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사회와 CEO가 CEO 승계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내부 후보군이 얇으면 검증된 스타 임원을 외부에서 데려오죠. 그런데 막상 최종 승계에서는 내부 임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사실, 레벨을 낮춰보면 중간관리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외부 영입 임원의 역량이 모자라서일까요? 실상은 더 복잡합니다. 외부 영입 임원은 기업을 이끌 역량과 함께 이 기업을 대표할 정당성까지 입증해야 하거든요. 아래는 이 과정에서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점입니다.
오해 1. 차기 CEO 후보로 영입했다면 내부 후보와 같은 출발선에 선다?
그렇지 않습니다. 직급과 보상은 비슷해도 시험 과목이 다릅니다. 2026년 8월 3일 발표된 Executive Leadership Outlook: 2026 Mid-Year Executive Hiring Trends는 미국 은행·신용조합의 임원 인사 496건을 분석했습니다. 전체 임원 이동에서는 외부 영입이 절반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별도로 살펴본 CEO 교체 31건에서는 내부 승진이 약 4분의 3을 차지했습니다. 업종이 제한된 조사라는 점은 감안해야겠지만, 임원 영입과 CEO 승계가 전혀 다른 게임이라는 사실은 선명합니다.
@HBR의 8월 5일 아티클 Why Lateral Hires Rarely Become CEO는 그 차이를 이렇게 짚습니다. 내부 후보는 주로 회사를 이끌 수 있는가를 평가받지만, 외부 영입 임원은 회사를 이끌 역량과 이 회사를 대표할 정당성을 함께 심사받습니다. 이사회가 후보를 공식 검토하기 훨씬 전부터 동료 임원과 구성원은 이미 그 사람을 믿고 따를 만한지 집단 판단을 쌓고 있다는 거죠.
(예) A사는 경쟁사 전략총괄을 사장으로 영입하면서 차기 CEO 후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듬해 승계 논의가 시작되자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전략은 잘 아는데요. 우리 사업을 어디까지 이해하는지는 아직…”
반면 15년 근속한 내부 후보에게는 회사 이해도를 따로 증명하라고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외부 후보는 1년 안에 두 과목을 치렀고, 내부 후보는 한 과목만 치른 셈입니다.
현장에서는 두 후보에게 같은 평가표를 적용하시길 권합니다. 사업 포트폴리오 판단, 전사 자원 배분, 핵심 인재 육성, 외부 이해관계자 대응처럼 CEO 준비도를 보여주는 항목을 정하고, 내부 후보에게도 객관적인 증거를 요구해야 합니다. 익숙함을 실력으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오해 2. 외부 임원은 처음 100일 안에 자기 색깔을 보여줘야 한다?
서두를수록 존재감은 드러납니다. 정당성은 되레 갉아먹을 수 있습니다. Keil, Lavie, Pavićević(2022)가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에 발표한 When Do Outside CEOs Underperform?는 미국 상장기업의 CEO 선임을 분석했습니다. 외부 CEO가 쌓아온 경영 경험의 기간과 폭은 선임 이후 성과 차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더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이전 기업에서 익힌 방식과 새 회사 특성의 부적합, 그리고 선임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부정적 반응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경력이 화려하다고 새 조직에서 곧바로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전 회사의 성공 공식을 새 회사에 성급히 이식하면 경험이 자산이 아니라 발목을 잡는 짐으로 바뀝니다.
(예) B사에 영입된 외부 임원이 취임 6주 만에 회의체를 절반으로 줄이고 투자 심의 기준을 바꿨다고 해보죠. 의사 결정 속도는 빨라졌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규제 기관과 고객의 요구를 조율해온 실무진에게는 새 임원이 사업의 맥락을 가볍게 본다는 신호로 읽혔습니다.
“전에 계시던 회사에서는 이렇게 했습니다.”
외부 임원이 가장 꺼려야 할 문장입니다. 맞는 말이어도 자주 꺼내면 새 조직은 자신들이 교정 대상이라고 받아들이기 마련이거든요.
첫 90일에는 해결책보다 맥락을 모으세요. 왜 이 절차가 생겼는지, 무엇을 지키려고 이런 구조를 택했는지, 과거의 개편이 어디서 막혔는지를 12명 이상에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바꿀 것만 찾지 말고 계속 유지할 것도 함께 정해야 합니다. 정당성은 성과 발표보다 맥락을 제대로 이해했다는 신호에서 먼저 자랍니다.
오해 3. 외부 후보의 쓸모는 내부인이 못하는 혁신에 있다?
큰 변화가 곧 좋은 변화는 아닙니다. 특히 승계 국면에서는 변화량보다 적합성이 성패를 가릅니다. Schepker, Kim, Patel, Thatcher, Campion(2017)이 The Leadership Quarterly에 발표한 CEO Succession, Strategic Change, and Post-Succession Performance는 60개 표본, 1만 3578건의 CEO 승계를 종합한 메타분석입니다. CEO 교체는 단기 성과를 떨어뜨렸고, 장기 성과에 미치는 직접 효과는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내부 CEO는 장기 성과를 개선하고 전략을 상대적으로 적게 바꾼 반면, 외부 CEO는 전략을 더 많이 바꿨지만 그 결과 장기 성과가 낮아지는 경로가 관찰됐습니다.
