성 - 위계 구조, 공동 작업, 근속연수를 감안한 보상, 승진을 통한 성장 - 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 직위(급) 파괴, 호칭 변경 등으로 나름의 수평구조를 지향했지만 사실, 그것들은 표피적 이슈에 불과했다. 결국 '보상 체계'나 '조직 구조' 개편이 없으면 쓰레기를 장식하는 예쁜 브릿지일뿐이다.
보상 체계 유형은 직무급, 역할급, 역량급, 호봉급 등이 있다. 네이버의 레벨제는 '역량급'이라고 보면 된다. 전사 필요한 역량 체계를 정의하고 개별 직원의 역량을 측정하여 역량 발휘에 최적화된 직무에 투입하는게 주요 골자다. 이 제도가 강화되면 '승진'이라는 개념은 없어질 수 있다. 궁극적으로 능력주의에 기반한 수평구조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물론 잘 됐을 경우에만)
국내 기업에서 레벨제 적용의 성공 사례는 쿠팡을 들 수 있다. 쿠팡은 창업 초기부터 기술직군에는 직급을 두지 않았고, 2015년 전사적으로 모든 직급을 폐지하고, 12단계 레벨제를 도입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쿠팡의 경우 신생기업으로 과거의 레거시 체계가 없었다는 점이다. 네이버 역시 무산의 경험을 갖고 있기에 여러 가지 고려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 역량에 대한 정확한 정의
어떤 정의를 가져와도 구성원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다행히(?) 네이버 같은 IT 기업의 역량 표준은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돼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구성원과의 소통을 통해 생각의 갭을 줄이는 것이다.
- 역량 측정의 정합성과 공정성
측정자(평가자)의 측정(평가) 능력 향상이 필요하다. 손에 잡히는 스킬이 아닌 만큼 점진적인 적용을 고려하는 게 좋다. 아울러 상사 외에 동료나 하급자의 평가를 일부 반영해서 공정에 대한 이슈를 스무딩하는 게 좋다.
- 비용 통제가 어려울 수도
레벨제에서는 레벨별 인원 수 한계가 없다. 과거 직급별 한계를 둬서 전체 인건비(복리후생비) 규모를 통제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비용 통제가 어려울 수 있다. 일반적으로 레벨은 시간에 비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거 직급제와 뭐가 다르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 새로운 기술 습득과 부서 이동 저해 우려
현재 레벨 수준에 만족한다면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다른 부서로 이동하려는 동기를 깎을 수 있다. 낮은 레벨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유연한 구조라는 애초의 지향을 희석시킨다.
- 보상과 연계는 단계적으로
평가와 동전 양면인 보상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는 레벨제의 이면의 진실이다. 직원 입장에선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한방에 추진할까, 단계적 추진일지 숙고해야 한다.
자세한 설명이 나오면 후속 레터를 발행하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