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늦봄부터 저는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게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커뮤니티 관리자와 일주일에 한 편씩 올리기로 약속을 한 터였습니다. 금전적 대가는 없었지만, 약간의 편집을 해줬고, (지금은 없어진) 네이버 경영 판에 링크가 생성되던 시기라 조회수가 1만 회는 늘 넘었습니다.
그렇게 28주 동안 글을 쓰고, 중간에 출판 제의를 받아서 출간하게 됐습니다. 제 아들이 고3이었는데, 제가 더 책상에 오래 앉아 있었습니다. 평일에는 시간이 없어서 주말에 스터디카페 100시간을 결제하고 글을 썼습니다. 그때까지는 퇴사를 금방 할 거로 생각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일은 익숙한 상황이었고, 안정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21년 1월이 되자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습니다. 저와 사전에 협의도 없었습니다. 물론 좌천은 아니었지만 제가 해왔던 업무와는 완전히 딴판이었습니다. 혹자는 '그냥 대충하면 된다'라고 저를 위로했지만 그렇게 일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저의 첫 번째 책 < 팀장으로 산다는 건>이 나오는 시점과 겹치게 됐습니다. 미련 없이(와이프 설득에 시간은 좀 걸렸습니다) 퇴직원을 올렸습니다. 발령을 낸 본부장이 부르더군요.
"이렇게 말씀도 없이 발령 내시는 거 보고 그만두라는 줄 알았습니다."
본부장 얼굴이 굳어졌고 대화는 중단됐습니다. 정말 속이 다 시원하더군요. 이후 노조에서 부당 노동 행위로 함께 싸워주겠다는 제의도 있었고, 대표께서 만류하는 통에 퇴직원 상신 후에 한 달이 지나서 수리됐습니다. 당시 조직 생활 경험이 약 22년 9개월이었는데 뭔가 자신(?)하며 그만둘 수 있었던 이유는 뭐였을까 생각해 보면 단연코 '책'이었습니다.
온라인에서 제 글을 보고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 제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댓글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정말 감사할 일이죠. 작가로 살아갈 것이란 예상은 없었지만 점점 그렇게 됐던 겁니다. 물론, 어려움이 매우 많았고, 선택에 확신을 가지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연초에 책 읽기는 빠지지 않는 새해 다짐입니다. 저는 책 100권 읽기보다 책 1권 쓰기다 100배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어서(공부를 많이 해서) 책을 쓰겠다고 생각합니다. 차곡차곡 쌓아 가겠다는 심산입니다. 하지만 이게 현실에선 잘 안됩니다. 무슨 일이 많이 생깁니다. 그래서 책을 먼저 쓰는 겁니다. 쓰기로 하면 자연스레 학습하게 됩니다. 창피하지 않기 위해서라도요. (사실 제가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이유도 공부를 놓지 않기 위함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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