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계엄령이 선포된 직후 12월 4일 12:30경 사진입니다. 계엄군 차령이 하나 둘 모이고 있었고, 시민들은 그 앞을 가로막고, 차량에 탑승한 군인을 찍어댔습니다.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라'며 위축감을 주려고 했습니다. (저도 사진 중 어딘가에 있습니다)
사실 제게 계엄령은 1980년 광주를 떠올리게 합니다. 총검을 든 군인들의 군화발과 피흘리는 시민들의 모습입니다. MBC 옛드 유튜브 채널에서 드라마 <제5공화국> 스트리밍을 해주고 있습니다. 시청을 강추합니다. 압축해놔서 12시간 정도 분량입니다.
하지만 2024년 계엄군의 모습은 뭔가 달랐습니다. 위압적인 모습도 아니었고, 시민들과 충돌하지도 않았습니다. 경찰들 역시 비슷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시민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들의 눈을 봤습니다. 자신감이 없는 눈길이었습니다.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군인들이, 그것도 최고의 부대라는 특수전부대원들이 말입니다. 도로에는 계엄군 장감차와 군인을 싣을 버스가 속속 도착하는 위중한 상황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기(모티베이션)란 이런 것이구나!'
이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시대가 지났음을 절감했습니다. 스스로 납득되지 않으면 동기 수준이 올라가지 않는 것입니다. 내란 세력의 명령은 받았지만 말단 지휘관 뿐만 아니라 사령관 급에서도 심한 내적 갈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정도라면 시대가 바꿨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비견되는 현상은 또 있었습니다. 계엄령 선포 후 매일 벌어졌던 여의도 시위에서 새롭게 목도한 모습입니다. 근엄하고 무거웠던 시위를 떠나서 재미와 유쾌함이 넘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들에게 누가 흥의 동기를 줬을까요?
'그래, 동기는 스스로 부여하는 거다!'
어수선한 시국 탓에 맘고생 많으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지난 주에 대학원 종강을 하게 되어 앞으로는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