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명장을 CEO로", "실리콘밸리 출신이 제조업체 사장으로" - 이런 소식에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지만 과연 모든 리더십이 어디서나 통할까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착각
2019년 국내 한 대기업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입니다. 글로벌 테크 기업 출신 CEO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외치며 실리콘밸리식 수평적 조직문화를 도입했지만, 1년 후 조용히 사임해야 했습니다.
이런 실패의 배경에는 **'모든 리더십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위험한 착각이 있습니다. 1980년대 이후 MBA 교육과 글로벌 컨설팅사들이 '리더십 베스트 프랙티스'라는 이름으로 만들어낸 표준화된 환상이죠.
미국에서만 연간 68억 달러가 리더십 교육에 투자되고 있지만, 상당수가 '원사이즈 핏 올(One Size Fits All)' 방식의 획일적 프로그램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데이터가 말하는 냉혹한 현실
Goodall & Pogrebna(2015) 연구에 따르면, 한 분야에서 성공한 리더가 다른 분야로 이동할 때 성공확률은 크게 높지 않습니다. **Lord & Hall(2005)**도 리더십 스킬은 자기 정체성, 경험, 내면화된 지식구조와 깊이 연관되어 있어 직접 이전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2020년 국내 한 대기업에서 계열사 간 임원 순환보직을 실시했을 때, 1년 반 만에 절반 이상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거나 퇴직했습니다. 같은 그룹 내에서도 업종의 벽은 그만큼 두꺼웠던 것입니다.
업종과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리더십
제조업은 정확성과 안전성, IT업계는 신속성과 혁신성, 금융업은 신뢰성과 리스크 관리, 스타트업은 과감함과 창의성이 핵심입니다. 각각 완전히 다른 리더십 DNA가 필요한 거죠.
조직 생애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Tristan J. Fitzgerald(2022) 연구는 창업자 CEO와 전문경영인이 서로 다른 전략을 취하며, 기업 상황에 따라 최적 선택이 달라진다는 결론을 보여줍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퍼블리싱(2024) 글로벌 연구에서도 리더십 개발 전문가의 70%가 "리더들이 더 넓은 범위의 리더십 행동을 마스터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HR의 새로운 접근법
그렇다면 어떻게 이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첫째, 업종별 맞춤형 리더십 모델 개발 독일 지멘스는 에너지·디지털팩토리·헬스케어 부문별로 서로 다른 리더십 역량 모델을 운영합니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부문(DS)과 비반도체 부문(DX)의 차이를 인정해 별도 가치체계를 제정했습니다.
둘째, 조직 진화 단계별 리더십 전환 시스템 세일즈포스는 '리더십 진화 트랙'으로 각 단계에서 요구되는 리더십 스킬 전환을 체계적으로 돕습니다. 특히 기존 성공 방식을 의도적으로 '언러닝(Unlearning)'하는 과정을 포함합니다.
셋째, 리더십 이식 전 적합성 진단 단순한 과거 성과가 아닌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 가능성을 평가해야 합니다. 한 중견기업은 임원 후보자에게 "당신의 가장 성공했던 리더십 경험이 우리 조직에서는 왜 실패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메타인지 능력을 평가합니다.
다양성이 경쟁력이다
"모든 리더십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믿음은 이제 버려야 할 위험한 착각입니다. 리더십은 업종, 조직, 시기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고도로 맥락적인 현상입니다.
진정한 과제는 '모든 곳에서 통하는 완벽한 리더십'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조직의 고유한 특성을 깊이 이해하고, 그에 최적화된 리더십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리더십의 미래는 '원사이즈 핏 올'이 아닌 '컨텍스트 핏(Context Fit)'에 달려 있습니다. 획일화의 유혹에서 벗어나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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