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출근해서 커피 한 잔과 함께 PC를 켜고,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아마도 메일함과 메신저(슬랙, 팀즈 등)일 것입니다.
1. 무대 위에 오른 직원들: '생산성 연극'이란 무엇인가?
'생산성 연극'이란, 실제 업무 성과를 내는 것보다 '바쁘게 일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들이 무대 위에서 펼치는 대표적인 연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 '그린라이트' 사수하기: 슬랙, 팀즈 등의 메신저 상태를 '활동 중(녹색불)'으로 유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마우스를 흔들거나 키보드를 누릅니다. (심지어 마우스 움직임을 자동화하는 '마우스 무버' 기기나 프로그램까지 성행하고 있습니다.)
- 의미 없는 회의 참석: 자신의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거나 발언할 필요가 없는 회의에도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참석합니다.
- 보여주기식 이메일 발송: 일부러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에 이메일을 보내 '나는 이렇게 늦게까지/일찍부터 일한다'는 인상을 줍니다.
- 과도한 상태 업데이트: "지금 XX 작업 시작합니다", "OO 작업 50% 완료했습니다"처럼 사소한 업무 진행 상황을 불필요하게 자주 공유합니다.
2. 우리는 왜 '연기'를 시작했나?: 발생 원인
이러한 '생산성 연극'은 단순히 직원 개인의 꾀병이나 불안감 문제로 치부할 수 없습니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 즉 경영 방식과 조직 문화에서 비롯됩니다.
- '과정' 중심의 감시 (Activity Monitoring): 리더가 직원의 '성과(Outcome)'가 아닌 '활동(Activity)'을 측정하려 할 때 발생합니다. "얼마나 오래 접속해 있는가?", "키보드를 얼마나 자주 두드리는가?", "회의에 몇 번 참석했는가?"와 같은 지표는 실제 성과와 무관하지만, 관리자에게는 가장 '관리하기 쉬운' 지표입니다.
- 낮은 심리적 안정감 (Low Psychological Safety):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량이나 방식에 대해 솔직하게 말할 수 없는 분위기, 즉 '잠시 쉬거나 집중이 안 되는 모습'을 보였을 때 '게으르다'는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하는 문화가 연기를 조장합니다.
- 관리자의 불안 (Managerial Anxiety): 하이브리드 환경에서 팀원들이 눈에 보이지 않자, 관리자들은 '팀원들이 제대로 일하고 있을까?'라는 불안에 휩싸이기 쉽습니다. 이러한 불안은 결국 마이크로매니징이나 과도한 모니터링으로 이어지며, 직원들은 이에 방어적으로 '연기'를 하게 됩니다.
3. 연극의 대가: 무엇을 잃고 있는가?
이 '생산성 연극'은 조직에 심각한 비용을 청구합니다.
- 진짜 생산성 저하: 직원들은 '바쁜 척' 연기를 하느라 실제 중요한 업무에 쏟아야 할 인지적 자원(Cognitive Resource)을 소모합니다. 연기에 드는 에너지와 실제 업무 에너지는 이중으로 소모되어 번아웃을 가속화합니다.
- 신뢰 자본의 붕괴: 관리자는 직원이 '연기'하고 있음을 직감하고(혹은 모니터링 툴로 확인하고), 직원은 관리자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음을 압니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 혁신과 창의성 실종: 실패나 휴식을 용납하지 않고 오직 '바쁜 모습'만을 강요하는 문화 속에서, 직원들은 위험을 감수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기보다 현상 유지(혹은 바쁜 척 유지)에 급급하게 됩니다.
4. 리더의 역할: 연극을 멈추고 '성과'에 집중하는 법
이 '생산성 연극'의 막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리더(관리자)뿐입니다. 이제 리더는 '감독'이 아닌 '연출가'가 되어야 합니다.
- '활동(Activity)'이 아닌 '성과(Outcome)'를 측정하십시오. "하루 8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가?"가 아닌, "이번 주(혹은 이번 분기)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가?"에 집중해야 합니다. 성과는 결과(Results)가 아닙니다.
- '감시'가 아닌 '신뢰'의 언어를 사용하십시오. "아직도 그거 하고 있어요?" (X) "그 일 진행하면서 혹시 어려운 점은 없나요? 제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 (O) 직원들이 언제든 솔직하게 자신의 상황을 공유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을 구축하는 것이 리더의 제1 책무입니다.
- 명확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십시오. 업무 시간 외 이메일이나 메신저 회신을 강요하지 않는 문화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저녁 7시 이후/주말에는 응답하지 않아도 됩니다"라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팀 내에서 합의하고, 리더부터 이를 지켜야 합니다.
리더가 먼저 연기를 멈추십시오. 리더 자신이 '보여주기식' 늦은 시간 이메일 발송, 불필요한 회의 소집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야 합니다. 리더가 건강한 업무 습관을 모델링(Modeling)할 때, 팀원들도 연극을 멈출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