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협상 과정을 보며 제가 들었던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 '요즘 노조는 연대 의식 같은 건 없구나' → 실제 협상에 나선 초기업노조는 '정치 활동' 배제를 선언하며 출범했습니다. 그래서 진보 매체에서도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과 싸늘한 여론을 가져왔습니다.
- '회장이 고개를 숙이네? 하지만 믿을 수 없다!' → 이재용 회장이 짧은 사과문 발표 동안 세 번 이나 머리를 숙였다는 게 큰 뉴스였습니다. 하지만 직후 사측이 보인 협상 태도를 보면 100% 진심인지 믿을 순 없었습니다.
- '언론은 성과금에 관심이 많네?' → '몇 억이다' 억 단위 성과금을 말하기 바빴습니다. 벌써부터 상대적 박탈감을 언급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아... 기자 자기들도 많이 받고 싶었나보다'라고만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과관리에 천착하고 있는 제 입장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삼성전자 경영진의 '성과급은 성과가 난 곳에'라는 경영원칙이었습니다. 원칙적으로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슈가 됐던 DS 부문의 시스템사업부, 파운드리사업부에 '당신들은 수익이 나지 않으니 성과급을 줄 수 없어'라고만 할 수 없다고 봅니다.
🎈 그들이 말한 성과는 output(산출)일 뿐입니다
- 국내 기업의 성과 정의는 대부분 결과인 output(산출)에 머물고 있습니다. 측정하기 쉽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 삼성전자 경영진은 '성과 = 이익'이라는 관점인 듯 합니다. output(산출)이 플러스가 아니니 성과급을 줄 수 없다는 거겠죠. 하지만 목표가 있었을 테고, 분명 타겟은 '마이너스'였을 겁니다.
- 아시듯이 1990년대에 삼성전자는 D-RAM 분야 세계 1위를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D-RAM 산업은 주기 산업이라 부침이 심했고, 사업 확장이라는 명분으로 1997년 DS 부문 내 시스템 사업부가 만들어집니다. 이후 파운드리 사업부가 별도로 독립합니다. 회사 차원의 전략적 행보라는 말입니다. 대부분 '전략적' 사업은 큰 위험성을 내포합니다.
- 만약, '당신들은 이익을 내지 못했으니 성과급을 줄 수 없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누가 위험이 높은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손을 들까요? 실제 1997년 시스템 사업부가 만들어졌을 때 D-RAM 사업부 일부 직원은 전배하지 않았을까요? 여기서 단순 output(산출)이 아니라 outcome(성과) 개념이 중요하게 부각됩니다.
- 산출은 투입(input)과 프로세싱(process)의 결과입니다. 그 결과는 해석이 필요합니다. 비록 지금은 마이너스 이익이라고 해도 미래를 위한 투자라면, 해석과 의미 부여를 통해 성과(outcome)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 결과만 생각하는 성과관리와 보상이 이어진다면 구성원은 어떻게 하든 결과만 맞춰내기에만 급급할 것입니다. 그래서 도출된 결과가 건강한가,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살펴야 진정으로 성과로 나갈 수 있습니다.
※ 다른 측면의 생각
- 사측에서는 성과금 절대액을 줄이고자 하는 생각에서 성과는 성과가 난곳에만이라고 주장했을 수 있습니다.
- 노측에서는 DS 부문 중심의 대의원들의 이탈을 막아 과반 노조 지위를 유지하려고 시스템, 파운드리 사업부의 성과급 지급을 주장했을 수 있습니다.
- 아마도 두 생각 모두 일정 이상 맞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삼성전자 내부인이 아니니 혹시라도 잘못 이해한 사실관계가 있다면 말씀주셨으면 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