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보고 마치고 슬쩍 휴대폰을 켰는데, 화면 속 누군가가 골을 넣었습니다. 그 순간 사무실 여기저기서 "어!", "와!" 하는 소리가 새어 나오죠. 다들 일하는 척, 안 본 척… (사실은 이미 다 보고 있었던 거죠)
요즘 전 세계 사무실 풍경이 대충 이렇다고 합니다. 월드컵이 한창인데 일이 손에 잡히겠습니까? 오늘은 좀 가벼운 화제 하나 들고 왔습니다. 그런데 따라온 숫자가 좀 무시무시하더군요. 같이 보시죠!
39일에 170억 달러가 공중으로
@UKG의 조사에 따르면, 2026 월드컵 39일 동안 전 세계 8개국 직장에서 날아가는 생산성 손실이 최소 170억 달러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ㅎㄷㄷ. 이 중 미국이 117억 달러로 압도적 1위, 독일 13억 4천만 달러, 영국 9억 1천만 달러가 뒤를 잇습니다.
재미있는 건 사람들의 솔직함인데요. 직원 14%는 "근무 중에 몰래 중계를 보겠다"고 대놓고(?) 답했고요. 37%는 경기 시간에 맞춰 근무 일정을 조정하겠다, 27%는 아예 지각·조퇴·결근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22%는 "피곤한 채로 출근할 것 같다", 11%는 "숙취 상태로 일할 듯"이라고… 솔직해도 너무 솔직한 거죠.
UKG의 수레시 비탈은 이렇게 짚더군요. 결근과 '건성 출근'(몸만 와 있는 상태)이 한꺼번에 대규모로 터지면 그 비용은 즉각적이고 크다고요. 그렇다고 막을 수 있느냐. 글쎄요. 다음 장면을 보시죠.
한쪽은 빗장을 풀고, 한쪽은 판을 깐다
가장 눈길을 끈 건 월스트리트였습니다. 재택근무라면 치를 떨던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이 '월드컵 한정'으로 재택을 허용했거든요. JP모건은 미국·캐나다·멕시코 전 직원을 대상으로, 골드만은 경기가 있는 날 재택 신청을 받기로 했습니다.
배경이 좀 웃깁니다. 거창한 복지가 아니라, 경기장 인파 때문에 도로가 막히고 대중교통마저 경기 티켓 소지자 우선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직원들이 출근길에 발이 묶일 판이라는 거죠. 골드만 데이비드 솔로몬 CEO는 한때 재택을 "변종"이라 불렀고, JP모건 제이미 다이먼은 재택 정책을 두고 욕설 섞인 일장연설을 했던 인물입니다. 그런 두 회사가 스스로 빗장을 풀었으니, 격세지감(?)이라 할 만하죠.
반대편엔 아예 판을 깔아주는 상사들이 있습니다. 로버트하프의 마이크 셱트먼은 사내 단체 응원전이 사기를 끌어올리는 가장 쉬운 한 수라고 말합니다. "공유된 경험으로 부서가 다른 사람들까지 한데 모으는 기회"라는 거죠. 리더가 먼저 균형을 보여주면 구성원도 따라온다고요. 한 직원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결국 일하러 온 사람들이잖아요."
즐기되 너무 풀어지진 말자는, 현장의 균형 감각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리더와 구성원이 가볍게 곱씹어볼 거리 몇 가지만 짚어볼게요.
- 어차피 볼 거면, 차라리 같이 봅시다. 몰래 보는 14%를 색출하는 데 에너지를 쓰느니, 점심시간을 30분 늘리거나 휴게실에 화면 하나 켜두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셱트먼 말처럼 리더가 먼저 균형을 보여주면 구성원도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 '허용'에도 디테일이 필요합니다. 골드만·JP모건이 콕 집은 건 막연한 자유가 아니라 '경기 날'과 '출근길 혼잡'이라는 구체적 상황이었죠. "알아서 즐겨"가 아니라, 어떤 날 어디까지 가능한지 선을 한 번 그어주시는 편이 서로 편합니다.
- 진짜 승부는 경기 다음 날입니다. 22%가 피곤한 채로, 11%가 숙취로 출근하겠다고 했잖아요(^^). 축제 다음 날의 컨디션 난조는 사실상 예고된 일입니다. 마감을 하루 당기거나 미루는 작은 배려가, 단속보다 훨씬 효과가 좋을 겁니다.
막을 것이냐, 깔아줄 것이냐. 정답은 회사마다 다르겠지만요.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신나는 일을 억지로 누르려 들면 어차피 들통나기(뽀록나기) 마련이고, 차라리 양지로 끌어내 같이 즐기는 쪽이 사기에도 생산성에도 남는 장사라는 거죠. 어차피 4년에 한 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