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에게는 힘든 점이 없는지 묻고, 회의실에서는 흔들리지 않는 표정을 지으며, 위에서는 실적 압박을 받아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리더입니다. 특히 임원과 팀장님들은 조직의 불안을 흡수하되 자기 불안은 좀처럼 드러내지 못하죠. 일이 잘 굴러가면 괜찮은 줄 압니다. 본인도, 회사도요.
그런데 성과를 내는 일과 괜찮은 하루를 보내는 일은 다른 얘기입니다. 최근 자료는 리더가 조직에 몰입하고 삶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하루하루 더 큰 스트레스와 외로움에 시달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오늘은 리더의 마음을 개인의 체력이나 멘탈로만 다뤄서는 안 되는 까닭과 조직이 어떤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성과가 좋은 리더도, 하루는 더 힘들 수 있습니다
Gallup이 2026년 4월 공개한 Leaders Have Better Lives but Worse Days는 묘한 간극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리더는 관리자를 관리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이들은 실무 구성원보다 업무 몰입도와 전반적인 삶의 평가가 높았습니다. 권한이 있고, 조직에서 인정받으며, 중요한 결정에 참여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전날의 감정을 물으면 그림이 뒤집힙니다. 실무 구성원과 비교해 스트레스를 많이 느꼈다는 리더의 비율은 7%포인트, 분노는 12%포인트, 슬픔은 11%포인트, 외로움은 10%포인트 높았습니다. 웃거나 즐거웠다고 답한 비율은 오히려 낮았고요. 쉽게 말해 인생은 괜찮다고 평가하지만 오늘 하루는 힘든 사람이 리더인 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대목이 가장 걸립니다. 회사는 대개 성과, 퇴사 의향, 조직 몰입도처럼 눈에 보이는 신호로 리더의 상태를 판단합니다. 목표를 달성하고 회의에서 또렷하게 말하며 출근도 빠짐없다면 이상 없음으로 분류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리더의 역할 수행 능력과 정서적 여력은 같은 지표가 아닙니다.
(예) B 본부장은 분기 목표를 104% 달성했습니다. 대표 보고도 무사히 끝냈고요. 그런데 그 주에 구조조정 대상자를 정하고, 핵심 인재의 퇴사 통보를 받고, 팀장 두 명의 갈등까지 중재했습니다. 달력에는 성공적인 한 주로 남습니다. 몸과 마음에는 전혀 다른 한 주로 남죠.
Gallup의 State of the Global Workplace 2026을 보면 관리자 몰입도는 2022년 31%에서 2025년 22%로 내려왔습니다. 반면 모범 조직에서는 관리자 몰입도가 79%였습니다. 리더의 소진을 직급에 따라붙는 숙명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조직 여건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큽니다.
리더의 감정은 리더에게서 끝나지 않습니다
왜 리더는 외로울까요? 사람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속내를 솔직히 털어놓을 사람이 부족해서입니다. 팀원에게는 불안을 전염시킬까 조심스럽고, 상사에게는 역량이 부족해 보일까 망설여집니다. 동료 임원과는 자원과 평가를 놓고 경쟁할 때가 있고요. 주변에 사람이 가득해도 속내를 꺼낼 자리가 없는 겁니다.
의사결정의 무게도 한몫합니다. 자료가 불완전한데 결론은 내려야 하고, 누군가는 싫어할 선택을 해야 합니다. The Loneliness No One Warns CEOs About이 2026년 6월 짚었듯, 특히 첫 CEO 역할에서 예상 밖으로 맞닥뜨리는 부담은 업무량만이 아니라 고립입니다. 이런 부담은 CEO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조직의 최종 결정을 혼자 품는 순간, 팀장도 작은 CEO가 됩니다.
McCarthy 등(2026)이 Journal of Management에 발표한 All the Lonely People은 213편의 문헌에 담긴 233개 실증 연구를 통합했습니다. 이 리뷰에 따르면 리더의 외로움은 자신의 안녕에 머물지 않고, 팀원이 느끼는 리더에 대한 인지적 신뢰와 임파워링 리더십 평가까지 갉아먹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분야의 개입 연구는 아직 적고 자기보고 연구도 많으니, 외로움 하나로 모든 성과 저하를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현장에서는 이렇게 나타납니다.
“팀장님, 요즘 제가 뭘 가져가도 마음에 안 드시죠?”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은 길게 얘기할 시간이 없어.”
A 팀장은 자신이 지쳐 있을 뿐이라고 여겼습니다. 팀원은 불신받고 있다고 받아들였고요. 30분 원온원이 7분으로 줄고, 질문이 사라지고, 답변이 지시로 바뀌면 팀은 리더의 속사정보다 행동을 읽습니다. 리더의 고립이 팀의 침묵으로 번지는 장면입니다.
