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라는 자리는 정말 쉽게 바뀌는 자리는 아닙니다. 이미 인지도, 공급망 장악령, 규모의 경제 등 1위가 가지는 경쟁 우위는 철옹성 같습니다. 그렇다고 1위가 안 바뀌는 것도 아닙니다. 2위가 정말 열심히 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의외로 1위 기업의 방심과 안일함 때문에 촉발하는 경우가 여럿입니다.
반도체 HBM과 관련해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이하 하이닉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SK하이닉스는 부족한 역량과 자금력을 보완하기 위해 설비 기기를 직접 수리해가며 원가절감을 했습니다. 공급업체와는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윈윈 전략을 썼습니다. 이걸로 1위 탈환을 모두 설명할 수 있을까요?
사실 HBM 기초 개발은 삼성전자가 먼저 했습니다. 경영진은 기존의 D램 시장이 오래 갈 것이고, HBM의 시장은 늦게 열릴 거라 판단했습니다. 이는 마치 피처폰 시장의 강자 중 하나였던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 대해 오판했던 것과 유사합니다. 개발진들 상당수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하이닉스로 이직을 하게 되었고, 오늘날 HBM 개발을 선도하게 됩니다. 최근에 주가 부양으로 벌써 잊혀진 감이 있지만 1년 반 전만 해도 삼성전자는 망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았습니다. 이처럼 1, 2위 업체의 자리바꿈은 2위 기업이 열심히 해서만 이뤄지진 않습니다.
2022년 11월 OpenAI의 ChatGPT 출시로 촉발한 생성형 AI 시장은 사실 transformer라는 기반 기술에 근거합니다. 대부분 생성형 AI 언어 모델은 이에 근거할 만한 기초가 되는 중요 기술입니다. 고려해봐야 하는 것은 이를 구글이 만들었다는 겁니다. 최근에는 괜찮아졌지만 구글이 초창기에 내놨던 Bard는 성능이 좋지 못했습니다. 기술이 있는데 왜 상용화가 더뎠을까요? 구글의 매출 비중을 보면 답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2026년 1분기 기준 검색과 유튜브 광고가 전체 75% 이상을 차지합니다. 따라서 구글은 사용자가 자사 사이트에 오래 머무는 것을 원합니다. 만약 AI가 답을 바로 제시하면 당연히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 겁니다. 이같은 점이 초기 대응에 힘을 싣지 못한 배경이 아닐까 합니다.
1위 기업이 향유하는 성공의 경험이 승자의 저주처럼 변모하기 쉬운 게 사실입니다. 디카를 맨처음 개발한 코닥, 새로운 OS를 개발했던 노키아,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미국의 20세기를 대표하던 GE까지...
우리는 늘 변해야 한다는 게 변화관리의 요체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