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현상 편 - 리더가 위험하다(Manager overwhelm) 1 - 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물론 조직도 리더의 리더십 개발을 위해 교육훈련에 매진해왔습니다. 하지만 '강의실 집체 교육'의 한계도 명확합니다.
파워포인트 100장, 이론 설명 3시간, 간단한 롤플레이 30분, 그리고 "여러분, 현장에 가서 실천해보세요!"로 마무리.
하버드 비즈니스 임팩트(Harvard Business Impact)가 2025년 전 세계 1,100명의 학습개발 전문가를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전통적인 세미나나 강의 중심 교육이 오히려 리더십 개발에 부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왜 강의실 리더십은 실패할 수밖에 없나?
이유는 간단합니다. 리더십은 '지식'이 아니라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자전거 타는 법을 책으로 배울 수 있나요? 수영을 강의로 배울 수 있나요?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자전거에 올라타고, 물에 들어가서 몸으로 익혀야 하는 거죠.
리더십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운 직원과의 대화, 갈등 상황에서의 중재, 변화에 저항하는 팀원 설득... 이런 것들은 강의실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실제 상황에서 부딪히며 체득해야 하는 거죠.
"일회성 이벤트"의 함정
또 다른 문제는 대부분의 리더십 교육이 '일회성 이벤트'라는 점입니다. 1박 2일 워크숍을 마치고 나면 "아, 유익했어!"라고 생각하지만, 한 달 뒤에는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습관이 자리잡으려면 최소 66일의 반복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존 리더십 교육은 단발성으로 끝나버리죠. 이는 마치 헬스클럽에서 하루 10시간 운동하고 나서 "이제 몸짱이 됐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현장과 동떨어진 "이상적" 시나리오
강의실에서 다루는 사례들도 문제입니다. 너무 이상적이거나 단순화된 시나리오들이 대부분이죠.
"직원 A가 성과가 좋지 않습니다. 어떻게 피드백하시겠습니까?"
실제 현장은 이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직원 A는 집안에 아픈 가족이 있고, 동시에 새로운 프로젝트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팀 내 다른 동료와도 갈등이 있는 상황일 수 있거든요. 이런 복합적 상황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강의실 이론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혼자서 해결하라"는 메시지
기존 리더십 교육의 또 다른 문제는 개인주의적 접근법입니다. "당신이 더 나은 리더가 되면 모든 게 해결됩니다"라는 식이죠.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리더십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팀 전체, 조직 전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아무리 개인이 훌륭해져도 시스템이 받쳐주지 않으면 한계가 있습니다.
새로운 패러다임: 피어 커넥션(Peer Connection)
그렇다면 해답은 무엇일까요? 가트너가 제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의도적이고 전략적인 동료 간 연결(Intentional and Strategic Peer Connection)"입니다. 이를 쉽게 표현하면 '함께 배우는 리더십'입니다.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동료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자는 거죠.
왜 이 방법이 효과적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답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시간 문제 해결 네트워킹: "지금 이 상황 어떻게 할까요?"
기존 방식은 이렇습니다: 문제 발생 → 혼자 고민 → 인터넷 검색 → 상사에게 조언 구하기 → 시행착오
새로운 방식은 이렇습니다: 문제 발생 → 동료 매니저 그룹에 즉시 공유 → 실시간 조언과 경험담 교환 → 즉시 적용 → 결과 공유
예를 들어보죠. 월요일 오전 10시, 김매니저에게 급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김매니저: "급한 도움이 필요해요. 우리 팀 에이스급 직원이 갑자기 사표를 냈는데, 이유가 '상사가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거예요. 어떻게 대화를 풀어가야 할까요?"
이매니저: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그때 제가 실수한 건 감정적으로 반응한 거였어요. 일단 24시간 기다렸다가 차분히 대화하세요."
박매니저: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강한 직원이네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인정받고 싶어하는지부터 파악해보세요. 제가 쓰는 질문 리스트 공유할게요."
최매니저: "사표 철회보다는 일단 퇴사 일정을 늦춰서 충분히 대화할 시간을 확보하는 게 먼저예요."
이런 식으로 실시간으로, 구체적인 상황에 맞는 조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론이 아닌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언이죠.
상황 기반 마이크로러닝: "딱 15분만 투자하세요"
하버드 비즈니스 임팩트의 연구에 따르면, 효과적인 리더십 학습은 "하루 15분 이내의 짧은 모듈"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바쁜 매니저들이 집중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이 그 정도거든요.
상황 기반 마이크로러닝은 이렇게 작동합니다:
상황 1: 어려운 피드백을 전달해야 하는 상황 → 15분 모듈: "상처주지 않고 핵심 전달하기" (실제 대화 스크립트 포함)
상황 2: 원격 근무 팀원의 동기가 떨어진 상황 → 15분 모듈: "화상회의로 동기부여하는 3가지 방법" (실제 사례와 체크리스트 포함)
상황 3: 팀 내 갈등이 발생한 상황 → 15분 모듈: "중재자로서의 매니저 역할" (단계별 중재 프로세스 포함)
핵심은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내용이라는 점입니다.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오늘 오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이죠.
매니저 압도 현상은 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닙니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매니저 역할이 복잡해졌지만, 이를 뒷받침할 지원 시스템이 따라오지 못한 구조적 문제입니다.
해답은 명확합니다:
- 혼자가 아닌 함께: 동료들과의 실시간 문제 해결
- 이론이 아닌 실전: 상황 기반 마이크로러닝
-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 멘토링과 역멘토링의 결합
- 개인이 아닌 시스템: 조직 차원의 포괄적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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