예전에 다룬 MS는 AI 때문에 중간관리자를 해고했나 편에서도 관리 폭을 넓히면서 일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남은 관리자의 번아웃과 부서 간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자리를 줄이면 보고선은 짧아질지 몰라도, 한 리더가 받아 내야 할 감정과 판단은 되레 두꺼워질 수 있습니다.
리더를 챙기는 일은 복지가 아니라 운영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휴가를 권하고 명상 앱을 나눠 주는 일도 쓸모 있습니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리더가 돌아온 다음 날 똑같은 판에 다시 놓입니다. 리더 웰빙을 개인의 회복 루틴과 조직의 운영 장치로 함께 받쳐 줘야 합니다.
첫째, 리더의 상태를 성과와 분리해 점검하세요. 월간 경영회의에서 숫자 보고가 끝난 뒤 10분만 따로 떼어 최근 한 달간 에너지를 가장 많이 갉아먹은 결정, 미루고 있는 대화, 혼자 감당 중인 사안을 묻는 겁니다. 임원이라면 CEO나 CHRO가, 팀장이라면 직속 임원이 이 질문을 맡을 수 있습니다. 답을 평가 자료로 쓰지 않는다는 약속도 분명히 해야 하고요.
둘째, 평가권이 없는 동료 연결망을 세우세요. 같은 회사의 동급 리더 3~4명이 월 1회 60분 동안 사례를 나누는 방식이면 충분합니다. 규칙은 세 개만 권합니다. 회의록을 남기지 않는다. 조언하기 전에 질문을 두 번 한다. 사람 이름 대신 역할과 맥락을 말한다. 친목회가 아니라 판단을 환기하는 동료 자문입니다.
(예) C 회사는 신규 팀장 네 명을 한 조로 묶었습니다. 첫 달에는 다들 잘하고 있다는 얘기만 하더군요. 그래서 질문을 바꿨습니다. 이번 달에 혼자 결정하기 버거웠던 일 하나만 가져오라고 했죠. 한 팀장이 저성과자 면담을 꺼내자, 다른 팀장은 자신이 쓴 첫 문장과 면담 뒤 후속 메일까지 보여 줬습니다. 해답보다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이 먼저 생겼습니다.
셋째, 압박받은 직후에는 결정보다 회복할 틈을 먼저 확보하세요. 2026년 4월 McKinsey의 How Leaders Can Help Their Organizations Metabolize Strain은 리더가 갈등, 침묵, 시간 압박처럼 자신을 자극하는 신호를 알아차리고 회의 사이에 짧은 리셋을 둘 것을 권합니다.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50분 회의 뒤 10분을 비우고, 큰 결정을 앞두고 다음 두 문장을 적어 보세요.
- 지금 내가 서두르는 까닭은 무엇인가?
- 지금 풀어야 할 사안과 내가 불편해하는 감정은 각각 무엇인가?
이 간격은 우유부단이 아닙니다. 압박이 올라오면 익숙한 반응이 먼저 튀어나옵니다. 누군가는 통제하고, 누군가는 회피하며, 누군가는 성급히 낙관합니다. 짧게 멈춰야 선택지가 다시 보입니다. 판단의 품질을 지키는 수순입니다.
넷째, 조직 차원의 위험 신호를 정해 두세요. 원온원 취소가 한 달에 세 번 이상 반복되고, 휴가 중 접속이 일상이 되며, 사소한 의사결정까지 위로 몰리고, 회의에서 특정 리더만 계속 결론을 내린다면 개인의 성격으로 넘기지 마세요. 역할 범위, 관리 인원, 회의 수, 의사결정 권한을 함께 뜯어봐야 합니다. Leaders Feel Their Agency Eroding—and They’re Starting to Withdraw가 지적한 리더의 위축도 의지 부족이라기보다 통제감이 닳아가는 국면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경계할 점도 있습니다. 리더가 힘들다는 이유로 팀원에게 감정을 쏟아 내거나 책임을 미룰 수는 없습니다. 솔직함과 감정 전가는 다릅니다.
“이번 결정이 저에게도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오늘 바로 결론 내리지 않고 내일 오전까지 두 가지 선택지를 다시 보겠습니다.”
이 정도만 공유해도 충분합니다. 감정을 숨기지 않되, 처리 책임은 리더가 붙드는 겁니다. 구성원에게 위로받으려는 게 아니라 판단 과정을 예측할 수 있게 알리는 거죠.
리더는 팀의 안전망입니다. 그렇다고 안전망을 허공에 매달아 둘 수는 없습니다. 리더를 챙기는 일은 약한 사람을 달래는 복지가 아니라, 조직의 판단과 관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받치는 운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