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계열사로 근무할 때 여러 이유로 전폭적인 그룹의 지원(계열사 물량)을 받지 못했던 때가 있다. 경쟁사는 잠재고객을 만나거나 우리 고객를 만나서 하는 공격의 말이 있었다.
"집안 물량도 받지 못하는 회사가 집밖에서 잘하겠습니까?"
우리 입장에선 억울한 말이지만 고객사 입장에선 곱씹어볼 제기였다. 비슷한 상황이 삼성전자 DS 부문(메모리)에서 발생하고 있다. (상세 내용은 기사를 참고하기 바란다. 아주 잘 썼다.)
출시를 앞두고 있는 갤럭시 S25는 플래그십 모델이다. 휴대폰에는 AP와 메모리가 가장 중요한 부품인데, 일부라도 자체 생산한 엑시노트를 넣었지만 S25부터는 퀄컴 부품만 넣을 예정이다. 메모리 역시 과거 2위 공급업체인 마이크론 제품만 쓰기로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성능이 안 좋기 때문이다. 수율이 좋지 않고, 발열은 해결되지 않았다. 따라서 집안에서 쓰지 않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단순히 집안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AP 공급을 퀄컴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 공급가 협상에 매우 불리하고, 이는 휴대폰 판매가 상승으로 귀결된다. 메모리는 강하다는 기존 인식과 달리 자사 휴대폰에도 넣지 못하는 상황은 시장의 평판을 심대하게 갉아먹는 것이다.
기사에도 언급됐듯이 각 부문 간의 사일로 현상이 한 몫 했을 것이다. 각자 살아야 하는 상황은 임원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과거처럼 강력한 리더십(이게 맞다는 건 아니다)이 없는 상항에서 당연한 수순이고, 어쩌면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사업 부문을 나눠야 한다(실제 회계 처리도 구분되어 처리한다고 들었다). 메모리 부문과 반도체, 가전 부문은 사업의 생리가 완전히 다르다. 인위적인 시너지가 불가한 상황이라면 분리해서 다르게 대응하는 게 좋다. 제조 마인드로는 B2C 고객을 잡기는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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