물론 외부 CEO가 늘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Quigley, Hambrick, Misangyi, Rizzi(2019)가 Strategic Management Journal에 발표한 CEO Selection as Risk-Taking은 외부 CEO가 내부 CEO보다 평균적으로 열등하냐는 질문 자체를 비틀었습니다. 외부 CEO는 성공과 실패 양쪽의 극단적인 결과를 낼 가능성이 더 큰, 변동성이 높은 선택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이사회가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외부 인재가 얼마나 변화시킬 것인가 아닙니다. 우리 회사가 지금 감당해야 할 변화의 종류와 속도가 무엇인가입니다.
(예) C사가 디지털 전환을 맡길 외부 임원을 영입했다고 해보죠. 취임 직후 모든 사업부의 KPI와 보고 체계를 한꺼번에 뜯어고치면 변화 의지는 분명해집니다. 다만 현업 데이터가 정돈되지 않은 상태라면 회의 자료만 새로워지고 의사 결정은 더 늦어질 수 있습니다. 껍데기만 번듯한 전환으로 귀결되는 거죠.
첫 6개월에는 전사 변화를 한 가지 핵심 과제로 좁히시길 권합니다. 각 변화안에는 기존 방식이 막힌 증거, 포기하지 않을 강점, 함께 실행할 내부 책임자를 붙이세요. 외부 임원의 관점에 내부 임원의 맥락을 얹어야 변화가 버팁니다.
오해 4. CEO 선임은 결국 이사회가 결정하므로 이사회만 설득하면 된다?
표결은 이사회가 합니다. 후보의 정당성은 조직 전체가 심사합니다. 2026년 8월 6일 ConocoPhillips가 발표한 CEO 승계는 내부 후보의 강점을 잘 보여줍니다. 새 CEO로 지명된 Andy O’Brien은 1997년 입사한 뒤 재무, 전략, 해외사업, LNG, 인수합병 등을 두루 맡았습니다. 이사회가 선임 근거로 내세운 것도 깊은 사업 이해와 검증된 실행 이력이었습니다. 내부 경력 자체보다 여러 현장에서 쌓은 전사적 신뢰가 힘을 발휘한 겁니다.
반대편 경계 사례도 흥미롭습니다. 7월 30일 Stride는 당시 사외 이사였던 Robert Knowling을 CEO로 선임했습니다. 경영진 내부 승진은 아니지만, 이사회에서 회사를 관찰하고 신뢰를 쌓아온 인물이었죠. 두 사례만으로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외부와 내부를 가르는 선이 재직 여부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은 보여줍니다. 기업 고유의 맥락을 얼마나 겪었고, 의사 결정자들이 그 판단을 얼마나 가까이서 관찰했느냐도 큽니다.
(예) D사의 외부 영입 부사장은 분기마다 이사회에 훌륭한 발표를 했습니다. 그러나 동료 임원들에게는 협업 요청을 늦게 알렸고, 자신의 과제에 자원을 우선 배정하려 했습니다. 이사회에는 CEO 후보로 보였지만 경영진에게는 자기 부문만 챙기는 임원으로 남았습니다. 발표 점수와 승계 점수가 엇갈린 겁니다.
후보에게 네 종류의 노출을 마련해보세요. 이사회에는 판단력을, 동료 임원에게는 양보와 조정 능력을, 구성원에게는 방향을 설명하는 힘을, 고객·투자자에게는 기업을 대표하는 태도를 보여줄 기회를 줘야 합니다. CEO 준비도는 프레젠테이션 몇 차례로 감지하기 힘듭니다. 여러 관계에서 거듭 관찰돼야 합니다.
오해 5. 외부 후보가 최종 승계에서 탈락했다면 사람을 잘못 뽑은 것이다?
후보의 결함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왕왕 승계 시스템이 외부 후보를 이중 구속에 빠뜨립니다. 밖의 관점을 가져오라고 채용해놓고, 내부 방식에 충분히 동화되지 않았다고 벌점을 주는 모양새입니다.
이사회·CEO·CHRO가 다음 다섯 가지를 챙겨보시기 바랍니다.
- 채용 제안서에서 현재 역할과 CEO 후보 자격을 분리하세요. 후보군 편입은 선임 약속이 아니며, 어떤 절차와 증거로 평가할지 명시해야 합니다.
- 내·외부 후보에게 동일한 CEO 준비도 평가표를 적용하세요. 근속 연수나 평판 대신 전사 판단, 자원 배분, 후계자 육성, 이해관계자 신뢰의 증거를 요구하세요.
- 외부 후보에게 전사 과제를 맡기되 내부 공동 책임자를 붙이세요. 혼자 영웅이 되게 두지 말고, 조직의 맥락과 관계망을 함께 익힐 판을 깔아야 합니다.
- 입사 90일·180일·360일에 정당성을 점검하세요. 인기 투표를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이 사람의 판단을 신뢰하는가, 갈등이 생겼을 때 협력하려 하는가, 회사를 대표해도 된다고 보는가를 구체적인 장면으로 확인하세요.
- 탈락 사유를 역량과 정당성으로 나눠 기록하세요. 막연히 문화에 맞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뭉개면 다음 외부 후보도 똑같이 발목이 잡힙니다. CHRO는 조직의 소문을 평가 증거로 번역하는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외부 영입 임원의 약점은 외부인이라는 사실이 아닙니다. 조직을 바꾸라고 요구하면서, 그 조직을 대표할 사람으로 신뢰받을 경험은 마련하지 않는 승계 시스템이 고민거리입니다. 채용은 입구일 뿐입니다. CEO 승계는 정당성이 차곡차곡 쌓이는 긴 공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