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란 사태와 관련하여 피의자들과 관련자들의 국회 증언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 핵심 인물은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 참모총장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포고령 자체의 내용을 알지도 못했으며, 장관의 지휘 계통으로 내려온 계엄령의 위법성에 대해 판단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위증이 아니라면 '허수아비'를 일부러 계엄사령관으로 앉힌 게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왔습니다.
국방위 위원들은 상당수 상관의 명령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출동한 장병들의 선처와 따뜻한 배려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군대는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조직이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저 역시 출동 군인에게 '반란군'의 멍에를 씌우는 것은 반대합니다. 군대에 명령이 있는 중요성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군인이라도 모든 명령을 다 따라서는 안 됩니다.
군인복무기본정책서(2018~2022)에 따르면, "상관의 명령이 위법한데도 불구하고 맹목적인 복종은 범죄"라며 "이는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①'정당한 명령'에 대한 기준 정립 ②부당한 명령(사적 지시, 위법을 요구하는 명령, 인간의 존엄성 및 인권을 해치는 명령 등)에 대한 거부권 및 신고 의무 법제화 검토 ③영내 대기 기준 구체화를 과제로 제시했다.
명령이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계엄사령관 등 주요 부대장들과 달리 방첩사 1처장의 대처는 올바름에 대한 판단에 대해 알려주는 바가 큽니다. (아래 이미지는 JTBC뉴스, 2024.12.10)
정성우 방첩사 1처장은 사령관에게 지시를 받은 후 법무관들과 협의해서 명령의 위법성을 판단했다고 합니다. 결국 선관위 서버 복사 혹은 탈취에 있어 방첩사 요원들이 적극성을 발휘하지 않는 계기가 됐습니다.
"저는 지시받는 업무를 잘 처리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을 뿐입니다... 나는 잘못이 없습니다... 저는 시키는 것을 그대로 실천한 하나의 인간이자, 관리자였을 뿐입니다."
이건 계엄사령관의 증언 같지 않습니까?
놀랍게도 유태인 학살에 역할한 아돌프 아이히만의 법정 증언 중 일부입니다.
'악의 평범성'을 말한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그의 진짜 죄에 대해 말합니다.
"그는 아주 근면한 인간이다. 이런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유죄인 명백한 이유는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국민의 안위를 위한다는 공직자라면 생각이 꼭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