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들은 실화입니다. (단순히 들었다기보다 잘 아는 조직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몇 년전 연말 회식 자리에서 팀장이 팀원을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말싸움 끝에 팀장이 팀원을 쓰러뜨리고, 얼굴을 매우 주먹으로 쳤습니다. 화가 난 피해자 가족들이 그룹 감사실에 신고했고, 회사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특별 감사를 받게 됐습니다.
감사위원들이 파견되어 서류를 뒤지고, 사람들을 불러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는 초긴장 상황에 돌입했습니다. 대표를 포함한 전임원, 그리고 팀장까지 대략 35명 정도가 대회의실에서 모여 대책회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인사팀장의 간략한 경과 보고가 있은 후 돌아가며 아이디어를 말하는 순서가 됐습니다.
"거... 맞은 애 있잖아요, 평소에도 이상했다던데?" (이상하면 때려도 된다?)
"그러니까... 오죽 답답했으면 때렸겠어요?" (답답한 상황에서는 폭력은 용인된다?)
논의는 대략 가해자에 대한 선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한참을 들은 대표가 한 마디 한다.
"쩝... 이것 참... 나도 견책 정도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그룹 감사까지 내려온 마당에... 곤란하게 됐어." (폭행을 견책 정도로 생각한다?)
결국엔 감사 종료 전에 가해자 팀장이 자진 퇴사하는 선에서 사건은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뒷맛이 끌끌합니다. 아무도 과정 상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습니다. 다시 비슷한 사고가 터진다고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제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이렇게 말하는 대표, 임원, 팀장 하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 핵심 가치에 '소통', '협업'이 있는데, 이에 비춰 볼때 팀장의 폭행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강한 징계를 통해 핵심 가치를 다시 리마인드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합니다."
회사에도 가치관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생각하는, 행동하는데 쓰이는 원칙과 기준입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의 가치관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비싼 액자에 표구된 단어에 불과합니다. 그것대로 경영(운영)되지 않는 거죠. 그래서인지 실제 관련 워크숍에서 리더들에게 핵심 가치를 물어보면 즉답하는 경우가 10%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물론 그들을 비난할 마음은 없습니다. 몰라도 회사 생활하는데 문제가 없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이 사건을 어떤 가치관으로 판단한 걸까요? '팀장이 나랑 입사동기니까', '맞은 애랑 평소에 안 좋았던 경험이 있었어.', '팀장이 잘못은 했지만 실적은 거뒀으니까' 등등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건 모두 회사의 가치관이 아닌 개인의 가치관입니다. 물론 개인의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마음일 들 수도 있죠. 하지만 회사 일이라면 회사에서 생각해주길 바라는 대로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리더들은 회사의 가치관대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있나요?
※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회사의 가치관과 개인의 가치관이 비슷한 방향으로 정렬되는 것입니다. 의도적으로 정렬시켰던 것은 과거의 조직문화 관행이고, 이제는 대략적인 방향을 맞추고(회사, 개인 모두 역할 있음, 안 맞춰지면 퇴사 권장), 반드시 지켜야할 핵심을 각인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핵심가치, 행동규범, 인재상 같은 것이겠지요. 다만 이들이 힘을 받으려면 정점에 있는 그분부터 지켜야 한다는 것이 선결조건입니다. ;;;