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연구자이자 강사·코치로 활동하며 저는 틈틈이 임원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대부분 우연이라기보다는 꼭 뵙고 싶어 만나는 분들인데요. 이렇게 4년 정도 지나고 보니 만난 분들이 수십 명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물론 정식 인터뷰라기보다는 식사하며 나누는 대화에 가깝습니다.
특히 저는 한 조직에서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별을 단 분들의 스토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여러 조직을 옮기며 몸값을 올린 사례보다는 한 조직 내에서의 임원 승진 비결이 더 명확하게 보일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죠. 이분들이 들려준 성공 비결의 공통점은 세 가지였는데, 흔히 떠올리는 전문성 함양, 네트워크 구축, 사내 정치, 운 등과는 달랐습니다. 지금부터 이 '비결 아닌 비결' 세 가지를 공유해 드립니다. (성공한 임원의 확실한 비결이라기보다는 참고할 만한 내용으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첫째, 직원보다 상사를 더 생각했다.
리더십 하면 대부분 부하직원을 관리하는 managing-down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분들은 managing-up에 더 초점을 맞추셨더군요. 리더십 교육에서 자주 빠지는 부분이 바로 팔로워십 교육입니다. 동전의 양면 같은 리더십과 팔로워십 중 한쪽만 강조하다 보니 여러 부담과 편향이 생기게 됩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상사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올해 나에게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이분들은 상사의 지시 이면에 있는 니즈를 명확히 이해하고자 노력했죠. 이런 모습은 지시 수행에 진정성이 있다는 인정을 받게 했을 겁니다. 또한 자원 분배권을 가진 상사와의 관계가 직원과의 관계를 좌우하는 핵심 열쇠라는 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최고 상사에게서 예산과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리더가 현실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상황은 명확해집니다.
결국 이들은 존경받는 리더가 되기보다는 상위 리더에게서 자원을 끌어올 수 있는 능력 있는 리더가 되고자 했습니다. 좋은 사람이 곧 좋은 리더는 아니겠죠. 그렇다고 예스맨이나 아첨꾼이 되라는 말은 아닙니다. 때로는 직언과 도움을 제공하며 상사의 성공이란 배에 함께 타고자 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일종의 파트너십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둘째, 일찍 출근한다.
여러분의 일과는 어떤가요? 일하는 동안 사람들과 회의하고 부대끼다 보면 어느새 오후 5시, 직원들은 퇴근 준비에 여념이 없죠. 결국 우물쭈물하다 오늘도 독박 야근을 하게 되기 십상입니다.
자신이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4시간 중 물리적으로 가능한 영역은 이른 아침뿐이죠. 차분하고 조용한 시간에 전체 업무를 조망하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전 직장에서 시차 근무제를 제안해 실행한 적이 있는데, 8시에 출근해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욕구가 그런 제안을 하도록 이끌었습니다.
생각을 정리하면 9시 이전에 오늘 하루의 그림이 구상됩니다. 정시 출근한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를 낼 수 있게 되죠. 단순한 부지런함이라기보다는 상당히 목적이 있는 행동인 셈입니다.
셋째, 기획력이 있다.
15~20년 전만 해도 기획 업무는 전략기획 조직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일선 부서에서는 SWOT 분석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죠. 전략팀이 그림을 그리면 나머지는 선에 맞춰 색을 칠하면 그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넘어갈 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각 단위 조직장이 기획을 할 줄 알아야 급변하는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기획은 전략적 사고의 틀을 갖추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정보가 아무리 많아도 논리의 틀로 꿸 수 없다면 무용지물일 뿐이죠. 임원이 되어 기획 실무에서 멀어지더라도 기획물을 검토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급박한 순간에는 자신도 마우스와 키보드를 잡아야 할 때가 있죠. 실무자 시절부터 연마하지 않으면 금방 갖출 수 없는 역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성공한 임원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